친구들이 죽었다. 그것은 벌써 삼 년이 된 일이었지만, 그 아이들은 아직도 내가 부르면 금방이라도 달려와줄 것만 같아서 나는 가끔 그 아이들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보곤 한다. 아케호시 스바루, 히다카 호쿠토, 이사라 마오. 이 셋은 모두 다음 스케쥴을 위해 장소를 이동하다가 변을 당했다. 그 날 감기때문에 스케쥴을 같이하지 못한 나는, 혼자 살아남았다.
별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던 아이들은, 정말로 밤 하늘의 별이 되어버렸다. 나는 나를 두고 별이 되어버린 친구들이 미워서 아직도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 못한다. 사실은 밤하늘만 못 올려다보게 된 것 만이 아니다. 나는 그 이후로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정말 여러가지 측면에서.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나는 기름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북북 긁으며 머리를 감은지 벌써 며칠째인지 속으로 어림잡아봤다. 어제는 확실히 아니었고, 엊그제도 기억이 없고, 아마 3일전 인 것 같다. 두피가 슬슬 가려워지는 것이 아마 3일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려운 머리를 감으러 화장실로 가는 대신 게임기가 연결된 TV앞 쪽에 앉는 쪽을 택했다.
게임기 옆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용기, 음료수병, 과자봉지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나는 그것을 대충 발로 한 구석에 밀어버리고 발가락으로 게임기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게임기가 로딩되는 것을 기다리다 조금 출출해져서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음식이 냉장고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그 중에서 엊그제 먹다 남은 피자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지이잉- 돌아가는 피자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전자레인지의 문에 달린 유리를 통해 그곳에 비친 내 얼굴과 마주쳤다.
여드름 가득한 피부, 아이돌로 활동했던 시절때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늘어난 체중, 감지 않아서 더러운 머리카락, 미용실에 간 지 일 년은 되지 않아 눈은 이미 다 덮은지 오래인 앞머리, 언제 갈아 입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목이 다 늘어난 꾸질꾸질한 티셔츠, 입을 열면 나는 역겨운 구취, 코만 조금 벌름거리면 쉽게 맡을 수 있는 시큼하고 쿱쿱한 체향. 이 모든 것이 다 역겹게 변해버린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냄세나는 특징들이었다.
나는 더이상 이런 역겨운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참을 수가 없어져 고개를 획 돌렸다. 이내 띵! 하고 전자레인지에서 조리를 끝냈음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그 안에서 피자를 빼 낸 나는 로딩이 끝난 TV게임 앞에 앉아 게임기를 손에 잡았다. 여러 음료수나 양념들이 찐득찐득하게 엉겨붙어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굳이 그것을 닦아내려고 힘쓰고 싶진 않았으므로 애써 찐득거리는 게임기를 무시하며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벌써 최종보스까지 쓰러트린지 오래인 게임이었지만, 나는 이것을 반복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유우군, 게임하고 있었어?"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저녁 아홉시. 게임을 시작한 것이 세시쯤이었으니 벌써 여섯시간째 나는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나는 구부정해진 등을 조금 꼿꼿히 세우곤 이즈미씨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삼일만에 보는 이즈미씨였다. 아무래도 이즈미씨는 모델로 잘 나가고 있으니까 얼굴을 볼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나는 다시 TV스크린에 집중했다. 이즈미씨는 아마 먹을 것을 만들 요량인지 부엌으로 들어갔다.
"유우군. 집이 엉망이네. 먹을만한 것도 없고."
이즈미씨가 한숨을 쉬는 것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이내 나에게 다가온 이즈미씨가 내 머리결을 만지며 '유우군 내가 감겨준 뒤로 머리 스스로 안감았지?'하고 물어왔다. 이제는 부끄러움도 없어진 나는 그 질문에 고분고분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없으면 머리 하나 못 감는구나. 유우군은. 뭐, 일단 머리부터 감고 초밥이라도 배달시키자."
끄덕끄덕. 다시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즈미씨가 일으켜주는대로 일어나선 화장실로 향했다. 와이셔츠의 소매를 팔까지 걷어부친 이즈미씨가 샤워기를 틀어 물 온도가 적당한 지 손에 대보고 있었다. 나는 별 말 없이 샤워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샤워기를 내 머리에 대는 이즈미씨의 행동에 흠칫했다.
물의 온도는 적당히 맞춰져 있어서 조금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즈미씨는 샴푸를 손에 조금 짜서 조심스레 내 머리에 거품을 냈다. 머리에 기름기가 많이 껴서 그런지 금방 거품이 사그라들고 미끌미끌 해졌다. 이즈미씨는 샴푸를 한 번 더 짜서 다시 거품을 냈다. 이번엔 거품이 풍성히 생겨났다.
샴푸에서 사과향이 났다. 내가 이런 샴푸를 산 기억은 없으므로 아마 이즈미씨가 다 쓴 것을 교체해 준 모양이었다. 향이 나쁘지 않았다. 이즈미씨도 같은 브랜드의 샴푸를 쓰고 있으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유우군은, 정말 예쁜 얼굴이야."
"다, 지난 이야기예요."
"아니야, 유우군은 변함없이 예뻐."
어째서 이 사람은 내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도 여전히 날 사랑해주는 것일까. 어째서 이렇게 추악하게 변해버린 자신에게, 항상 예쁘다는 말을 속삭여 주는 것일까. 어째서 당신은 친구들이 나만 빼고 하늘로 가버린 그 날부터 나를 찾아와 나를 살뜰히 돌봐주려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어째서 당신은 이렇게 변함없이 날 사랑해주는 걸까. 물어볼까, 하다가 이즈미씨마저 내게서 떠나버리는 것이 무서워 결국 그 질문은 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이즈미씨에게 사랑받기엔, 난 너무나도 가치없는 인간이다.
"유우군, 예뻐."
척추를 쓸어내리는 이즈미씨의 손길에 한순간 몸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등부분이 꽤나 예민하다. 그것은 발건한 것은 이즈미씨로, 그래서인지 이즈미씨는 애무를 할 때 등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부풀어버린 이 몸뚱아리를 이즈미씨가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싫어서 나는 이즈미씨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즈미씨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을 보여달라는 이즈미씨의 요구에 나는 도리질을 치며 품 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이런 추한 얼굴, 보여준다면, 이즈미씨가 당장이라도 떠날 것 같았다. 이즈미씨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으니까, 이렇게 변해버린 나따위는 사실 속으로는 혐오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사실은 이렇게 변해버린 나를 속으로 비웃는 것이 재밌어서 혹은 추해버린 내가 불쌍해서 내 곁에 남아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느쪽이어도 좋다. 이즈미씨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비웃음 당하던지 얼마나 동정 당하던지 그것은 알 바가 아니었다.
"유우군은, 내가 이렇게 만든거야."
지금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유우군은 내가 이렇게 만든거야."
나는 그 대사를 다시 곱씹으며 자고있는 유우군의 등을 쓸었다. 아아, 나는 너무 행복한 남자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우군을 손에 넣은 나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그 꼬맹이 삼인방에게는 진심을 다해 감사한다.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진 않지만 말이다. 그 애들이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유우군과 붙어다닐때는, 정말로 죽여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말이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