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배트 이름은 그냥 금속배트로 쓰겠습니다 . 배드가 조금 어색하네요 ;ㅅ;
"금속배트씨. 지금 하고 계신거 여주인공 부분인거는 알고 계신가요?"
뭐야. 오필리아가 여자였나? 어쩐지 이름이 좀 여자같더라. 난 뭔 게이같은건 줄 알았지.. 그래서 저여자가 웃어댄 건가. 아니. 잘못 하고 있었으면 미리 알려줘야지. 그래서 그렇게 웃어댄거였냐! 금속배트는 날카로운 눈매로 심사위원석을 째려보았다. 금속배트와 눈이 마주치자 킥킥대고 있던 여심사위원은 히끅하고 웃음을 멈췄다.
" 금속배트씨는 이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연기 잘봤습니다. 나가는 쪽은 뒷쪽 문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아마이마스크가 친절히 강당 뒤쪽의 문을 가리키며 금속배트에게 나가보라고 눈짓했다. 아, 망했다. 딱히 연극부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쪽팔림을 무릎쓰고 오디션까지 보러 온 건데. 다 보기도 전에 나가라고 하다니. 이건 필히 나쁜 징조겠지. 금속배트는 어쩐지 조금 미련이 남는 얼굴로 심사위원쪽을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푸욱 쉬고 강당뒤로 쓸쓸하게 퇴장해버렸다. 좋은 오빠가 되기는 이렇게 험난한 것인가.
"금속배트 이자식! 언제 연극부에 든거냐! 배신이다 이자식.. 넌 귀가부일줄 알았건만."
" 연극부라니. 풉.. 연극부에가서 안받아주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깽판이라도 친거냐? 와하하. 완전 의외다."
" 연극부라면 아마이마스크인가 우마이마스크인가 있는 데 아니냐?"
금속배트는 복도에 붙은 연극부 신입명단을 보며 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옆에서 친구들이 배신자니 안어울린다니하며 금속배트를 놀려왔다. 평소같으면 몇대 쥐어박아야 성에 차겠지만 지금은 모든 소리가 다 공중에 흩어져버릴 뿐이다. 이거 무슨 오류난 거 아니야? 설마 동명이인? 하고 명단을 뚫어져라봐도 1학년 B반의 금속배트는 자신 뿐이다. 말도 안돼! 이거 뭐야! 분명 내 앞이나 뒤의 후보랑 헷갈렸던게 분명해! 자신도 믿기 힘든 상황에 두 손으로 착착 소리가 날 정도로 얼굴을 때려보았다. 믿기 힘들지만 어쨌건 제게는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금새 파악하고 금속배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끝나고 연극부 OT가 있다는 공지가 있었기에 금속배트는 학생들에게 물어물어 연극부의 부실을 찾아갔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신입부원들인지 똘망똘망 눈을 빛내며 앉아있는 부원들이 스무명쯤 보였다. 오디션에서 대기번호가 거의 200번대인가 그랬으니까-대부분은 여자였지만- 자신은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연극부에 뽑힌 것이다. 잘못 뽑았다고 돌아가라고 하면 다 죽여버려야지, 하는 불량한 마음으로 금속배트가 맨 뒷줄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금속배트의 무서운 인상에 옆자리에 있던 아마도 신입부원인 듯한 소년 하나가 잠시 흠칫했다. 자신이 앉자 앞문이 열리며 선배인 듯한 인상의 학생 네명이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두명은 이미 오디션을 볼 때 본 적이 있기에 낯이 익었다. 하나는 자신이 연기하는 것을 킥킥대며 보던 여자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이 연극부에 들어온 이유인 아마이마스크다.
"연극부에 들어온 것을 다들 환영합니다. "
아마이마스크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 같다고 금속배트는 느꼈다. 눈이 마주치자 금속배트는 불량한 마음가짐을 한껏 표정에 실어서 녀석을 째려보아 주었다. 아마이마스크는 가소롭다는 듯 픽 웃었다. 차마 금속배트가 어? 저자식? 하고 소리칠 새도 없이 아마이마스크는 금속배트에게서 시선을 떼고 이제 막 입부한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에게 할 축사를 위해 입을 뗐다. 분명 저자식 나 비웃었지? 금속배트는 뒤늦게 열이 올랐지만 벌써 신입부원들 하나하나가 자기 이름과 간단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부원이 많지는 않았으므로 금방 뒷자리에 있던 금속배트의 차례까지 돌았다.
" …금속배트라고 한다. "
반말? 여기저기서 초면에 반말을 찍찍 하는 금속배트를 보며 수군거렸다. 확실히 자신은 여기서도 미움받는 역할이구나. 여기서 잘 해나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긴, 어차피 저 아마이인지 우마이인지하는 놈이 졸업하면 자신도 퇴부할 예정이니까. 아니 아마이라는 놈이랑 친해지기만 한다면 목적은 달성된거니까 이 범생이집단에서 탈피할 수 있겠지.
" 아아 ㅡ. 금속배트군은, 오디션에서 아주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죠. 그럼 다들 시간 내줘서 고마웠어요. 아마 다음주부터는 꽤 부에 모이는 시간이 많아질 거예요. 오가다 마주치면 먼저 인사해주세요. 자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해산할까요? "
꺄아 ㅡ 역시 아마이마스크님이야! 연극부에 들기 잘했어! 하는 여학생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자식이 좋은 건가? 하고 의자에서 마악 일어나려는 아마이마스크의 얼굴을 요목조목 살펴보았다. 아마이마스크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제가 무례하게 상대의 얼굴을 대놓고 살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이마스크는 아까처럼 금속배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올곧게 금속배트를 바라보았다. 누가보면 눈싸움이라도 하냐고 물어올 만큼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달아보이네."
? 아마이마스크의 말의 의미를 깨닫기 전에 아마이마스크가 먼저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앞서나간 다른 학생들을 따라 아마이마스크도 부실을 나가버렸다. 결국 남겨진 것은 금속배트 혼자. 저 자식 뭐냐고...!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금속배트는 화가 치밀어서 앞에 놓인 의자를 차버리려다가 주머니에서 울려오는 핸드폰 벨소리에 이내 얼굴이 샐쭉 풀어져서 평소와는 다른 높은 톤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응응. 어 ㅡ 당연히 합격했지. 응응. 그래. 아마이의 싸인? 아아. 그건 내일 받아다 줄테니까 응응. 응. 알겠어!"
역시 좋은 오빠가 되는 것은 험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