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코가/카오소마 나옵니다
*커플링은 추후 더 추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오늘 공연도 좋았어, 코가군."
"하, 당연하지. 누가 하는 공연인데."
하여튼, 칭찬해줘도 난리라니깐. 카오루는 코가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도 실력하나는 좋은 아이니까- 저렇게 어리광 부려와도 어쩔 수 없달까. 카오루는 닦고 있던 유리잔을 잠시 내려놓고 가게 안을 살폈다. 프랑스의 물랭루주를 롤모델로 만든 이 가게는 카오루 저의 화려한 취향을 한껏 반영하는 이 도시 최고 규모의 펍이다. 카오루의 자랑이기도 한 이 곳은 하룻밤의 유흥을 즐기려는 젊은이들, 뭔가의 찜찜한 뒷거래를 하려는 지하계의 사람들, 그리고 그저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녹아 자신을 잊어보려고 하는 사연있는 사람들이 한껏 섞이다 빠져나가는 곳이었다.
제 가게라지만 카오루는 이 곳에서 바텐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너무 놀고 먹는 것도 적성에 안맞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밤 나와서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자체가 매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도 했고, 게다가 최근에는 -.
"뭐하는거냐 이 가게의 수치!"
엄청 귀여운 생물이 가게 들어왔달까, 하루종일 이 생물을 관찰하는 재미에 살고 있달까. 잔을 닦는 것을 멈추고 가게만 두리번거리던 카오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소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걸어왔다. 사실 관계로 보면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의 상하관계지만, 재밌게도 소마는 카오루가 이 가게의 사장이라는 것을 아직도 알고 있지 못했다.
뭐, 소마군의 면접은 매니저가 봤고 아무래도 카오루 자신은 이런 큰 가게의 사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린 편이었고, 게다가 직원들과 스스럼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사장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지 않도록 직원들한테 당부해 둬서 소마군이 모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조금 지내다보면 거물급의 손님이오면 카오루가 미팅하러 나간다던가, 종종 매니저나 직원들이 자신을 사장이라고 불러온 다거나, 눈치 챌 요소는 되게 많은 데 말이지.
소마군은 눈치가 없는걸까, 조금 바보인걸까. 카오루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소마를 응시했다. 소마와 눈이 마주치자, 카오루는 예쁘게 눈을 접어 웃어주었다. 일당백의 미소였지만, 그런 뺀질거리는 행동에 더 화가 난 것인지 소마가 잔을 닦던 천을 카오루의 얼굴로 던져버렸다.
"너같은 놈한테 월급을 주는 사장님 얼굴 보기가 미안하지 않소? 얼른 일이나 하시오!"
아니, 일단 내가 그 사장인데 말이지. 카오루는 즐거운 듯 빙긋 웃었다. 아아- 내가 사장인 걸 알면, 상하관계에 너무나도 예민한 소마군은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아, 이거 진짜 재밌어! 진짜 멈출 수 없어!
*
"오늘 공연도 좋았다네, 코가군."
기타를 매고 펍의 후문으로 나온 코가는, 불쑥 나타난 인영에도 놀랐다는 기색 없이 인상을 확 찌푸릴 뿐이었다. 어두운 뒷 골목길인데도 이 남자의 존재로 어두운 골목이 전혀 어둡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빛나는 외모를 가진 남자가 코가의 앞을 막아서서 불쑥 어림잡아 백송이는 될 법한 장미꽃다발을 건내왔다. 하지만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 코가는 제 앞으로 들이 밀어지는 장미 꽃다발을 그대로 낚아채서 언제나와 같이 땅바닥으로 내던져버렸다. 내던져진 장미 꽃다발에서 꽃잎들이 떨어져 나와 길거리를 붉게 어지럽혔다.
"이거 마음이 아프구먼, 포장해줬던 꽃가게 아가씨가 본다면 무척 가슴 아파하겠구먼."
상대는 태연하게 코가가 내던진 장미 꽃다발을 들어 제 품에 다시 안았다. 흰 슈트에 장미꽃다발까지 든 그의 모습은 여자, 아니 남자가 보기에도 지독히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그런 모습은 지금의 코가에게 화만 더 부추기는 꼴이었다. 코가는 장미를 안고있는 남자를 쌩 무시한채로 그의 곁을 지나치려 했지만 그가 강한 힘으로 코가의 손목을 낚아 채자, 코가는 이빨을 드러내며 상대를 향해 으르렁 거렸다.
"이거 놔라."
"싫다면 어쩔 생각이누?"
"좆같은 새끼."
속을 알기 힘든 미소를 만면에 띄우고 있는 상대에게 코가는 제 살기를 온전히 담아 그를 노려보았다. 상대도 코가를 아무말 없이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어쩐지 조금 쓸쓸한 기색이 담겨있어서, 휴지통만 간간히 세워져있는 이 쓸쓸한 뒷골목에 너무나도 잘 녹아내렸다. 거의 십분간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로를 응시하다가 결국 인내심에서 바닥이 난 코가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레이의 손을 거세게 뿌리쳤다.
"짜증나는 새끼."
코가는 뒤를 돌아, 네온사인이 휘향찬란 빛나고 있는 도시의 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쿠마 레이라고 불리우는 남자는 골목에 서서, 코가를 끌어안아 가버린 도시의 품 만을 참을성 있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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