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마코토! 나가서 담배 좀 사와라-."

"앗, 내것도! 항상 나 피던거 기억하지?"

"거스름돈으로는 까까라도 사먹어라!"

"아하하ㅡ 까까가 뭐냐? 다 큰 성인한테!"


 선배 둘이 건내주는 1000엔짜리 지폐를 받으며 마코토는 '이런거 시키지 말라니까요 귀찮게..'하고 작은 소리로 불평을 했지만, 나가지 않았다간 들이닥칠 후환이 두려워 자리에서 일어나 회식 중이던 가게 밖으로 나갔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밤바람이 꽤 차서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지-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외투를 가지러 귀찮게 다시 들어가는 것보다야 감기걸리는게 더 낫다고 결론내린 마코토는 1000엔짜리 지폐 두장을 지갑에 단정히 집어넣곤 편의점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과의 회식이라 그런지 마코토도 사실은 기분이 조금 업되어 있었다. 지금은 휴학중이라서 동아리에 얼굴을 잘 못내비치지만 이렇게 이따금 자신을 불러서 과회식에 나오라고 챙겨주는 것을 보면 자신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에휴휴- 이런건 짬밥없는 후배 몫이지-, 하고 편의점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마코토는 단독주택가라 그런지 눈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편의점의 존재에 의아해졌다. 요샌 시골에도 편의점은 다 있던데 어찌된게 이 동네는 편의점 하나 없냐. 


 마코토는 단독주택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주택가를 혹시 골목에라도 편의점이 있는 게 아닐까-하곤 골목을 여러군데 살폈다. 그래도 나오는 건 일반가정집뿐이라 그냥 여기서 돌아갈까-하며 거의 포기심정으로 마지막으로 골목길 하나만 살펴보자 생각하곤 조금 더 걸음을 걷자 나오는 골목길을 살폈다. 나올리가 없지-라고 생각하고 들여다 본 골목길이었는데 맨 끝 쪽에 '담배'라고 써져있는 작은 간판의 불이 켜져있음을 보아 운명이란건 정말 말로 형연할 수 없이 신기한 일이지 싶어졌다.


 마코토는 가로등이 하나 뿐이라 조금 어둑한 그 골목길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무슨 가게를 저기다가 차렸대. 장사는 되기는 하는걸까? 항상 영화같은데보면 저런데는 귀신이랑 관련있다거나 뭐 그런거던데. 아 갑자기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치만 담배는 여기밖에 파는 데가 없는 거 같고. 그리고 딱, 딱히 내가 귀신을 무서워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그래, 담배만 사고 얼른 나오는거야! 그리고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하하하 ㅡ 라고 마코토는 낡은 간판만이 겨우 달려있어 여기가 담배가게임을 미약하게 알리고 있을 뿐인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ㅡ. 저, 담배.. "


 좀 사러왔는데요, 라는 뒷말이 차마 나가지 못한 것은 가게가 쥐죽은 듯 고요했기 때문이다. 담배가게가 맞긴 한 모양인지 벽한면에 담배가 가득 채워져 있긴 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역시 주인장을 보이지 않았다. 하하, 어디 외출이라도 하신 모양이지! 라고 애써 오들오들 떨려오는 다리의 진동을 무시한 채 마코토는 눈을 꾸욱 감았다. 아니야, 아니야, 이상한 생각 하지말자. 귀신은 무슨 귀신이야! 귀신이야기는 다 여름철에 장사해먹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ㄱ...ㅣ.....


 "뭐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에서 쿡쿡 자신을 찔러오는 손길에 급기야 대차게 소리를 질러버리고 만 마코토는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으며 제발 살려주세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하고 울먹거렸다. 그렇게 열번정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어도 딱히 귀신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낌새가 없어보여서 마코토는 눈을 아주 사알짝 뜨고 고개를 조금씩 들어 위를 살폈다.


 "쇼를 한다."


 그곳엔 슈트차림의 잘생긴 미청년이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에? 귀, 귀신이 아..아니었어? 다...다행이다! 라고 크게 안도한 마코토는 이내 제가 저 잘생긴 미남자 앞에서 쪽팔린 짓거리를 해버렸다는 걸 인지하곤 얼굴을 터질듯 붉혔다. 쭈그린 자세에서 어색하게 일어난 마코토는 하하-하고 상대에게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하며 이야 놀랐다니까요-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담배 사러왔는데, 주인도 없고 조금 무서워서 -. 하하, 그래도 이런 곳에 담배를 사러오는 사람이 저 말고 더 있네요. 하하. 조금 무서웠었는데 잘 됐.."

 "내가 여기 주인인데?"


 누추한 작은 담배가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가진 남자가 이 가게의 주인이라고 선언해왔다. 마코토는 잠시 상대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앞에 선 이 남자가 이 가게의 주인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깨닫곤 '엑?'하곤 놀라버렸다. 이런 담배가게라고하면 조금 인상이 무서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있을 거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딱봐도 비싸보이는 고급슈트를 입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가 주인일 거라는 생각은 절대, 전혀 나지 않는데.. 


 이 담배가게 사실 엄청 장사가 잘 되는 곳일까, 하고 조금 의아해진 마코토가 그래도 목적인 담배를 사기 위해서 선배들이 사오라고 했던 담배 두 갑의 이름을 읊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짜증난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는 마코토가 말 한 담배 두 갑을 마코토에게 던져주었다. 허, 헛! 하고 방심하던 마코토가 담배 두 갑을 모두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리자 아까보다 더 한심하다는 듯 마코토를 바라보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돈."

 "아, 잠시만요, 지갑이, 헉!"


 한 손으론 담배 두 갑을 안고 지갑을 꺼내 남자에게 건내려던 마코토가 이내 지갑에 있던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남자가 '후-'하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은 한숨이었지만 어째선지 '진짜 가지가지 한다-'라고 들리는 듯 했다. 마코토는 이제는 거의 울듯한 얼굴로 다시 바닥에 쪼그려 앉아 명함, 카드, 현금등을 주워들었다. 남자는 조금 도와줄 법도 한데 그저 서서 마코토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전혀 도와주려는 기색이 없었다.


 마코토는 조금 심술이 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여기 고객인데 진짜 서비스가 꽝이네! 이런 가게 금방 망해버리지! 암암! 우리 가게에서 저런식으로 행동했다간 바로 잘리지! 소심하게 속으로만 남자를 욕하던 마코토는 쏟은 내용물을 다 주워넣고 일어서서 남자에게 지폐를 건냈다. 


 무뚝뚝하게 아무말 없이 거스름돈만 건내주는 남자의 행동에 마코토는 이런 가게따윈 다시 올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안올거라며 속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천성이 예의바른 마코토는 '안녕히계세요'라고 착실하게 인사까지 한 채 담배가게를 나갔다.


 남자는 창밖으로 마코토의 뒷모습을 쫓다가 이내 큰 도로변으로 마코토가 사라져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자 창에서 시선을 뗐다. 엄청 얼빠진 놈이네- . 남자는 좀 전까지 마코토가 서있던 바닥을 수십초간 조용히 응시했다. 그 곳엔 명함 사이즈의 종이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아마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줍지 못한 명함같았다. 


 진짜 눈뜨고 코 베일 놈이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마코토가 떨어트린 명함을 주워 들었다. '유메도시락'이라는 가게상호와 전화번호가 박혀있는 평범한 업소 홍보용 명함이었다. 남자는 그것을 탁자에 올려 두었다. 도시락, 가게라. 남자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어번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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