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리츠씨한테 안가?




 연습실의 문을 잠구던 마코토가 마오에게 말을 걸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여덟시 십육분. 트릭스타의 연습이 끝나면 항상 제 소꿉친구를 데리러가야 한다면서 쏜살같이 나이츠의 연습실이나 b반으로 가던 마오였는데, 요새는 어찌된 일인지 트릭스타의 연습이 끝난 이후에도 마코토들과 귀가를 같이 하고 있었다. 마코토가 그저 스쳐지나간 생각을 간단히 물은 것이었지만, 순간 마오는 물론이고 역 앞 가게에 도넛을 사먹으러 가자느니 말자느니로 투닥거리고 있던 호쿠토와 스바루마저 입을 꾹 다물어 분위기가 한순간에 썰렁하게 변해버렸다.


 


 마코토는 순간 보았다. 역 앞에 도넛가게로 얼른 가야한다며 어깨동무를 한 채 마하의 속도로 자리를 뜬 호쿠토와 스바루를.




  뭐야, 나 뭐 잘못 말한거야? 덕분에 마오와 복도에 둘만 덩그러니 놓여지게 된 마코토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적잖이 당황했다. 마오의 표정은 놀이공원으로 현장학습을 가기로 한 날 우천때문에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초등학생처럼 상실감에 젖어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 질문에 뭐가 잘못인 게 있었어?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귀신에 빙의되어서 '내일 지구는 멸망하는데 너희들은 과연 뭘 할거지?'라는 종류의 어떤 엄청난 질문이라도 한거야? 난 분명 그냥 리츠씨한테 안가냐고 물어보기만 했을 뿐인데? 설마 리츠씨는 원래 3년전에 죽은 인물이고, 나는 그런 유령을 볼 줄 아는 사람, 일리가 없지. 분열되어가던 정신을 겨우 추스른 마코토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마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 마오 왜그래? 어디 아파? 갑자기 그러니까 무섭잖아-. 그냥 리츠씨랑 같이 안돌아가냐고 물은건데 그런 심각한 얼굴하…"


 "아아.. 리츠.. 아... 뭐... 그래... 난 원래 리츠랑 친했으니까.. 후후... 그렇지... 나는 리츠 옆에 안붙어 있으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인가보구나...후후후"

 


 호쿠토오오오오!! 스바루우우우우!! 제발 나도 같이 도넛가게에 데려가!! 내가 돈 다 낼게! 내가 사게해줘! 제발! 지금 이 상황만 벗어날 수 있다면 모든 지 좋으니까! 마코토는 당장이라도 복도를 뛰쳐나갈 것 같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스바루와 호쿠토가 떠나간 텅 빈 복도만을 바라보았다. 이 의리라곤 세나 이즈미 양심만큼도 없는 놈들!!! 마코토의 소리없는 비명이 복도를 울렸다.


 







 


 리츠는, 의외로 학교는 꼬박꼬박 나오고 있었다. 학교에 나와서 또 책상에 퍼질러 자는 것이 영 글러먹은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기특하게 학교는 지각하지 않고 꼬박꼬박 나와주었다. 그 공의 배후에는 '오오가미 코가'가 있는 모양이어서, 아마 코가는 리츠를 집에서 학교로 매일매일 퍼 날라주다싶이 하는 모양이었다. 코가의 손에 뒷덜미가 잡혀 등교하는 리츠의 모습을 보고 옆자리의 아라시가 '리츠군 바람피는걸까?'하고 마오에게 장난을 걸어왔지만 마오는 영 받아줄 분위기가 아니어서 '몰라'하고 냉정하게 쳐내었다. 아라시는 조금 놀란 모양새였지만 이내 흐응-하고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째 좀 찜찜했다.

 

 "무거워! 흡혈귀 자식들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귀찮게 구는데 도가 튼거냐 앙? 니들 어디가서 단체로 사람 열받게하는 방법같은거 과외받는거냐고!"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다니. 코기는 조금 분수를 모르는 거 같네ㅡ."

 "으아아아아! 사쿠마 이녀석! 오늘 너 죽고 니 형도 좀 죽자!"

 

 둘이 사이가 참 좋은 거 같네, 하고 마오는 조금 뾰로퉁하게 볼을 부풀리고 창밖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흥. 언제는 소중한 친구니 하나뿐인 친구니 뭐니 해놓고 나말고도 친구는 많은거였으면서. 아, 모르겠다. 그냥 나도 자버릴련다! 나도 이제 사쿠마 리츠따위는 안중에도 없거든! 흥이다 흥!

 

 

 

 

 

 

 

 코, 군! 코, 오오가, 코가! 오오가미!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잘 자고 있었는데. 마오는 눈쌀을 찌푸리며 책상에 박아두고있던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교실의 구석자리에 반아이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잠깐, 뭐야 무슨 일이야! 마오는 얼른 몸을 일으켜 소란의 중심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곳에는 바닥에 배를 감싸고 누워 숨을 헐떡이는 오오가미 코가가 있었다. 마오는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나와 같은 오메가다. 

 

 마오는 혼란스러웠다. 반에 오메가가 두명이나 있다니. 게다가 자신과는 다르게 코우가는 꽤 농도짙은 오메가라는 것을 마오는 냄새로 얼핏 알 수 있었다. 아마 코가는 각성해버린 것일 것이다. 지금 이순간. 가장 최악의 장소에서 말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는 선생마저 당황한채 어떻게 하질 못하고 안절부절 하기만 하고 있었다. 게 중에서는 '재 오메가야?' '진짜? 그거 다 소문아니었어?'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정말, 오오가미 코가는 운이 없다. 학교라는 최악의 장소에서 각성해버리다니. 분명 오늘 내에 전교에 소문이 나버릴 것이었다.

 

 오오가미 코가는 울고 있었다. 그 자존심 강한 코가가 눈물 콧물 나오는 것도 상관않고 처절하게 울어대고 있다니. 저건 무척 괴로워하고 있는 표시일 것이다. 마오는 같은 오메가로서 코가의 일이 제 일처럼 걱정되었기 때문에 그를 업어 보건실에 가려고 했다, 자신을 제지하는 손길만 없었다면 말이다.

 

"코기는 내가 데려다 줄게."


 마오는 한순간 몹시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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