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케! 뭐하고 있어!"


 호쿠토는 뒤에서 자신의 별명을 불려오는 다소 산만한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멀리서부터 손을 방방 흔들고 있는 마코토가 재빨리 뛰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어? 마코토? 네가 왜 거기 서 있어? 너 납치 되었던 거 아니었어? 지금까지 어디에 있던거야? 호쿠토는 혼란스러워졌다. 마코토에게 질문거리가 너무 많아 어떤 것 부터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마코토는 어느덧 호쿠토의 코 앞으로 다가와 멈춰섰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그 표정은 너무나 마코토같아서 오히려 그가 마코토라는 것이 실감나지가 않았다. 


 "홋케? 왜 그렇게 쳐다봐?"

 "너.... 왜 여기있어?" 

 "왜 여기있냐니..?"

 " 그러니까 너는 납치 된거 잖아?"

 

 납치? 마코토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호쿠토를 살폈다. 마코토에게마저 머리가 이상한거 아니냐는 눈빛을 받는 자신이라니. 조금 죽고 싶어졌다. 


 "납치라니? 호쿠토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난 내가 워..ㄴ..."


  ㅡ!! 호쿠토의 눈에 잠시 경련이 일었다. 아아, 이것은 꿈이었다. 호쿠토는 손을 쥐었다 피며 역시 이것이 현실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방금 일어난 지라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호쿠토는 얼른 시력이 돌아오길 바라며 눈을 깜빡였다. 코끝까지 찔러오는 피냄새에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아니, 이것은 피냄새때문이 아니라 아까 그새끼한테 맞아서 아픈 거겠지. 


 호쿠토는 무언가의 흉기로 여러번 내리쳐진 제 머리가 무사한지 만져보려 손을 머리에 올리려고 했지만 이내 손이 무언가에 묶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게 대체 뭐…, 시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호쿠토가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눈을 찌푸려 제 손을 묶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청테이프가 호쿠토의 손을 둘둘 말아 감고 있었다. 미친 새끼! 호쿠토는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말았다. 


"아아- 일어났어? 엄청 오래 자길래 혹시 죽은 건 아닌가 생각했었어."


 뭐 죽어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고있는 세나 이즈미가 성큼성큼 호쿠토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시력이 이제서야 제대로 돌아온 호쿠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 여기는 이즈미의 집 안에 있는 방 중에 한 곳 인 것 같았다. 별로 가구가 들여져 있지 않고, 곳곳에 trickstar시절의 마코토의 사진등이 붙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방은 아마 창고 정도 인 것 같았다. 역시, 마코토는 이새끼가 납치 한 거 구나. 호쿠토는 죽일 듯이 이즈미를 노려보았다. 뻔뻔하게 거짓말 한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자신에게 해까지 가하다니.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죗값을 받게 해줄것이다- 라고 호쿠토는 당시로서는 주제 파악을 못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지? 마코토를 납치한거?"
"글쎄ㅡ 말귀 더럽게 못알아듣네. 그러니까 내가 납치한 건 아니라고? 그렇지 유우군?"


 이즈미가 호쿠토의 어깨 너머 무언가를 보며 말을 건넸다. 호쿠토는 놀라서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곳에는, 그러니까 이즈미가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곳에는, 호쿠토 자신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바라보고 있는 그 곳에는…,


"이즈미씨ㅡ, 약, 약, 제발 약을…!제발 뭐든 할 테니까ㅡ!"






  


"뭡니까 이즈미씨 갑자기?"

"아아- 오랜만이야 유우군. 거의 십년만인가?"


 마코토는 그렇네요, 하고 조금 떨떠름하게 말했다. 십년만에 문자해서 만나고 싶다니. 십년동안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이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던 것인지. 마코토는 소름이 돋으려는 팔을 문지르며 최대한 이즈미와 거리를 두어 섰다. 이즈미가 그런 마코토를 보며 씁쓸하다는 듯 웃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잖아."


 마코토는 순간 제가 너무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즈미가 자신에게 병적으로 집착했던 것은 십년전의 일이고, 솔직히 거의 십년동안 이즈미는 저를 따라다닌 적이 없는데 자신은 예전의 경험으로 괜한 선입견을 가지고 이렇게 이즈미를 경계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아직도 이즈미가 자신을 좋아해 줄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즈미는 그럴 마음이 없는데 자신이 이상한 오해를 품어버린 걸 지도 몰랐다. 마코토는 이즈미에게 조금 미안해져서 경계를 풀고 사과했다. 


"죄송해요. 오래 전 일인데 혼자 착각해서 떠드는 것 같네요."

"아냐-. 나도 뭐, 전적이 있고. 오늘은 … 조금 사과하고 싶어서, 아, 유우군 마실래?"


 이즈미가 건네온 스포츠 드링크를 받으며 마코토는 제가 괜한 사람을 오해한것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얼마전 먼저 연락이 왔을 때는 또 자신을 어떻게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만나지 말아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사실 이즈미는 그렇게 나쁜 의도가 없던 것 같았다. 오히려 예전일을 사과하려고 자신을 만나려고 한 것 같았다. 왜 지금 와서 과거 일에 대해 사과를 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마코토는 스포츠 드링크의 뚜껑을 열어 한 입 마셨다. 아 그런데 이 뚜껑, 내가 좀 전에 땄던가?


"십년도 지난 일이지만,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아서. 유우군한테 그렇게 대했던 거. 그땐 내가 철없던 때였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유우군을 좋아해서 눈이 멀어있으니까. 아, 이런 얘기 좀 그런가?"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이즈미씨한테 일방적으로 이제부터 저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었고.. 사실 이즈미씨가 절, 큼, 그러니까 그런의미로다가 좋아해주셔서 그런거라는 거 아는데.. 괜히 제 멋대로 밀쳐내버... "


 팽 ㅡ.  갑자기 무언가에 의해 뇌가 한바탕 흔들려버린 기분이 들었다. 급격히 체온이 식는 것 같았다. 마코토는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이즈미가 건낸 음료와 아까 편의점에서 산 과자가 담긴 봉지꾸러미가 땅에 나동그라졌다. 


"유우군 괜찮아?"


  하아ㅡ, 하아. 마코토의 숨이 가빠졌다. 급격히 식었던 체온은, 이즈미가 마코토를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대자마자 다시 가파르게 달아올랐다. 왜, 이러는, 거야. 마코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즈미를 바라보았다. 이즈미는 걱정된다는 말투로, 하지만 표정은 절대적으로 웃고있는 채로 마코토에게 말을 건냈다.


"이제야, 잡았다. 유-우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즈미의 목소리는 십년 전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그 목소리에 담긴 소유욕의 농도는 짐작도 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마코토는 끝도 안보이는 저 검은 심해에 발이 붙잡혀 끌려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 지만, 역시, 이건, 많이, 위, 험 …ㅎ..ㅏㄴ,


"우리 집에 갈까 유우군?"

"......네."


 세나 이즈미는 고분고분 대답하는 마코토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었다. 그래, 우리 집에 가자. 유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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