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재수없게 왜 남의 집 앞에서 지랄이야."


 십년만에 들은 이 남자의 목소리는 어쩐지 10년이라는 간격의 위화감이 없었다. 호쿠토 앞에 선 이 남자는 십년전의 그 세나 이즈미를 바로 옮겨다 놓은 듯 십년전 기억 속의 그 남자와 어째 달라진 점이 없었다. 아, 조금 성숙한 분위기가 그나마 변한 점이라면 변한 점일까. 호쿠토 자신과 같이 삼십줄에 들어서려는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젊어보이는 이즈미였다. 성격도 그때 그대로, 아니 더 사나워진걸까. 뭐 여튼 제게 아직도 살기를 품고 있는 것은 여전해 보였다. 정확히말하자면 마코토 이외의 인물에게는 공평하게 살의를 비추는 것이지만


 호쿠토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 와중에 커피잔을 손으로 쳐버렸다. 미끄러진 커피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꽈장- 하고는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수 있을 정도의 파장력을 행사했다. 바닥에 흘러넘친 커피는 세나 이즈미의 흰 운동화에 조금 튀겨, 앗 하는 사이에 이즈미의 미간을 잔뜩 구겨버렸다. 한껏 구겨진 얼굴도 빛나는 것이, 왜 그가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모델인지 어쩐지 납득 가게 해주었다. 


 "괜찮으세요 손님?"

 걸레를 든 알바생이 황급히 호쿠토의 테이블쪽으로 다가왔다. 저보다 더 당황한 알바생의 모습에 호쿠토가 미안해져서 한쪽 무릎을 굽혀 앉은 채로 깨진 커피잔을 주우려다가 급기야 손을 베이고 말았다. 알바생은 피를 보더니 더욱 호들갑을 떨며 제가 하겠다며 호쿠토를 말려왔다. 그것을 보는 이즈미의 표정은 '정말 가지가지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호쿠토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이런 추태를 보이려고 이 남자를 만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어쩐지 카페의 실내온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 그러니까 내가 유우키 마코토를 납치한 것 같다고?"


호쿠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있어서 이즈미는 허-하고 기가찰수 밖에 없었다. 이즈미는 제 앞에 놓아진 허브티를 한모금 마시며 호쿠토를 째려보았다. 


"죄없는 사람 몰아가네? 내가 납치를 해? 언제?"

"그건 본인이 가장 잘 아시겠죠."

"난 납치한 적 없어."


  이즈미의 당당한 태도에 호쿠토는 잠시 '이 사람 진짜 마코토를 납치하지 않은게 아닐까?'하는 의문을 피웠다. 하지만, 이 사람이 아니라면 마코토에게 그런 해를 가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호쿠토 안의 직감이 이사람이 범인이라고 콕콕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 무례하다는 것을 알지만, 호쿠토는 마지막으로 무리수를 던졌다. 


 "그럼 … 이즈미씨 집을 한번 살펴봐도 됩니까?"

 "뭐야. 계속 의심하는거야? 난 납치 안했대도."

 "일단 집부터 방문해봐도 됩니까?"

 "무례하기는. 납치 안했다면 뭐해줄건데."

 "그건 …"

 "아, 뭐 됐어. 보려면 봐. 대신 후회는 하지말고. "


 이즈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쿠토는 황급히 카페 종업원에게 돈을 건네고 거스름돈도 받지 않은 채로 카페를 나와 이즈미의 뒤를 따랐다. 저랑 비슷한 신장일텐데도 이즈미의 걸음은 저보다 더 빨라서 호쿠토는 거의 빨리 걷다싶이 하여 이즈미를 따라잡지 않으면 안되었다. 며칠동안 겉만 질리도록 봤던 이즈미의 맨션은, 이즈미와 함께하자 너무나도 손쉽게 그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확실히 고급맨션답게 엘레베이터의 장식마저 모두 도금으로 되어있는 것이 신기해서 호쿠토는 넋을 놓고 보다가, 이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이즈미의 가느다란 손이 도어락의 키패드를 몇번 두드리자 손쉽게 문이 열렸다. 


 "자자- 들어가보라고. 어디 네가 말하는 그 유우키 마코토가 우리집에 있는 지 없는지 스스로 확인해봐"


 현관에서 보기에도 이즈미의 집은 잘 정리된 고급맨션같은 느낌을 줄 뿐이지 어딜봐도 사람 하나를 납치감금하고 있는 범죄장소처럼 보이지 않았다. 혹시 호쿠토 제 자신이 너무 넘겨 짚은걸까. 호쿠토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이렇게 난리를 쳤는데 헛다리 집은 것이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야 할지. 호쿠토는 조금 자신감없이진 모양으로 '실례하겠습니다..'라고 공손히 인사까지한채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마코…"


 퉁-. 무언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어? 하는 새도 없이 호쿠토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마, 이소리는. 자신의 머리를 내려치는 소리였던 것 같다. 역시, 내 감이 틀리지 않았구나. 호쿠토는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알 수 없어졌다. 이내 호쿠토의 의식은 가물가물해져 결국 한심하게도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거실에 깔려있던 흰 카펫에 호쿠토의 머리에서 나온 핏물이 스며들었다. 아아- 이거 비싼건데. 이즈미는 짜증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호쿠토의 몸을 두어번 발로 걷어찼다.


"그러니까 후회하지 말라고 미리 당부했잖아."

 


 


'옛날 글들 > 앙스타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3  (0) 2016.05.08
[이즈마코] 극성팬 03 (完)  (0) 2016.05.06
[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2  (0) 2016.05.04
[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1  (0) 2016.05.02
[이즈마코] 극성팬 01  (1) 201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