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납치된 시각은 밤 열시경으로 추정. 밤 아홉시 오십분경 인근 편의점 cctv에서 물건을 사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유우키 마코토씨의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유우키 마코토씨는 …, "


 호쿠토는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엄지가 아플정도로 거세게 눌러 껐다. tv에서 대서특필로 다뤄지고 있는 '유우키 마코토씨'라는 건 제 친구인 '유우키 마코토'와 동일인물이었다. 그러니까, 마코토가 납치되었다. 그것도 cctv영상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마코토가 납치 된 것은 이주 전. 그러니까 호쿠토가 잠시 비즈니스차 해외에 가있던 그 날이었다. 밤중에 전화해 본 마코토의 전화기는 먹통이었고, 호쿠토는 잠시 배터리가 나갔거니-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우키 마코토에게 무슨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생사의 여부가 달린 엄청난 일이. 호쿠토의 머릿속은 얼른 마코토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호쿠토는 리모콘을 손가락으로 딱딱 치며 입술을 깨물었다. 예상가는 사람이 있다. 아니, 분명 그 자식일 것이다. 호쿠토는 확신했다. 


 지금이야 다들 취직을 하고 호쿠토는 대기업의 보험회사원, 마코토는 가업을 이어받아 자그마한 청과물가게를 운영하고 나름 평범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예전에 호쿠토와 마코토는 꽤 잘 나가던 인디밴드로 활동했다. 지금이야 부끄러운 흑역사같이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팬도 꽤 많고 메이저 제의도 받았다. 메이저데뷔는 결국 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튼 그 당시 도쿄 인디밴드중에선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했기에 목숨걸고 쫓아다니는 팬들도 있었고 시기하는 밴드도 많았었다. 죽은 쥐도 받아봤고, 커터칼이 담긴 팬레터도 받아봤다. 벌써 거의 십년은 되어가는 이야기이에 몇몇 외우고 있던 극성팬들의 얼굴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다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세나 이즈미'라는 남자 팬 하나였다.


 벌써 십년도 지난 이 시점에 '세나 이즈미'라는 극성팬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일단, 극성팬은 99프로가 여자애였는데, 유일하게 세나 이즈미만이 남자 극성팬이었다. 게다가 극성팬들은 밴드 자체를 쫓아다녔는데비해,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만을 쫓아 다녔다. 밴드자체에는 사실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틈만 나면 마코토를 모델계에서 일하게 하려고 꼬셨다. 아, 그래. 그는 모델이다. 그때도 지금도 엄청 잘 나가고 있는. 사실 처음에야 유명인이 이런 인디밴드의 공연에 와주니까 더욱 설레고 이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가면 갈 수록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에게 집착했고, 자기가 그의 애인인 것 마냥 굴어왔다. 그것을 참다못한 마코토가 한번 세나 이즈미와 대판 논쟁을 벌인 이후로, 세나 이즈미가 안 쫓아다니게 된 모양이었지만 호쿠토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닐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밴드시절의 이야기인데, 호쿠토는 우연히 이즈미와 독대하게 된 일이 있었다. 아마 다른 멤버들은 간식을 사느라 대기실에는 호쿠토만 남았을 것이고, 이즈미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대기실에 들어오는 것을 너무나 쉽게 허락받았을 것이다. 이즈미는 마코토가 없는 대기실을 한 번 눈으로 훑더니 이내 호쿠토는 공기취급을 하며 무시한 채 뒤돌아 나가려고 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괜한 간섭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호쿠토는 그 때 세나 이즈미를 불러 세워우곤 말했다. '당신 너무 심한거 아닙니까.'라고. 그 말에 이즈미는 조금 자극 받은 듯 뒤돌아 보았으나, 호쿠토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즈미의 비웃음 섞인 말일 뿐이었다. '니가 뭔데 나한테 충고질이냐? 좆만한게'


  그 이후에도 세나 이즈미의 끊임없는 구애공세는 계속 되었고, 한 번은 대기실에 놀러온 여자아이와 세나 이즈미가 대판 몸싸움을 벌일 뻔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이즈미였기에, 호쿠토는 그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코토와 다툰 뒤에 이즈미가 순순히 마코토를 따라다니지 않게 된 것을. 분명 언젠가 한번은 큰 일을 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호쿠토는 생각했다. 분명, 마코토는 세나 이즈미에게 납치되어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을 마코토를 찾아 내야만 한다. 


 







 세나 이즈미의 집 주소는 팬카페에 가입해 조금만 열심히 활동하는 척을 하니까 너무나도 쉽게 구해졌다. 이런 걸 보면 연예인이 정말 극한직업이다 싶었다. 호쿠토는 이즈미의 집주소를 적어놓은 쪽찌를 주머니에 넣고 그 곳으로 향했다. 세나 이즈미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고급맨션에 살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경비가 삼엄해서 호쿠토는 이즈미가 사는 맨션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쿠토는 무작정 관찰했다. 고급맨션으로 들어가는 연예인용 밴을 발견 한 것은 호쿠토가 맨션 앞 커피숍에서 죽치고 관찰한지 3일째 만에 이러낸 쾌거였다. 호쿠토는 일단 이즈미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즈미의 밴이 나오면 그 앞을 가로막고서라도 얘기할 기회를 가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둘의 독대는 예전처럼 결국 예측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아니, 이즈미의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호쿠토는 맨션이 가장 잘 보이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하루종일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 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호쿠토가 고개를 까닥이며 잠에 빠져들려는 사이, 어떤 거친 손이 호쿠토를 흔들어 깨웠다. 아, 씁-. 침을 흘리고 있던 호쿠토가 얼른 입가에 흐르는 침을 손등으로 닦으며 자신을 흔들어 깨운 누군가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호쿠토는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야, 재수없게 왜 남의 집 앞에서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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