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몰랐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7살의 생일선물로 기타를 품에 안아본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오직 음악이라는 것에 맞춰져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음악에 전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정도 잘 살았던 집안과 인간불신이라는 모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 타고난 외톨이 기질 때문인지도 몰랐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에 담임은 유메노사키라는 고등학교를 나에게 귀띔해줬다. 본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만약 합격한다면 자취를 해야하는 곳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아마 이 낮은 성적으로 그런 명문고등학교를 붙게 된다면 부모님은 기어이 눈물을 흘리시며 얼마든지 자취비를 대주실 테니까 걱정은 없었다.
유메노사키에 견학을 간 것은 원서를 쓰기 일주일 전,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드림패스인지 뭔지를 하던 기간이었다. 사실 아이돌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것들이 음악을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냐는 삐뚤어진 마음으로 향한 곳이었다. 학교 안에는 쓸모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관객들의 대부분은 여학생들이라서 내 얼굴은 금세 질색이 되었다. 그중에서는 'fine'이니 '사쿠마 레이'이니하는 응원굿즈들을 들고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아까 복도에서 팔던 것들을 보며 저런게 팔리겠어?하고 코웃음쳤던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굿즈를 든 채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이보라고들, 그 굿즈 하나 살 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 몇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줄 알아? 라고 호통쳐주고 싶었으나 굳이 모르는 사람에게 시비 걸 정도로 난 용기있지 못했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곧 몇팀의 공연이 지나갔다. 물론 그 중에서야 몇몇 괜찮은 노래를 하는 놈도 있었으나 여자애들에게 비위를 맞추기위해 일부러 달아빠진 노래를 하고 있는 놈들에게는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곳에 오면 마음껏 음악할 수 있다고 해서 원서를 넣으려고 한 것인데, 저렇게 팀을 꾸려서 활동을 해야만 한다면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그저 홀로 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차라리 집 근처의 일반고를 넣어서 방과후에 음악에만 매달리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이곳까지 견학을 온 시간은 아깝지만 역시 이 학교랑은 연이 없나보다-하고 자리를 뜨려할 때, 그 때 내 인생을 바꿔놓은 목소리가 나를 잡아챘다. 정말이지 그때 조금만 늦었더라면 내 인생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여러분, 즐기고 있어?"
왜 그 목소리가 유독 시선을 채갔는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인생사란 이해하려 들 수록 이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 아니겠는가. 아니면 흡혈귀녀석이 항상 주장하듯 그가 진짜 흡혈귀라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지도 몰랐다. 사실 그 웃기는 농담에는 조금이나마 대꾸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으나 가끔은 정말로 그녀석이 흡혈귀가 아닌지 의심가는 순간은 종종 있다.
우습게도 내가 흡혈귀녀석의 목소리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한 그 사이에 라이브무대는 시작되었다. 솔직히 노래자체는 앞서 불렀던 녀석들보다 월등히 잘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을 끄는 무언의 힘이 더해져서 노래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사쿠마 레이 너무 멋져..'하고 감탄사를 흘리기에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사쿠마 레이.' 내 의지에 의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는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날로 돌아가서 나는 유메노사키에 원서를 썼고,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오오가미 코가라는 이름을 올렸다. 정말이지 그녀석과 같이 음악할 생각으로 그때는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유메노사키에서 입학허가장이 날라온 그 날, 어머니는 내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질 나쁜 학교에 가서 질 나쁜 아이들이랑만 어울리는 거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마음 고생을 하신 모양이었다. 내가 그렇게 부모님 걱정만 시키는 못된 아들이었나 …하는 충격도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명문고에 합격했으니 그 걱정은 실현되지 않은 셈이었다. 아버지도 내심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코끝이 조금 빨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그 날 밤은 고기파티였다. 너무 많이 먹어서 이대로 아이돌치곤 몸매가 뒤딸린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 그렇게 레온과 둘이서 도쿄에서의 자취를 시작했다.
입학하는 날은 벚꽃이 만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4월이다보니까 전국 어느 학교에가나 벚꽃이 만개했겠지만 유메노사키의 벚꽃은 유독 더 아름다웠다. 아무래도 아이돌학교다보니까 심미성을 중요시 여겨서 학교의 나무 하나하나까지 잘 정돈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교문을 지나자마자 쉴새없이 내 앞으로 건네지는 동아리 홍보지에 나는 지레 기겁을 했다. 교문에서 교실까지 이동했을 뿐인데 홍보지는 내 품 안에 한아름 안겨 있어서 처치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것들을 그대로 쓰레기통 안으로 직행시키고 나는 창가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한 반의 인원이 적어서인지 같은 반의 동급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시덥지 않은 인사치레를 해오길래 나는 싹 다 무시한 채 오로지 이것 하나만을 물었다.
"너, 사쿠마 레이라고 알아?"
역시 그 녀석은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그 동급생 녀석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줬다고 생각해서 기쁜 것인지 제가 아는 온갖 정보를 떠벌댔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그녀석에는 조금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그 동급생녀석에게 얻어낸 정도를 바탕으로 사쿠마 레이가 멤버로 있는 유닛에 들어갔고, 그녀석과 같은 동아리를 택했다. 그리고 유닛 모임이 있어서 그 녀석을 제대로 처음 대면했을 땐 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으로 생겨도 되나하고 쓸모없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그때는 멀어서 거의 성냥개비 수준의 녀석을 봤기 때문에 목소리로만 녀석을 기억했지만, 사실 얼굴까지 몹시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사쿠마 레이라는 남자는.
"안…녕하세요, 사쿠마 선배님"
그가 날 보고 오른손을 건네왔다. 악수를 하자는 의미였다. 나는 평범한 악수요청 하나에도 너무나도 긴장해버려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고 올 걸 하는 후회를 할 정도였다. 내민 손을 잡았다. 혹시 손바닥으로도 심장의 빠르기가 느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첫 기타를 선물로 받은 7살의 그 날도 이렇게 설렜던 것 같다.
* 제목을 뭘로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반례로...
반례제 떡밥 최곱니다..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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