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로마츠선생님ㅡ. 제 그림도 봐주세요!"

 기대에 가득차있는 똘망똘망한 눈빛. 아이는 제 스케치북의 그림을 쵸로마츠의 눈높이로 최대한 올리기위해 까치발까지 동원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래도 아이의 노력만으로는 눈높이에 닿는 것이 불가능해서, 쵸로마츠는 제가 무릎을 어느정도 굽힌 후에야 아이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스케치북에는 크레용으로 한껏 칠한 아이의 가족이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져있었다.


 "잘 그렸죠 선생님?"

 아니, 무척 형편없는데. 쵸로마츠는 대답대신 그저 빙긋 웃었다. 아이는 그것을 칭찬의 뜻으로 알아듣고 무척 기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역시 아이들은 싫다.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그냥저냥 성적맞춰 초등교육과를 들어가 어쩌다 운좋게 임용에도 합격해서 그저 학교 선생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쵸로마츠 본인은 아이들에게 꽤 인기있는 편이어서 선생이 꽤 천직인 듯 했다. 


 쵸로마츠는 모두가 돌아간 교실을 대충 정리하고, 자물쇠로 문을 잠궜다. 초등학교 교사는 이런 점이 좋다. 중,고등학교 교사들보다 퇴근시간이 빠르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초등학교의 복도는 너무나 고요해서, 쵸로마츠의 발걸음 소리가 크게 진동한다. 쵸로마츠는 주차장에 세워진 제 차에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어쩐지 오늘은 도로가 정체여서, 쵸로마츠는 핸들을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두드린 채 시계를 무의식적으로 여러번 들여다본다. 다행히 큰도로를 빠져나가자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쵸로마츠는 자신의 인내심이 다하기 전에 맨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쥬시마츠. 나왔어."

 쥬시마츠는 거실에 엎드려 무언가 그리고 있었다. 색색의 크레용이 주변에 퍼져있었고, 후드티 소매에는 크레용자국이 묻어있어 심미적으로 보기 불쾌했다. 쥬시마츠는 스케치북에 박아둔 제 시선을 쵸로마츠에게로 돌렸다. 그리곤 한번 씨익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그림에 집중을 한다. 쵸로마츠는 기분이 더러워진다. 쥬시마츠의 그림은 오늘 낮에 본 그 초등학생의 그림보다 못해서, 쵸로마츠의 미간은 구겨진다.


 쵸로마츠는 한창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쥬시마츠의 옆구리를 걷어찬다. 갑작스러운 폭력에 쥬시마츠는 컥-하고 숨이 막히는 소리만을 낸 채로 등을 굽혔다. 본능적으로 몸을 말아 폭력에 방어하고자 했으나, 쵸로마츠는 그 틈을 주지 않고 쥬시마츠의 배를 걷어찼다. 끄억 ㅡ. 이번에는 조금 더 제대로 된 비명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쥬시마츠의 눈동자가 뒤집어졌다. 


 아이는 싫다. 예의없는 아이들은 더욱 그러했다. 쵸로마츠는 이번에는 쥬시마츠의 배를 위에서 발로 내리찍었다. 뒤집어졌던 쥬시마츠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아무리 미숙한 쥬시마츠여도 이번만큼은 위험하다고 깨달았는지 재빨리 쵸로마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형 … 형… 하고 불러오는 쥬시마츠의 목소리는 꽤나 절박한 것이어서, 아무리 매정한 쵸로마츠라도 조금 심했나?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역시 자신은 이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이길수 없다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아이를 다루듯 쵸로마츠를 조심스레 일으켜 세웠다. 


 "밥은 먹었어?"

 쥬시마츠가 고개를 젓는다. 사실, 쵸로마츠는 쥬시마츠가 밥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밥을 해두고 가지 않았으니까.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에게는 주방을 쓰지 말것을 신신당부했기에 쥬시마츠는 쵸로마츠가 없으면 밥하나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 얼마나 배고팠을까 우리 동생-. 쵸로마츠는 아침에 출근을 했기 때문에, 쥬시마츠는 사실 상 오늘 하루 아무것도 못 먹은 것과 다름 없었다. 얼마나 날 기다렸을까 - 라는 기분좋은 가설에 콧노래가 절로나왔다.


 오늘은 나의 사랑스러운 형제를 위해 조금 솜씨를 부려보도록 하자라는 생각으로 쵸로마츠는 냉장고를 열었다. 다행히도 파스타의 재료가 남아있었다. 쵸로마츠는 꽤 요리를 잘 하는 편이었기에, 완성된 파스타에서는 꽤 프로다운 풍미가 느껴졌다. 그것의 반을 접시에 담으며 쵸로마츠는 조금 모자른가-하는 평온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당연한 듯이 주방의 바닥에 놓여있는 개밥그릇에 부어버린다. 쵸로마츠는 제 접시를 들고 식탁에 앉은 후 사람답게 그것을 음미했다. 쥬시마츠는 개와같은 몰골로 얼굴을 그릇에 처박고서 음식물을 섭취했다. 쳡쳡소리가 꽤 방정맞게 들리는 것을 보니 쥬시마츠의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쵸로마츠가 파스타를 다 먹었을 쯤에, 쥬시마츠도 그것을 다 섭취한 후라서 쵸로마츠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그리고 제 컵에 한 잔 따른 후, 쥬시마츠의 개밥그릇에도 가득 부어주었다. 일어선 상태로 물을 수직하강으로 부어버려 밥그릇 주위에 튀어버렸지만, 그것은 쥬시마츠가 말끔히 핥아먹었다. 인간답지 못한 쥬시마츠의 행동에 쵸로마츠는 진심으로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쵸로마츠의 그곳은 벌써  벌떡 선 채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있어서, 쥬시마츠가 제 밥그릇에 부어진 물을 다 핥아먹기도 전에 그 이마를 발로 차버렸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범하는 것은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찾아보면 자신과 다른 점도 많다. 쥬시마츠쪽이 조금 더 눈동자가 컸다. 지금은 눈을 찡그리고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왠지 그게 얄미워서 쵸로마츠는 조금 더 깊게 쥬시마츠를 찔렀다. 연인 사이에 행해지는 다정한 애무는 없다. 안 쪽이 너무나 뻑뻑해서 쵸로마츠는 조금 힘을 빼라는 신호로 쥬시마츠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 하지만 그것을 폭력이라고 인식했는지 쥬시마츠가 너무 조여와서, 쵸로마츠는 흣-하고 나지막히 신음을 내었다. 


 행위가 끝나고 식탁 위에 널브러진 쥬시마츠가 멍- 하게 천장만 바라보고 있어서 쵸로마츠는 그런 쥬시마츠가 조금 낯설었다. 


 "뭐하고 있는거야, 쥬시마츠?"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있어."

 "어떤?"

  도망치고 싶다던가, 죽고싶다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없는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라는 말은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의외에 단어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올 질문에 대한 답에 귀를 기울였다. 


 "형은 나를 너무 과보호 하는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