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일하고 있는건가? 그 인성으로 잘도 사회생활 하고 있네. 쥬시마츠는 상대와 자신의 기가막힌 인연에 질려버려서 이쯤되면 신이 정말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는 어느샌가 쥬시마츠의 곁으로 와서 기분좋은듯 흥흥-허밍을 넣고 있었다. 이 회사 사장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놈에게 월급을 주고 있는거야. 쥬시마츠는 상대와는 반대로 기분이 나빠져서, 상대를 무시한 채로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물론 고지식한 쥬시마츠의 핸드폰에는 그 흔한 게임하나 깔려있지 않아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에게 오늘 늦을지도 모르니 먼저 밥 먹고 있으라는 문자를 보내놓을 생각으로 전화번호부를 켰다.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을 대놓고 들여다보고있는게 느껴졌지만, 쥬시마츠는 그것마저 무시하기로했다. 


 "헤에ㅡ.동생이름이 토도마츠야? 당신이름은 뭐야?"

 "신경끄시죠."

 "아-. 매정해! 나 매정한 사람한테 엄청 흥분되버려."


 이새끼 뭐야..인성만 쓰레기인줄 알았더니, 변태새끼이기까지 하잖아? 쥬시마츠는 어쩐지 두려워져서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을 인지했다. 쵸로마츠씨 빨리 와주세요! 


 "당신 이름… 안알려줄거야?"

 "그쪽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왜 제 이름이 궁금한 겁니까?"

 "그야, 취향이니까."

 "호몹니까?" 

 "우와, 나 서버렸어."


 쥬시마츠는 제 딴에는 한층 경멸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바라봤건만, 어쩐지 상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마약근거지라 사원들도 다 마약을 거하게 하고 다니는건가, 대체 사원을 어떤 기준으로 뽑는거야 이 회사는. 차라리 이딴 놈에게 돈을 줄 바에야 나를 입사시켜줘!라는 심정이 된 쥬시마츠였다. 정말 역겹게도, 남자는 그 곳을 제대로 세우고 있어서 쥬시마츠는 보지 않을래야 그것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씨발, 진짜! 


 다행히 쵸로마츠가 커피를 두 잔 들고 나타난 것은 마침 쥬시마츠의 이성의 끈이 끊기기 바로 직전의 타이밍으로, 쥬시마츠는 남자의 멱살을 잡으려고 준비하던 손을 풀고 정말 은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쵸로마츠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쵸로마츠는 제 사장과, 쥬시마츠가 왜 같이 있을까- 게다가 제 사장의 거기는 또 왜 서있는걸까- 하고 제 나름대로의 추리를 머릿속으로 해나갔다. 하지만 이내 제이슨의 머리는 제 수준에선 절대 이해불가하다는 것을 깨닫고 답을 찾기를 그만 두었다. 그나저나 쥬시마츠씨가 곤란한 상황인거 같으니, 상황을 정리해야겠지.


 "사장님. 쥬시마츠씨는 저와 이야기 중입니다. 잠깐 자리를 피해주시겠습니까?"

 "아아ㅡ 이 이쁜이 이름이 쥬시마츠구나-, 하지만 나 이 회사 사장이니까 회사에 오는 손님은 내가 극진히 대접하지 않으면 회사의 평판같은거 떨어지잖아? 그러니까 제대로 상대해주고 있었어. "

 

 존나 괴롭히신거겠죠 사장님. 왠지 쥬시마츠가 제이슨의 마음에 들어버린거 같은데… 하고 쵸로마츠는 조금 걱정을하며 커피 한 잔을 쥬시마츠쪽으로 놓은 후 그것을 권했으나, 쥬시마츠는 할일이 있으니 얼른 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변명을 늘어놓은 후 미팅룸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그런 쥬시마츠의 뒷모습을 보며 쵸로마츠는 쯧쯧 하고 혀를 두어번 찼다. 전생에 무슨죄를 지었기에 이 사이코놈이랑 엮이는고. 안쓰러운 자로다.


 "쟤 이름이 쥬시마츠라고?"

 "…네. 아마 저희쪽 중간상인듯 합니다."

 "아아 ㅡ. 재밌네. …이틀이면 조사 가능하지?"

 "…힘써보겠습니다."









 물건을 제대로 전달했다고 카라마츠에게 짤막한 문자를 보내니, 금세 카라마츠로부터 수고했다는 답장이 날아왔다. 아- 기운빠져-. 쥬시마츠는 폴더를 닫았다. 그나저나 그 놈이 사장님이었다니. 이름이 사장님인게 아니고서야, 그 변태놈이 제이슨사(社)의 사장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잘도 그런 미친 젊은 놈이 그런 조직을 운영하고 있구나. 여하튼, 어차피 그다지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이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쥬시마츠는 안이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다섯평 짜리 보금자리로 향했다. 겨울이라 해는 일찍 져서, 집으로 가는 길이 꽤 어둑했다. 제 집이 있는 곳은 이 골목의 가장 위쪽이라, 쥬시마츠는 부지런히 걸음을 걸었다. 


 "토도마츠 ㅡ. 형왔어. 저녁은 먹었니?"


 쥬시마츠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동생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tv를 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고개를 돌려 쥬시마츠를 보고 웃는다. 눈에 넣어 아프지 않은 제 하나뿐인 피붙이.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위해선 그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을 살아있어야 한다. 제 동생은 똑똑하고 세상을 잘 살아갈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이 아니다. 적어도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회사에 취직할 때 까진 절대로 죽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난 먹었어. 형 밥 차릴까? 안먹고 왔지?"

 "아냐. 형이 차릴께. 그나저나 방이 좀 차네. 돈아끼지 말고 좀 틀라니까."

 "난 젊어서 그런지 괜찮은데 ㅡ. 형이 늙어서 그런거 아니야? "


 장난식으로 쥬시마츠가 늙어서 그렇다-고 농을 걸어오는 토도마츠의 머리에 해드락을 가볍게 걸고선 쥬시마츠가 이녀서어억-하고 토도마츠의 머리를 조였다. 이내 항복하는 토도마츠의 투정에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놓아준다. 어렸을 적 부터, 그 힘든 상황을 겪어오면서도 항상 밝은 아이였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기특해져 머리를 잔뜩 손으로 흐트려주었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쥬시마츠가 10살되던 무렵에 교통사고로 두 부모님을 잃었다. 그렇게 유복한 집안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꽤 큰 액수의 돈이 떨어졌고 처음에는 그것을 노린 큰아버지의 손에 키워졌다. 그렇게 5년정도 키워졌을까. 그 동안 그 돈은 큰아버지의 도박으로 이미 수중에 사라진 지 오래였고, 쥬시마츠는 큰아버지의 손찌검을 당하며 살아왔다. 그것을 버틸 수 있던 것은 토도마츠때문이었다. 하지만 큰아버지가 토도마츠에게까지 손찌검을 뻗쳐왔을때, 쥬시마츠는 망설임없이 얼마의 돈을 훔쳐 토도마츠와 함께 집을 나왔다. 그때가 중학생때였다.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키웠다. 자신은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땄지만, 토도마츠 만큼은 매일 번듯하게 다려진 교복을 입혀 학교에 보낼정도였다. 낮시간엔 아르바이트, 저녁시간엔 경찰시험을 공부하며 독하게 경찰시험에 붙고 그때의 쥬시마츠는 이제는 한숨 돌려도 좋아-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도마츠의 병이 발견되었던 것은 그 무렵으로 토도마츠의 수술비와 병원비,약값등을 감당하기 위해 쥬시마츠는 결국 마약밀거래에도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그것이 걸려서, 이 꼬라지지만. 


 "형, 최근에 꽤 귀여운 아이랑 사귀고 있어"

 "그래? 나중에 형한테 한번 소개시켜줄래? "

 "으 ㅡ 음. 그건 고민해보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토도마츠의 웃음을 지켜줄 수 있다면 자신은 무엇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쥬시마츠. 스물 다섯. 우와 ㅡ 동갑이네. 그리고, 카라마츠한테 공급받고 있고 …, 원래는 경찰이었고 오오. 이건 좀 많이 흥미로운 점이네. 수고했어. "

 

 쥬시마츠에 대한 기록사항이 적혀있는 파일을 탐독하며 제이슨은 입꼬리를 찢어 웃었다. 그 기록을 조사했던 쵸로마츠는 왠지 마을의 아리따운 처녀를 도적한테 팔아치운 듯해서 마음속에서 조금 찔리는 것을 느꼈다. 아마, 제이슨이 이치마츠를 점찍은 듯 한데.. 아무리봐도 그렇게 외적으로 뛰어난 편은 아니었고, 어디로보나 평범한 남자였을 뿐인데 왜 하필 제이슨의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제이슨이 남자취향이라는 것은 놀랄 일이었다. 적당히 여자들이랑도 하고 있다고 알고있는데, 남자까지 손뻗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 


 "저 …어째서 이남자를 …"

 

 주제넘은 참견이라는 건 알지만 원래 호기심이란 게 무서운 법이다. 판도라도 호기심에 못이겨 인간세계에 악을 뿌렸지 않은가. 쵸로마츠는 말하고서 제가 좀 무례했나-라고 제이슨의 눈치를 살폈지만 제이슨은 오히려 그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웃고 있었다. 이 세상에 웃을때 더 소름돋는 건 이 녀석밖에 없을거다. 


 "한번 하고싶어서. 우는 모습이 꽤 예쁠거 같거든."

 

 쵸로마츠는 이왕이면 쥬시마츠가 일본을 떠나 어디든 달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