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님. 아래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아ㅡ. 키키키, 왔구나 왔어. 스으으으즈미가 왔다고! "


 쵸로마츠는 제이슨을 몇 년 동안 곁에서 보좌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제이슨은 끔찍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지옥에 있는 악마가 저런 형태라면 쵸로마츠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천국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악마새끼가 인간세계에 잘못 태어난 건 아닐까 ㅡ 라고 생각될 정도로 제이슨은 끔찍한 녀석이었다. 그런 제이슨 곁에서 몇 년간을 버텨온 자신도 이미 악마새끼에 가까울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제이슨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제이슨은 의자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지하를 향해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제이슨의 허밍이 맴돌았다. 언제나 들어왔던 것과 같은 허밍이었다. 대체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제이슨의 기분이 좋을때는 항상 저 허밍이 따라다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좋은 일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을 죽일때나, 사람을 고문할 때로 쵸로마츠는 저 허밍소리만 들으면 기괴한 기분이 들어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제이슨은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쵸로마츠도 그 뒤를 조용히 따른 후, 확실히 지하실의 문을 닫았다. 지하실이라고 하는 것은 말만 들었을 때는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창고같지만, 여기서의 지하실은 조금 다른의미로 통했다. 대부분 빚을 진 놈을 처리하거나, 배반자를 처단하는 장소. 항상 지하실만 오면 쵸로마츠는 머리가 지끈 아팠지만, 제이슨은 지하실에선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평소보다 텐션이 올라갔다.


 지하실엔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그 의자 위에 건강한 신체를 한 남자가 묶인 채로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고 하고있었다. 하지만 입도 청테이프로 막혀져있는 상태라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내용이야 뻔하겠지. 살려달라던가 용서해달라던가. 사람은 죽음 앞에서는 항상 추해지기 마련이니까. 쵸로마츠는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자신이 아닌 것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공구함을 열었다. 물론 평범한 공구함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지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도구들을 담아놓은 공구함이었다. 


 "으읍..으읍..!!!!"

 스즈미는 최근에 조직의 창고에서 마약 약 5kg을 빼돌렸다. 평소에도 조금 교활했던 조직원으로 평판이 좋지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가는구나-싶었다. 사실 5kg는 조직이 보유한 양에 비한다면 없어진다고 그다지 신경쓸 정도가 아니었지만, 조직은 원칙에 살고 원칙에 죽는 곳이 아니던가. 그리고 절도죄는 역시 국가가 인정하고 있는 엄연한 범죄였다. 제이슨이 스즈미의 입에 붙어있던 청테이프를 떼자, 역시나 용서를 구하는 멘트들이 쏟아져나왔다.


 "자…자비를..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저도 말려들어서..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해주신다면…"

 "헤ㅡ 에. 무척 재밌는 말을 하네. 용서를 구해주면? "

 "조직에 절대적인 충성을 ..!"

 "그럼 나한테 절대적으로 충성한다는 거네?"

 "네..네! 그러니까 용서를 구해주시면..!"

 "으흠 ㅡ. 좋아 좋아! 나 무척 자비로운 보스니까. 으ㅡ음. 그러면, 최대한 내 취향에 맞는 비명 들려주지 않을래? 명령에 따른다고 했으니까 이정도는 해줄거지?"


 결국 어느쪽이나 죽이겠다는 거잖아 그거. 역시 악취미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제이슨이 공구함에서 날이 바짝 올라서있는 사시미칼을 꺼내들자 스즈미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음역의 소리를 내었다. 아, 저녀석 은근 오페라에 소질있는거 같은데? 하고 쵸로마츠는 생각하다가도 이내 자신도 제이슨화가 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내 흠칫 놀랐다. 


 

 





  내 대신 물건 좀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라고 부탁받은것이 오전의 일이었다. 카라마츠로부터의 연락은 드물었기에, 쥬시마츠가 의문을 가진채로 전화를 받으니 최근에 조금 급한 일을 마무리하느라고 해외에 나가기 때문에 마약공급처에게 장부를 가져다주는 것이 곤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별로 여러울 것도 없기에 쥬시마츠는 흔쾌히 허락했다. 마약공급처라는 것은 아무래도 범죄조직을 말하는 거지만, 장부만 전해주면 된다고하니 그다지 위험할 건 없어보였다. 위험했다면 카라마츠가 자신을 주선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몇번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사무실 주소를 알려준 후 전화를 끊었다. 쥬시마츠는 착실히 주소를 받아적곤, 그 곳에 도착했다.


 사무실이라고 해봤자 콘테이너 몇개를 붙여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이 곳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꽤 엄청난 숫자의 금액이 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전직 경찰주제에 마약거래 현장에서 범죄를 소탕하기는 커녕, 그 범죄자와 협력하는 꼴이라니 ㅡ. 우습긴 했어도 인생이란 그런것이었다. 그깟 정의보다, 쥬시마츠는 당장에 낼 집세 마련이 더 중요하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가 알려준 위치에서 장부를 찾았다. 꽤 카라마츠에게 신뢰받고 있구나-라는 것을 체감한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중요한 장부를 맡긴다는 것은 꽤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쥬시마츠가 카라마츠를 믿는만큼, 카라마츠도 쥬시마츠를 믿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그것을 들고 곧장 카라마츠가 알려준 조직으로 향했다. 조직이라고 한다면 어쩐지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창고가 연상되지만, 제이슨사(社)는 대부업을 공공연하게 하는 곳으로 조폭들 주제에 그럴싸한 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조금 긴장한 상태로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대리석이 멀끔하게 닦여져 있는, 여느 대기업의 로비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에 쥬시마츠는 이 곳이 일본 최고의 마약 공급지라고 믿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말 대로 안내데스크로 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카라마츠씨의 장부를 대신 가지고 왔습니다. "


 안내데스크의 여인은 신원확인이 안 된 쥬시마츠를 한번 훑어보다간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허락이 떨어졌는지 들어가도 좋다- 7층 미팅룸으로 가보라-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여인에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사를 표한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 금방 7층 미팅룸에 다다랐다. 7층 미팅룸에서 쥬시마츠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스타일이 좋은 호감형으로, 자신을 '쵸로마츠'라고 소개하는 남성이었다.


 "아ㅡ. 연락은 받았어요. 카라마츠의 대신으로 장부를 가져오신다고. 감사합니다. 저와 카라마츠씨는 나름대로의 친분이 있기 때문에 … 카라마츠씨가 신뢰하는 분이라면 분명 제가 신뢰해도 좋을 분이겠죠. 이 장부가 맞네요. 여기까지 전달해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아, 제쪽이야 말로 항상 감사드립니다..여러모로."

 "혹시 차나 커피라도…"

 "아, 커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카라마츠의 대신이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대접받는 거 보면, 여기서도 카라마츠씨 존경 받고 있구나 - 라는 것이 느껴져서 왠지모르게 쥬시마츠는 마음이 따듯해졌다. 쵸로마츠가 그럼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미팅룸을 나가면, 쥬시마츠는 조금 심심하게 되어서 책상을 두드려 비트를 만들거나 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그나저나, 그때의 그 허밍 ㅡ. 요상하게 머릿속에 맴도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인데 이상하게 생각 안난단 말이지 ㅡ. 


 "쵸로마츠. 여깄어?"

 무방비하게 날아든 새로운 목소리에 쥬시마츠가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 알바생씨네 ㅡ? "

 절대 잊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남자가 그 앞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