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마츠. 저녁은 잘 챙겨먹었어? 냄비에 고기조림 있으니까 그거 먹어.」

 문자의 전송버튼을 누르고 '전송이 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자 쥬시마츠는 핸드폰의 폴더를 닫았다. 아직도 폴더폰을 쓰는 젊은이는 자신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불편함을 못느끼고 있으니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동생인 토도마츠는 그런 형이 애늙은이같다며 가끔 놀려대곤 했으나, 사실 가난한 집안 사정때문에 형이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쥬시마츠의 낡은 폴더폰에 마음 아파하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의 편의점은 평소보다 손님이 없었다. 아무래도 회사주변에 위치하는 곳이라 그런 것 같았다. 아까 숙취해소제를 사간 손님 한명, 그리고 좀 전에 핫팩 하나를 사간 손님 한명. 그렇게 두시간동안 쥬시마츠는 손님을 총 두명 받았다. 조금 날로먹는 기분이 들지만,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한 후 쥬시마츠는 폐기된 삼각김밥들 중 하나의 포장을 뜯었다. 참치마요맛. 좋아하는 맛이었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폐기된 우유도 여럿 있어서, 그 중 하나의 입구를 벌리곤 쥬시마츠는 이정도면 꽤 호화로운 크리스마스 만찬 아닌가? 하고 머리를 굴렸다. 


 제작년 크리스마스는 어땠더라. 아, 켄씨들과 지냈구나. 오랫만에 옛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쥬시마츠는 왠지 울컥해졌다. 방금 깠던 우유를 한입에 들이키며 쥬시마츠는 분위기를 전환해보려했으나 오히려 목에 걸려서 사례가 들려버렸다. 켁켁 ㅡ. 꽤 추한 꼴로 헛기침을 하면서 쥬시마츠는 이런 자신이 조금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쥬시마츠는 경찰이었다. 돈을 잘 벌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박봉인 것도 아니었다. 동료는 좋았고, 직업은 꽤 적성에 맞았다. 감식관을 했기 때문에 시체를 본다던가 하는 일에 적응하는 것은 비위가 약한 쥬시마츠에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결국 적응했고, 동료들로부터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확실히 그것만으로는 토도마츠의 수술비를 감당하고, 학비를 대주기엔 무리가 있었다. 또한 사춘기가 되가면서 토도마츠가 원하는 물건이 늘어나서,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용돈을 더욱 두둑히 챙겨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동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다는 것이 쥬시마츠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어, 쥬시마츠는 마약밀매에 연류되고 말았다. 단순히 도매상에게 마약을 사서 소량으로 그것을 나눠 팔 뿐이었지만 당연하게 그것은 범죄였다. 경찰이었기 때문에 나름 그 지역 범죄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을 역이용하여 범죄자들에게 접근해 소량의 마약을 팔아왔다. 들키지 않을까 ㅡ 하는 초조함과 큰 돈의 유혹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항상 후자에 이끌려 약 2년간 그렇게 마약거래를 해왔다. 그것을 들켰던 것은 마침 마약범죄를 소탕하러 출동한 자신의 상사. 원칙대로라면 감옥에 가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상사는 평소 성실했던 자신의 행실과 불우한 가정형편을 고려해 사퇴선에서 끝내주었다. 그 점은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아, 혼자있으니까 또 감상에 젖어버리네. 역시 혼자있으면 정신상태에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쥬시마츠는 이것만 먹고 바닥이나 한번 걸레질 할까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 한 입 남은 삼각김밥을 입속으로 우겨넣었다. 그때, 딸랑 ㅡ 하고 문쪽에서 소리가 났다. 최근에는 편의점 문이 다 자동문이지만, 이 곳의 편의점문은 어째서인지 손으로 직접 열어야 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손님이 올 때마다 제 혼신을 다해 진동하는 문 위의 작은 종은 꽤 기분 좋은 소리를 내서, 쥬시마츠는 자동문보다 이쪽이 귀여운가-하고 항상 생각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곧 장 카운터로 걸어왔다. 저런 경우는 99퍼센트의 확률로 담배를 사려는 손님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골초인지, 편의점에 들어오면서도 남자는 담배를 제 손가락에 끼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별별 진상 손님은 다봤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기에 쥬시마츠는 당황했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않고 쥬시마츠쪽으로 오더니 담배 이름을 하나 뱉었다. 쥬시마츠는 얼른 담배나 주고 보내버리자- 라는 생각으로 담배를 찾아 포스기에 찍고 그것의 가격을 말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크…읍. 콜록,"

 쥬시마츠의 시야를 가린 것은 담배연기. 그 담배연기는 앞에 서있는 남자의 것. 씨발 뭐 하다하다가 이런놈이 다있어. 쥬시마츠는 손님에게 욕을 뱉으려는 것을 겨우 눌러담고, 남자를 살짝 노려보았다. 쥬시마츠는 이 편의점 시급 쎄니까 … 라고 스스로를 달랜 후, 남자가 던지듯이 내려놓는 돈을 짚으며 겨우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 그래 이게 다 사회생활이지. 그래, 그래 돈벌기가 뭐 쉽나.


 "당신 좀 맘에 드네ㅡ."

 이사람은 또 뭐라니. 얼굴은 멀쩡히 잘생겨서는 알수 없는 짓거리만 하는 남자에게 쥬시마츠는 질린 듯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을 훑어보는 그 시선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고를 때의 그런 눈빛이어서 괜시리 불쾌해졌다. 남자는 한 삼초간 쥬시마츠를 응시한 후, 콧노래를 부르면서 편의점을 나가버렸다. 그 콧노래의 허밍이 어딘지 익숙한 것이어서 쥬시마츠가 어디서 나왔던 노래더라…하고 제가 알고있던 노래들과 남자의 허밍을 일치시켜보았다. 결국 그 허밍이 어떤 노래의 것인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니까 조금 더 넣었다고."

 카라마츠는 호탕하게 웃으며 소포꾸러미를 쥬시마츠에게 내밀었다. 물론 소포꾸러미에는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되지 못할 것이 들어있다. 카라마츠는 도매업자였다. 도매로 마약을 떼어다가 쥬시마츠와 같은 중간상에게 조금 더 비싼 값을 붙여서 팔아먹는. 도매업자의 지위도 어느정도 상당하기 때문에, 중간상들 증에는 악덕 도매업자들 아래에서 학대수준의 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중간상들에게 친절한 도매업자였다. 그래봤자 범죄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범죄 이력도 의리때문에 어쩌다 말려든 것으로 아마 이런일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건실하게 잘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행히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눈에 잘 들었는지, 가끔씩 특별한 날에는 이렇게 조금 씩 더 마약을 제공받고 있다. 아마 쥬시마츠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좀 더 챙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카라마츠가 공급하는 아이들은 순도도 높기 때문에 쥬시마츠를 찾는 약쟁이들이 늘어나서 쥬시마츠의 수입은 꽤 좋은 편이었다. 조금만 돈을 더 모으면 5평짜리 셋방살이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곳에 전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것이 쥬시마츠에게는 거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감사합니다. 항상 신세지고 있어요."

 "동생은 어때? 최근엔 괜찮아?"

 "지금까진 별 일 없어요. 워낙 갑자기 재발하는 병이긴 하지만요."

 "빨리 건강해져서 형 고생 좀 덜어줘야 할텐데. "


  그 이후로 몇마디 말을 더 나눈 채, 쥬시마츠는 뒷골목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운좋게 집까지 가는 버스가 바로 도착했기에 쥬시마츠는 그것을 잡아탔다. 힘들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제가 없으면 안 될 동생이 있기에, 쥬시마츠는 하루하루 꽤 아슬아슬한 선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버스의 라디오에서 정겨운 캐롤송이 흘러나왔다. 쥬시마츠는 그것을 자장가 삼아 잠시 눈을 붙였다.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포근함 속에서 잠들어 본것이. 



*나름 제감설정의..이치쥬시...입니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