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침연 1~2와 이어지는 내용. 세나 이즈미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 요양 차 시골에 있는 별장으로 내려옴. 나가서 친구라도 사귀라는 유모의 말에 내가 왜 이런 시골동네 애들이랑 친해져? 라는 생각을 품고 있던 이즈미였으나 어느날 동네를 산책하다 마코토를 본 이후로 마코토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함. 그래서 이즈미는 자기 나름의 호감표시로 마코토에게 과자를 선물해 줌. 마코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신이 난 이즈미는 그럼 다음날 만나면 더 좋은 것들을 주겠다고 함. 그렇게 이즈미는 다음날 만날 약속에 설레며 집으로 돌아감.

 하지만 다음날 약속했던 장소에서 몇시간이고 기다려봐도 마코토가 나오지 않음. 이즈미는 마코토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함. 저녁이 되서야 자신을 찾아온 유모의 품에 안겨 울며 이즈미는 이제 친구따위는 사귀지 않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함. 

 그런데 마코토도 일부러 나오지 않은 게 아니라 사정이 있었음. 이즈미랑 다음날 만날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아버지가 집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임. 마코토의 아버지는 이 넉넉하고 인심좋은 시골마을에서 몇 안되는 망나니중에 하나로 거의 도박에 모든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는 날은 일년에 끽해야 한손에 꼽을 정도임. 그마저도 돈이 다떨어져서 어머니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하러 오는 것이라 마코토는 당연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음. 혹시라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되어서 허겁지겁 집안에 들어가보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왠 낯선 남자가 서있음. 

 어머니는 자신을 보며 이제 끝났다- 라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아버지는 보기 드물게 마코토를 보고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임. 저 낯선 남자는 누굴까?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마코토에게 아비라는 자는 추접하게 웃으며 도박빚때문에 널 팔게 되었다고 말함. 그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아서 마코토는 생전 처음으로 제 아버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림. 그래도 마코토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기에 아버지에게 상대가 되질 않고 아버지가 배은망덕한 놈이라며 마코토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버리고 얼굴에까지 손 대려는 찰나 낯선 남자가 그것을 제지함. 

 "이제 얘는 당신 아들도 아닌데 그쯤 해두게. 얼굴은 반반하니 내가 값은 더 쳐주겠네."

 마코토는 부잣집의 식솔로 들어감. 그 집에서는 그럭저럭 괜찮게 지내지만 그래도 밤마다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것은 참을 수가 없음. 생각해보니 만나기로 했던 이즈미 도련님께 미안해 지기도 함. 그렇게 몇년을 그 집에서 사는둥 마는둥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갔을까. 어느날 제가 모시는 마님의 친구인 포주가 찾아옴. 그 포주는 수도에서 엄청 큰 유곽을 운영하고 있는 여자로, 젊었을 때는 지방에서 엄청 이름날리던 기생이라고 함. 마코토는 그 둘에게 차를 내옴. 그러자 포주가 마코토를 위아래로 훑더니 마코토가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님에게 마코토를 제게 팔 것을 제안함.

 "얘 꽤 반반하게 생겼네. 나한테 안팔래?"

 마님은 처음에는 포주가 장난으로 하는 소리인 줄 알았으나 꽤 높은 값을 부르기에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마코토를 그 유곽으로 팔아버림. 그 여자가 포주인지 몰랐던 마코토는 또 다른 부잣집에 식솔로 들어가나-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따라갔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유곽. 유곽에서 잡일꾼역을 하는건가? 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님. 유곽에 찾아오는 특이취향인 남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마코토의 일. 처음에 남자한테 범해졌을 때는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음. 탈출도 여러번 시도했지만 결국 다 붙잡혀서 죽을정도로 처벌이 가해짐. 그 이후로 마코토는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었음. 제 몸뚱아리의 세배는 될 법한 늙은 남자들이 헐떡거리며 왕복운동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코토는 자살을 생각하게 됨. 그 자살시도도 다 미수로만 끝나서 마코토의 손목에는 붉은 줄이 무수함.

 마코토가 유곽에서 자살을 기원하고 있을 때, 이즈미는 이 나라를 움켜쥐고 있는 세나가문의 충실한 당주역할을 해가고 있음. 세나가문은 텐쇼인 황가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 사람을 만나는 걸 지극히 싫어하는 이즈미지만 아무래도 세나가문쯤 되는 명문가의 당주라 이것저것 비즈니스 할 게 많은데 그 날은 외국에서 온 사신을 접대하느라 마코토가 있는 그 유곽을 찾음. 이 사신이 성적취향이 호모섹슈얼이라 수소문해서 남자기생을 들여놓는 다는 유곽을 찾은 것임. 접대실에 앉아있으려니 남자 기생 둘이 들어오는데 그 중 하나가 마코토. 세나 이즈미는 예전에 시골에서 만났던 그 소년과 제 눈앞에 있는 기생이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놀람. 마코토도 세나 이즈미를 알아봄. 

 "너 혹시 나 본 적 있지 않아?"
 
 이즈미가 물어봄. 마코토는 고개를 가로저음. 마코토에게 있어 제 유년시절은 너무나 성스러운 것이어서 지금의 더러운 자신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마코토는 세나 이즈미를 처음 본다고 거짓말 함. 이즈미는 너무 닮았는데.. 하면서 마코토를 훑다가도 닮은 사람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코토의 말을 납득해버리고 맘. 여기부턴 급전개로 써야지... 귀찮다...

 처음에는 마코토가 예전의 그 소년과 너무 닮아서 눈길이 갔던 이즈미인데, 점점 그것과 별개로 마코토 그 자체가 좋아져버림. 그래서 마코토를 자신이 빼오려는데 포주는 마코토가 이 가게의 매출을 많이 올려주고 있기 때문에 빼주려고 하질 않음. 게다가 텐쇼인 가문의 황족이 마코토의 단골이라 마코토를 빼올려면 분쟁을 감소해야함. 이즈미는 강제로 잡혀들어온 기생을 풀어주자는 법령을 올림. 그런데 황제인 텐쇼인 에이치는 그 기생애들을 싹 잡아들여서 사형을 내림. 사회 악이라면서 다 죽이라고 함. 문제는 잡혀들어온 기생들 중에는 마코토도 있다는 것. 

 이즈미는 황제인 에이치에게 대듬. 이게 또 에이치의 눈 밖에 보여서 반역죄로 이즈미는 사형선고가 내려짐. 이즈미는 황제에게 마지막 부탁으로, 마코토와 같은 감옥에 넣어달라고 함. 에이치는 그동안 자신을 보필한 정으로 이즈미를 마코토가 갇혀 있는 곳에 같이 넣어줌. 이즈미의 사형날짜는 마코토보다 하루 전. 이즈미는 사형당하기 하루 전날 마코토의 무릎에 누워 마코토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음. 

"역시 난 너의 곁에서 죽고 싶어."

 이즈미는 간수에게 돈을 좀 쥐여주고 몰래 공수한 독약을 입에 털어 넣음. 마코토는 그것을 제지하지 않은 채 그저 이즈미를 아기 어르듯 토닥이기만 함. 독약을 먹어서 그런지 의식이 가물가물해져옴. 눈이 풀려버린 것 처럼 초점이 맞지를 않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음. 그 와중에도 마코토의 자장가 소리는 정확히 들려옴.

"나, 당신한테 거짓말 한게 있어요. 당신이 예전에 만났다던 소년. 사실 저예요."
"…역시 그럴줄 알았다니깐."

 이즈미가 피식 웃음. 곧 입가가 경련하더니 손이 툭- 하고 싸늘하게 떨어짐. 생명이 끊긴 이즈미를 보곤 마코토는 토닥이던 손을 멈춤. 

"이번에는 정말로 만나러 갈게요."

 마코토는 제 무릎위에서 눈을 감고 있는 이즈미의 입술에 키스하며 제 혀를 깨물어버림. 

 다음날, 사형 전 마지막으로 이즈미의 얼굴을 보러온 에이치는 나란히 죽어있는 이즈미와 마코토의 시체를 보며 쯧-하고 혀를 참. 이것 참. 내가 나쁜 놈이 되어 버렸네- 하면서 곁에 있던 병사에게 두 사람을 합장 시키라고 명령하곤 등을 돌려 그 감옥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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