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해."


 마오는 담담한 어투로 말을 뱉고는 제 왼손 약지를 매만졌다. 리츠는 잠시동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벙긋-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리츠는 꽤나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말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이었더라'하고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분명, 목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려 소리내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러니까 이렇게 조금 더 목에 힘을 줘서 …,


"왜?"


 아, 그래. 말이란건 이렇게 하는 거였어. 리츠는 자신의 목소리가 왠지 생소한 느낌이 들어서 오른손을 들어 제 목을 두어번 주물렀다. 식도가 타들어갈 것 같았다. 아아, 아니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분명, 나는 타고 있어. 사쿠마 리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타고있는데, 주변은 이런 자신을 인지해주지 않는다.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다. 아니, 저를 바라보고있는 마오마저 자신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눈이 뜨거웠다. 분명, 눈이 가장 뜨겁게 타고 있었다.


"왜냐니. 결혼하니까 한다고 말하는 건데" 


 어째서? 리츠는 눈 앞의 마오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살려줘, 살려줘 마군. 더이상 말하지 말아줘. 어째서, 어째서. 넌 보이지 않아? 내가, 내가 이렇게 타들어가고있는 모습이?


"여기, 청첩장이야."


 머리가 핑 돌았다. 세계가 두번 돌았다. 이와중에도 여전히 몸은 타들어가고있어서, 나는 기껏해야 꺅!하는 여자아이의 높은 비명소리를 겨우 들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아, 세상은 불바다다. 이 세상은 분명 무간지옥이다.











"아아- 상황은 대충 이해가 가네. 이사라군도 당황했겠구먼. 뭐, 이 아이는 신경이 예민한 아이니까. 이렇게 쓰러진 것도 무리는 아니야. 그나저나, 결혼 축하하네 이사라군."


 사쿠마 레이는 제 동생의 침대 옆 간이의자에 앉아 제 동생의 이마를 두어번 쓸어주며 마오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왔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축하하는 기색은 전혀 내비치고 있지 않아서 마오는 기껏해야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리츠와 저 사이의 일에 대해 당사자들 다음으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이 사쿠마 레이라는 남자였기에, 마오는 레이가 굳은 표정으로 축하인사를 건네오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사라군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일세."


 레이가 조용히 운을 뗐다. 마오는 안그런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무척 긴장해서 땀이 베인 제 손을 굳게 주먹쥐고 있었다. 사실 마오는, 사쿠마 레이가 당장이라도 제 얼굴을 갈겨와도 저항하지 않고 맞아줄 의향이 있었다. 자신은 결국 쓰레기인 것이다. 리츠의 마음이 어떤지 알면서도, 결국은 모른척 회피하기 바쁜, 그런 쓰레기다. 자신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남자다. 하지만 레이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에도 미안하다는 사과여서, 마오는 조금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쿠마 레이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형으로서의 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우리 리츠가 이렇게 이사라군에게 더욱 어리광피우고 있다고 생각해. 항상 자네만 보면 미안한 마음 뿐이야."


 그렇지 않다. 사과해야하는 것은 자신이다. 인간이하의 짓을, 몹쓸짓을 해버린 것은 내쪽이다. 얼른 사쿠마씨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머리로 생각하면서도 마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입을 다물고 시선을 내리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결국 나는 내 동생이 행복해지길 바래. 그리고 내 동생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이사라군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고."


 아니예요, 형님. 이런 인간말종의 곁에서, 사쿠마 리츠는 행복해질 수 없어요. 아니, 나는 그를 더욱 불행으로 밀어넣을 뿐이야. 


"다시한번, 생각해 줄 수 없겠나?"

 

 마지막말은, 레이쪽에서도 필사적인 말이었을 것이다. 말투에서는 여유가 느껴졌지만, 마오는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레이는 지금 절박하게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 죄송, 합니다."


 아, 빨리 지옥으로 떨어져서 네게 용서를 빌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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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밴드 스토리보고 삘받아서 쓰려했는데

재미없네요. 사실 구상은 마오결혼식날 리츠 자살하는 걸로 끝내려는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