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로쥬시] 과보호





 "쵸로마츠선생님ㅡ. 제 그림도 봐주세요!"

 기대에 가득차있는 똘망똘망한 눈빛. 아이는 제 스케치북의 그림을 쵸로마츠의 눈높이로 최대한 올리기위해 까치발까지 동원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래도 아이의 노력만으로는 눈높이에 닿는 것이 불가능해서, 쵸로마츠는 제가 무릎을 어느정도 굽힌 후에야 아이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스케치북에는 크레용으로 한껏 칠한 아이의 가족이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져있었다.


 "잘 그렸죠 선생님?"

 아니, 무척 형편없는데. 쵸로마츠는 대답대신 그저 빙긋 웃었다. 아이는 그것을 칭찬의 뜻으로 알아듣고 무척 기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역시 아이들은 싫다.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그냥저냥 성적맞춰 초등교육과를 들어가 어쩌다 운좋게 임용에도 합격해서 그저 학교 선생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쵸로마츠 본인은 아이들에게 꽤 인기있는 편이어서 선생이 꽤 천직인 듯 했다. 


 쵸로마츠는 모두가 돌아간 교실을 대충 정리하고, 자물쇠로 문을 잠궜다. 초등학교 교사는 이런 점이 좋다. 중,고등학교 교사들보다 퇴근시간이 빠르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초등학교의 복도는 너무나 고요해서, 쵸로마츠의 발걸음 소리가 크게 진동한다. 쵸로마츠는 주차장에 세워진 제 차에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어쩐지 오늘은 도로가 정체여서, 쵸로마츠는 핸들을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두드린 채 시계를 무의식적으로 여러번 들여다본다. 다행히 큰도로를 빠져나가자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쵸로마츠는 자신의 인내심이 다하기 전에 맨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쥬시마츠. 나왔어."

 쥬시마츠는 거실에 엎드려 무언가 그리고 있었다. 색색의 크레용이 주변에 퍼져있었고, 후드티 소매에는 크레용자국이 묻어있어 심미적으로 보기 불쾌했다. 쥬시마츠는 스케치북에 박아둔 제 시선을 쵸로마츠에게로 돌렸다. 그리곤 한번 씨익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그림에 집중을 한다. 쵸로마츠는 기분이 더러워진다. 쥬시마츠의 그림은 오늘 낮에 본 그 초등학생의 그림보다 못해서, 쵸로마츠의 미간은 구겨진다.


 쵸로마츠는 한창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쥬시마츠의 옆구리를 걷어찬다. 갑작스러운 폭력에 쥬시마츠는 컥-하고 숨이 막히는 소리만을 낸 채로 등을 굽혔다. 본능적으로 몸을 말아 폭력에 방어하고자 했으나, 쵸로마츠는 그 틈을 주지 않고 쥬시마츠의 배를 걷어찼다. 끄억 ㅡ. 이번에는 조금 더 제대로 된 비명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쥬시마츠의 눈동자가 뒤집어졌다. 


 아이는 싫다. 예의없는 아이들은 더욱 그러했다. 쵸로마츠는 이번에는 쥬시마츠의 배를 위에서 발로 내리찍었다. 뒤집어졌던 쥬시마츠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아무리 미숙한 쥬시마츠여도 이번만큼은 위험하다고 깨달았는지 재빨리 쵸로마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형 … 형… 하고 불러오는 쥬시마츠의 목소리는 꽤나 절박한 것이어서, 아무리 매정한 쵸로마츠라도 조금 심했나?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역시 자신은 이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이길수 없다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아이를 다루듯 쵸로마츠를 조심스레 일으켜 세웠다. 


 "밥은 먹었어?"

 쥬시마츠가 고개를 젓는다. 사실, 쵸로마츠는 쥬시마츠가 밥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밥을 해두고 가지 않았으니까.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에게는 주방을 쓰지 말것을 신신당부했기에 쥬시마츠는 쵸로마츠가 없으면 밥하나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 얼마나 배고팠을까 우리 동생-. 쵸로마츠는 아침에 출근을 했기 때문에, 쥬시마츠는 사실 상 오늘 하루 아무것도 못 먹은 것과 다름 없었다. 얼마나 날 기다렸을까 - 라는 기분좋은 가설에 콧노래가 절로나왔다.


 오늘은 나의 사랑스러운 형제를 위해 조금 솜씨를 부려보도록 하자라는 생각으로 쵸로마츠는 냉장고를 열었다. 다행히도 파스타의 재료가 남아있었다. 쵸로마츠는 꽤 요리를 잘 하는 편이었기에, 완성된 파스타에서는 꽤 프로다운 풍미가 느껴졌다. 그것의 반을 접시에 담으며 쵸로마츠는 조금 모자른가-하는 평온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당연한 듯이 주방의 바닥에 놓여있는 개밥그릇에 부어버린다. 쵸로마츠는 제 접시를 들고 식탁에 앉은 후 사람답게 그것을 음미했다. 쥬시마츠는 개와같은 몰골로 얼굴을 그릇에 처박고서 음식물을 섭취했다. 쳡쳡소리가 꽤 방정맞게 들리는 것을 보니 쥬시마츠의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쵸로마츠가 파스타를 다 먹었을 쯤에, 쥬시마츠도 그것을 다 섭취한 후라서 쵸로마츠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그리고 제 컵에 한 잔 따른 후, 쥬시마츠의 개밥그릇에도 가득 부어주었다. 일어선 상태로 물을 수직하강으로 부어버려 밥그릇 주위에 튀어버렸지만, 그것은 쥬시마츠가 말끔히 핥아먹었다. 인간답지 못한 쥬시마츠의 행동에 쵸로마츠는 진심으로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쵸로마츠의 그곳은 벌써  벌떡 선 채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있어서, 쥬시마츠가 제 밥그릇에 부어진 물을 다 핥아먹기도 전에 그 이마를 발로 차버렸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범하는 것은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찾아보면 자신과 다른 점도 많다. 쥬시마츠쪽이 조금 더 눈동자가 컸다. 지금은 눈을 찡그리고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왠지 그게 얄미워서 쵸로마츠는 조금 더 깊게 쥬시마츠를 찔렀다. 연인 사이에 행해지는 다정한 애무는 없다. 안 쪽이 너무나 뻑뻑해서 쵸로마츠는 조금 힘을 빼라는 신호로 쥬시마츠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 하지만 그것을 폭력이라고 인식했는지 쥬시마츠가 너무 조여와서, 쵸로마츠는 흣-하고 나지막히 신음을 내었다. 


 행위가 끝나고 식탁 위에 널브러진 쥬시마츠가 멍- 하게 천장만 바라보고 있어서 쵸로마츠는 그런 쥬시마츠가 조금 낯설었다. 


 "뭐하고 있는거야, 쥬시마츠?"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있어."

 "어떤?"

  도망치고 싶다던가, 죽고싶다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없는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라는 말은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의외에 단어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의 입에서 나올 질문에 대한 답에 귀를 기울였다. 


 "형은 나를 너무 과보호 하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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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쥬시] 제이슨을 위한 장미 03


 







  여기서 일하고 있는건가? 그 인성으로 잘도 사회생활 하고 있네. 쥬시마츠는 상대와 자신의 기가막힌 인연에 질려버려서 이쯤되면 신이 정말 있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는 어느샌가 쥬시마츠의 곁으로 와서 기분좋은듯 흥흥-허밍을 넣고 있었다. 이 회사 사장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놈에게 월급을 주고 있는거야. 쥬시마츠는 상대와는 반대로 기분이 나빠져서, 상대를 무시한 채로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물론 고지식한 쥬시마츠의 핸드폰에는 그 흔한 게임하나 깔려있지 않아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에게 오늘 늦을지도 모르니 먼저 밥 먹고 있으라는 문자를 보내놓을 생각으로 전화번호부를 켰다.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을 대놓고 들여다보고있는게 느껴졌지만, 쥬시마츠는 그것마저 무시하기로했다. 


 "헤에ㅡ.동생이름이 토도마츠야? 당신이름은 뭐야?"

 "신경끄시죠."

 "아-. 매정해! 나 매정한 사람한테 엄청 흥분되버려."


 이새끼 뭐야..인성만 쓰레기인줄 알았더니, 변태새끼이기까지 하잖아? 쥬시마츠는 어쩐지 두려워져서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을 인지했다. 쵸로마츠씨 빨리 와주세요! 


 "당신 이름… 안알려줄거야?"

 "그쪽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왜 제 이름이 궁금한 겁니까?"

 "그야, 취향이니까."

 "호몹니까?" 

 "우와, 나 서버렸어."


 쥬시마츠는 제 딴에는 한층 경멸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바라봤건만, 어쩐지 상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마약근거지라 사원들도 다 마약을 거하게 하고 다니는건가, 대체 사원을 어떤 기준으로 뽑는거야 이 회사는. 차라리 이딴 놈에게 돈을 줄 바에야 나를 입사시켜줘!라는 심정이 된 쥬시마츠였다. 정말 역겹게도, 남자는 그 곳을 제대로 세우고 있어서 쥬시마츠는 보지 않을래야 그것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씨발, 진짜! 


 다행히 쵸로마츠가 커피를 두 잔 들고 나타난 것은 마침 쥬시마츠의 이성의 끈이 끊기기 바로 직전의 타이밍으로, 쥬시마츠는 남자의 멱살을 잡으려고 준비하던 손을 풀고 정말 은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쵸로마츠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쵸로마츠는 제 사장과, 쥬시마츠가 왜 같이 있을까- 게다가 제 사장의 거기는 또 왜 서있는걸까- 하고 제 나름대로의 추리를 머릿속으로 해나갔다. 하지만 이내 제이슨의 머리는 제 수준에선 절대 이해불가하다는 것을 깨닫고 답을 찾기를 그만 두었다. 그나저나 쥬시마츠씨가 곤란한 상황인거 같으니, 상황을 정리해야겠지.


 "사장님. 쥬시마츠씨는 저와 이야기 중입니다. 잠깐 자리를 피해주시겠습니까?"

 "아아ㅡ 이 이쁜이 이름이 쥬시마츠구나-, 하지만 나 이 회사 사장이니까 회사에 오는 손님은 내가 극진히 대접하지 않으면 회사의 평판같은거 떨어지잖아? 그러니까 제대로 상대해주고 있었어. "

 

 존나 괴롭히신거겠죠 사장님. 왠지 쥬시마츠가 제이슨의 마음에 들어버린거 같은데… 하고 쵸로마츠는 조금 걱정을하며 커피 한 잔을 쥬시마츠쪽으로 놓은 후 그것을 권했으나, 쥬시마츠는 할일이 있으니 얼른 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변명을 늘어놓은 후 미팅룸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그런 쥬시마츠의 뒷모습을 보며 쵸로마츠는 쯧쯧 하고 혀를 두어번 찼다. 전생에 무슨죄를 지었기에 이 사이코놈이랑 엮이는고. 안쓰러운 자로다.


 "쟤 이름이 쥬시마츠라고?"

 "…네. 아마 저희쪽 중간상인듯 합니다."

 "아아 ㅡ. 재밌네. …이틀이면 조사 가능하지?"

 "…힘써보겠습니다."









 물건을 제대로 전달했다고 카라마츠에게 짤막한 문자를 보내니, 금세 카라마츠로부터 수고했다는 답장이 날아왔다. 아- 기운빠져-. 쥬시마츠는 폴더를 닫았다. 그나저나 그 놈이 사장님이었다니. 이름이 사장님인게 아니고서야, 그 변태놈이 제이슨사(社)의 사장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잘도 그런 미친 젊은 놈이 그런 조직을 운영하고 있구나. 여하튼, 어차피 그다지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이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쥬시마츠는 안이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다섯평 짜리 보금자리로 향했다. 겨울이라 해는 일찍 져서, 집으로 가는 길이 꽤 어둑했다. 제 집이 있는 곳은 이 골목의 가장 위쪽이라, 쥬시마츠는 부지런히 걸음을 걸었다. 


 "토도마츠 ㅡ. 형왔어. 저녁은 먹었니?"


 쥬시마츠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동생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tv를 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고개를 돌려 쥬시마츠를 보고 웃는다. 눈에 넣어 아프지 않은 제 하나뿐인 피붙이.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위해선 그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을 살아있어야 한다. 제 동생은 똑똑하고 세상을 잘 살아갈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이 아니다. 적어도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회사에 취직할 때 까진 절대로 죽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난 먹었어. 형 밥 차릴까? 안먹고 왔지?"

 "아냐. 형이 차릴께. 그나저나 방이 좀 차네. 돈아끼지 말고 좀 틀라니까."

 "난 젊어서 그런지 괜찮은데 ㅡ. 형이 늙어서 그런거 아니야? "


 장난식으로 쥬시마츠가 늙어서 그렇다-고 농을 걸어오는 토도마츠의 머리에 해드락을 가볍게 걸고선 쥬시마츠가 이녀서어억-하고 토도마츠의 머리를 조였다. 이내 항복하는 토도마츠의 투정에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놓아준다. 어렸을 적 부터, 그 힘든 상황을 겪어오면서도 항상 밝은 아이였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기특해져 머리를 잔뜩 손으로 흐트려주었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쥬시마츠가 10살되던 무렵에 교통사고로 두 부모님을 잃었다. 그렇게 유복한 집안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꽤 큰 액수의 돈이 떨어졌고 처음에는 그것을 노린 큰아버지의 손에 키워졌다. 그렇게 5년정도 키워졌을까. 그 동안 그 돈은 큰아버지의 도박으로 이미 수중에 사라진 지 오래였고, 쥬시마츠는 큰아버지의 손찌검을 당하며 살아왔다. 그것을 버틸 수 있던 것은 토도마츠때문이었다. 하지만 큰아버지가 토도마츠에게까지 손찌검을 뻗쳐왔을때, 쥬시마츠는 망설임없이 얼마의 돈을 훔쳐 토도마츠와 함께 집을 나왔다. 그때가 중학생때였다.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키웠다. 자신은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땄지만, 토도마츠 만큼은 매일 번듯하게 다려진 교복을 입혀 학교에 보낼정도였다. 낮시간엔 아르바이트, 저녁시간엔 경찰시험을 공부하며 독하게 경찰시험에 붙고 그때의 쥬시마츠는 이제는 한숨 돌려도 좋아-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도마츠의 병이 발견되었던 것은 그 무렵으로 토도마츠의 수술비와 병원비,약값등을 감당하기 위해 쥬시마츠는 결국 마약밀거래에도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그것이 걸려서, 이 꼬라지지만. 


 "형, 최근에 꽤 귀여운 아이랑 사귀고 있어"

 "그래? 나중에 형한테 한번 소개시켜줄래? "

 "으 ㅡ 음. 그건 고민해보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토도마츠의 웃음을 지켜줄 수 있다면 자신은 무엇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쥬시마츠. 스물 다섯. 우와 ㅡ 동갑이네. 그리고, 카라마츠한테 공급받고 있고 …, 원래는 경찰이었고 오오. 이건 좀 많이 흥미로운 점이네. 수고했어. "

 

 쥬시마츠에 대한 기록사항이 적혀있는 파일을 탐독하며 제이슨은 입꼬리를 찢어 웃었다. 그 기록을 조사했던 쵸로마츠는 왠지 마을의 아리따운 처녀를 도적한테 팔아치운 듯해서 마음속에서 조금 찔리는 것을 느꼈다. 아마, 제이슨이 이치마츠를 점찍은 듯 한데.. 아무리봐도 그렇게 외적으로 뛰어난 편은 아니었고, 어디로보나 평범한 남자였을 뿐인데 왜 하필 제이슨의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제이슨이 남자취향이라는 것은 놀랄 일이었다. 적당히 여자들이랑도 하고 있다고 알고있는데, 남자까지 손뻗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 


 "저 …어째서 이남자를 …"

 

 주제넘은 참견이라는 건 알지만 원래 호기심이란 게 무서운 법이다. 판도라도 호기심에 못이겨 인간세계에 악을 뿌렸지 않은가. 쵸로마츠는 말하고서 제가 좀 무례했나-라고 제이슨의 눈치를 살폈지만 제이슨은 오히려 그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웃고 있었다. 이 세상에 웃을때 더 소름돋는 건 이 녀석밖에 없을거다. 


 "한번 하고싶어서. 우는 모습이 꽤 예쁠거 같거든."

 

 쵸로마츠는 이왕이면 쥬시마츠가 일본을 떠나 어디든 달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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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쥬시] 제이슨을 위한 장미 02






 "제이슨님. 아래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아ㅡ. 키키키, 왔구나 왔어. 스으으으즈미가 왔다고! "


 쵸로마츠는 제이슨을 몇 년 동안 곁에서 보좌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제이슨은 끔찍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지옥에 있는 악마가 저런 형태라면 쵸로마츠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천국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악마새끼가 인간세계에 잘못 태어난 건 아닐까 ㅡ 라고 생각될 정도로 제이슨은 끔찍한 녀석이었다. 그런 제이슨 곁에서 몇 년간을 버텨온 자신도 이미 악마새끼에 가까울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제이슨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제이슨은 의자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지하를 향해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제이슨의 허밍이 맴돌았다. 언제나 들어왔던 것과 같은 허밍이었다. 대체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제이슨의 기분이 좋을때는 항상 저 허밍이 따라다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좋은 일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을 죽일때나, 사람을 고문할 때로 쵸로마츠는 저 허밍소리만 들으면 기괴한 기분이 들어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제이슨은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쵸로마츠도 그 뒤를 조용히 따른 후, 확실히 지하실의 문을 닫았다. 지하실이라고 하는 것은 말만 들었을 때는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창고같지만, 여기서의 지하실은 조금 다른의미로 통했다. 대부분 빚을 진 놈을 처리하거나, 배반자를 처단하는 장소. 항상 지하실만 오면 쵸로마츠는 머리가 지끈 아팠지만, 제이슨은 지하실에선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평소보다 텐션이 올라갔다.


 지하실엔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그 의자 위에 건강한 신체를 한 남자가 묶인 채로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고 하고있었다. 하지만 입도 청테이프로 막혀져있는 상태라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내용이야 뻔하겠지. 살려달라던가 용서해달라던가. 사람은 죽음 앞에서는 항상 추해지기 마련이니까. 쵸로마츠는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자신이 아닌 것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공구함을 열었다. 물론 평범한 공구함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지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도구들을 담아놓은 공구함이었다. 


 "으읍..으읍..!!!!"

 스즈미는 최근에 조직의 창고에서 마약 약 5kg을 빼돌렸다. 평소에도 조금 교활했던 조직원으로 평판이 좋지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가는구나-싶었다. 사실 5kg는 조직이 보유한 양에 비한다면 없어진다고 그다지 신경쓸 정도가 아니었지만, 조직은 원칙에 살고 원칙에 죽는 곳이 아니던가. 그리고 절도죄는 역시 국가가 인정하고 있는 엄연한 범죄였다. 제이슨이 스즈미의 입에 붙어있던 청테이프를 떼자, 역시나 용서를 구하는 멘트들이 쏟아져나왔다.


 "자…자비를..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저도 말려들어서..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해주신다면…"

 "헤ㅡ 에. 무척 재밌는 말을 하네. 용서를 구해주면? "

 "조직에 절대적인 충성을 ..!"

 "그럼 나한테 절대적으로 충성한다는 거네?"

 "네..네! 그러니까 용서를 구해주시면..!"

 "으흠 ㅡ. 좋아 좋아! 나 무척 자비로운 보스니까. 으ㅡ음. 그러면, 최대한 내 취향에 맞는 비명 들려주지 않을래? 명령에 따른다고 했으니까 이정도는 해줄거지?"


 결국 어느쪽이나 죽이겠다는 거잖아 그거. 역시 악취미라고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제이슨이 공구함에서 날이 바짝 올라서있는 사시미칼을 꺼내들자 스즈미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음역의 소리를 내었다. 아, 저녀석 은근 오페라에 소질있는거 같은데? 하고 쵸로마츠는 생각하다가도 이내 자신도 제이슨화가 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내 흠칫 놀랐다. 


 

 





  내 대신 물건 좀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라고 부탁받은것이 오전의 일이었다. 카라마츠로부터의 연락은 드물었기에, 쥬시마츠가 의문을 가진채로 전화를 받으니 최근에 조금 급한 일을 마무리하느라고 해외에 나가기 때문에 마약공급처에게 장부를 가져다주는 것이 곤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별로 여러울 것도 없기에 쥬시마츠는 흔쾌히 허락했다. 마약공급처라는 것은 아무래도 범죄조직을 말하는 거지만, 장부만 전해주면 된다고하니 그다지 위험할 건 없어보였다. 위험했다면 카라마츠가 자신을 주선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몇번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사무실 주소를 알려준 후 전화를 끊었다. 쥬시마츠는 착실히 주소를 받아적곤, 그 곳에 도착했다.


 사무실이라고 해봤자 콘테이너 몇개를 붙여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이 곳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꽤 엄청난 숫자의 금액이 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전직 경찰주제에 마약거래 현장에서 범죄를 소탕하기는 커녕, 그 범죄자와 협력하는 꼴이라니 ㅡ. 우습긴 했어도 인생이란 그런것이었다. 그깟 정의보다, 쥬시마츠는 당장에 낼 집세 마련이 더 중요하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가 알려준 위치에서 장부를 찾았다. 꽤 카라마츠에게 신뢰받고 있구나-라는 것을 체감한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중요한 장부를 맡긴다는 것은 꽤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쥬시마츠가 카라마츠를 믿는만큼, 카라마츠도 쥬시마츠를 믿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그것을 들고 곧장 카라마츠가 알려준 조직으로 향했다. 조직이라고 한다면 어쩐지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창고가 연상되지만, 제이슨사(社)는 대부업을 공공연하게 하는 곳으로 조폭들 주제에 그럴싸한 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조금 긴장한 상태로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대리석이 멀끔하게 닦여져 있는, 여느 대기업의 로비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에 쥬시마츠는 이 곳이 일본 최고의 마약 공급지라고 믿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말 대로 안내데스크로 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카라마츠씨의 장부를 대신 가지고 왔습니다. "


 안내데스크의 여인은 신원확인이 안 된 쥬시마츠를 한번 훑어보다간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허락이 떨어졌는지 들어가도 좋다- 7층 미팅룸으로 가보라-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여인에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사를 표한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 금방 7층 미팅룸에 다다랐다. 7층 미팅룸에서 쥬시마츠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스타일이 좋은 호감형으로, 자신을 '쵸로마츠'라고 소개하는 남성이었다.


 "아ㅡ. 연락은 받았어요. 카라마츠의 대신으로 장부를 가져오신다고. 감사합니다. 저와 카라마츠씨는 나름대로의 친분이 있기 때문에 … 카라마츠씨가 신뢰하는 분이라면 분명 제가 신뢰해도 좋을 분이겠죠. 이 장부가 맞네요. 여기까지 전달해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아, 제쪽이야 말로 항상 감사드립니다..여러모로."

 "혹시 차나 커피라도…"

 "아, 커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카라마츠의 대신이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대접받는 거 보면, 여기서도 카라마츠씨 존경 받고 있구나 - 라는 것이 느껴져서 왠지모르게 쥬시마츠는 마음이 따듯해졌다. 쵸로마츠가 그럼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미팅룸을 나가면, 쥬시마츠는 조금 심심하게 되어서 책상을 두드려 비트를 만들거나 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그나저나, 그때의 그 허밍 ㅡ. 요상하게 머릿속에 맴도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인데 이상하게 생각 안난단 말이지 ㅡ. 


 "쵸로마츠. 여깄어?"

 무방비하게 날아든 새로운 목소리에 쥬시마츠가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 알바생씨네 ㅡ? "

 절대 잊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남자가 그 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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