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쥬시] 문학소년의 색채 02


 

 타ㅡ악. 뒷통수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날아와 꽂혔다. 충격의 크기로 봐서는 철로 된 필통이라던가, 적어도 3cm 이상의 두게를 가진 공책 정도였을 것이다. 쥬시마츠의 고개는 충격에 의한 반동으로 살짝 앞으로 숙여졌다가 용수철인형 마냥 제자리를 찾았다. 쥬시마츠는 아무 일도 없다는 것 마냥 제 손에 쥐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쥬시마츠의 덤덤한 행동이 그가 쫄아서 한 행동이라고 착각한 것인지 평소 품행이 나쁘기로 소문 난 이 일의 주도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킬킬되었다. 하지만 쥬시마츠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실껏 떠들어보라면 떠들어보라지, 어차피 들리지도 않는걸.


 쥬시마츠는 씁쓸하게 웃었다. 쥬시마츠의 귀는 자신을 향한 비웃음도, 욕지거리도 들어낼 수 없는 머리에 거추장스레 붙어있는 얇은 두개의 고기덩어리에 불과했다. 쥬시마츠의 담담한 태도는 이내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인지 타악 ㅡ 새로운 것이 날아와 쥬시마츠의 뒷통수를 때렸다. 이번에는 얇고 무언가 끝이 뾰족한 물건같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아픔까지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어서, 쥬시마츠는 얼얼한 제 뒷통수를 무의식적으로 한 번 쓸었다. 들리지는 않지만 분명 한껏 비웃음당하고 있을 것이다. 책상아래로 고개를 숙여 방금 자신의 뒷통수에 날아온 것이 무엇인지 살피니, 끝이 꽤 뾰족해서 분명 제대로 찌른다면 훌륭한 살인무기가 될 수 있는 제도샤프였다. 쥬시마츠는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조용히 책읽기는 글렀구나. 읽고있던 책을 손에 들고 쥬시마츠는 교실 밖을 나가 학교 뒤 벤치로 가 앉았다. 자신만의 아지트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교장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어서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 벤치였다. 


 쥬시마츠는 방해받아서 흐름이 끊겨버린 부분부터 다시 책을 읽어내렸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그는 소리내어 책을 읽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오물오물 입을 움직여 책속에 담긴 아름다운 구절을 되내었다.사실 자신이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인지, 발음이 엉망으로 꼬여서 혹시나 하늘이라는 단어를 마늘이라고 읽고있지는 않는지 확인해낼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쥬시마츠는 최대한 입근육을 팽팽히 당겼다 놓기를 반복하며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 소리들을 재현해내려고 애썼다. 다행히도 예전에 소리라는 것을 학습한 상태였다. 


 오년 전만 해도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단정한 손가락으로 소리의 가락을 재현해 낼 수 있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 정신을 다해 귀를 기울여봐도 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살랑되는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으며 수업과 쉬는시간 사이의 텀을 알리는 종소리도 들리지 않게되었다. 그날 이후로 쥬시마츠의 세상은 완전히 무음속에 떠밀어졌다. 오디오의 버튼을 눌러 너무나도 간단히 음소거해버린 것 처럼 쥬시마츠의 세상은 '그 날'부터 어떤 소리도 담아내질 못하고 있었다.


 그 날이라면 바로 오 년 전, 그러니까 쥬시마츠의 세상에서 어머니라는 거대한 존재가 사라져버리고만 날을 말한다. 그 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꾸덕꾸덕한 먹구름이 해를 가린 날이었고, 버스 안은 에어컨을 틀지 않아 습기로 축축해져 있었다.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의 시트에는 축축한 습기가 깊숙히 베어있어서 엉덩이에는 기분나쁜 땀이 송골 맺히는 기분이었다. 쥬시마츠는 어머니와 치과에 가는 길이었다. 쥬시마츠는 몇번이고 어머니에게 치과 같은 곳은 가고 싶지 않다고 칭얼거렸으나, 어머니는 그저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치료를 잘 마친다면 평소에 갖고싶어하던 게임기를 사주겠노라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진심을 다해 약속했다. 그 말에 쥬시마츠는 뾰로통해졌던 얼굴을 조금 펴보였지만, 그래도 왠지 바로 항복해버기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용납못하는 기분이었다. 아직 자신은 그다지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보기위해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 의자를 퍽퍽 차보였다. 끼익- 의자는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버스는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시골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로 나가려면 필히 이 언덕을 올라야했다. 언제나처럼 덜덜거리는 버스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딘지 평소보다 기분나쁜 엔진소리를 내고있었다. 마을버스가 노후화되었던 탓인지 아니면 습기로 축축해져서있던 탓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결국 기분 탓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쥬시마츠는 의자차기는 이제 그만두고 언제라도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창 밖을 바라보았다. 게임기는 어떤 색으로 할까, 나카무라는 검정을 가지고있고 요시다는 흰색을 가지고있는데 왠지 자신은 두사람과는 다른 색으로 하고싶었다. 역시 하늘색일까 … ?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려서 쥬시마츠는 게임기색깔에 관해 생각하고있다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응? 하고 쥬시마츠가 앞을 바라보았으나 그때는 이미 세상이 한 번 구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스가 길을 벗어나 낭떠러지에서 두어번 구른 후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생지옥이었다. 꺄악ㅡ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앞자리의 여고생이라던가, 곰과 비슷한 포효를 내고있는 중간자리의 아저씨라던가. 상상해 낼 수 있는 온갖 비명이 버스 내부에 뒤섞여서 쥬시마츠의 귀를 터질것 같이 만들었다. 분명 버스가 추락하는 것은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쥬시마츠는 그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다.


 이래서 지옥에서의 시간은 영겁과 같다고 하는 것인가, 쥬시마츠의 어린 몸은 그 생지옥 안에서 벌벌 떠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 어린 몸은 폭- 하고 따듯한 것에 감싸졌다. 천사인가 …? 종교는 믿지 않는 쥬시마츠였지만 자신을 감싼 것이 천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선을 올려보니 자신을 감싼 것은 천사도, 저승사자도 아닌 자신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울듯말듯 오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품에서 쥬시마츠는 편히 눈을 감았다. 맨몸을 햇살의 따스함에 맡겨버린 것 같았다. 그는 행복한 꿈을 꾸었다. 평생 잊지못할 행복한 꿈이었다. 어머니의 무릎배게를 베고 사각사각- 파내지는 귀지에 간지럽다고 투정을 부리며 마음껏 오후를 만끽하는 꿈이었다. 


 정신을 잃은지 거의 이틀째. 이제는 돌아가야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무슨소리냐고 반박하려고 했을때 쥬시마츠는 겨우 길고 긴 잠에서 깨어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쥬시마츠는 일본 전역에서 주목하고있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쥬시마츠가 깨어나자, 쉴새없이 기자들이 병실로 밀려들어와 앞다투어 얼마전의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따져물었다. 하지만 어느 질문 하나도 쥬시마츠의 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왜 다들 입은 움직이면서 목소리는 내지 않는거야? 쥬시마츠는 멍해진 얼굴로 제 담당 주치의를 바라보았다. 그의 한숨은 곧 사형선고와 같았다. 청각손실. 하지만 이로인해 쥬시마츠가 청각하나만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잃게 되었다. 일단 그는 하나 둘씩 제 곁을 떠나는 친구들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무척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었으나 어느새 그것도 익숙해져서 점점 매말라버리는 우정을 보며 그러려나보다 하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텅하니 비워져있는 무언의 빈자리를 매꾸기위해 쥬시마츠는 예전엔 죽어도 쳐다 보지않던 책을 대채물로 삼았다. 소리를 최대한 읽지 않기 위해, 몇번이고 눈으로 입으로 머릿속으로 그동안 알고지내왔던 소리를 더듬으며 책을  읽어나가고 생각해내고 읊조렸다. 문학이란 것은 예전 세상과 현재의 세상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구원줄 같은 것이었다. 쥬시마츠는 그 구원줄을 단단히 붙잡으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쥬시마츠는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암기수준으로 되내이고는 책의 표지를 덮었다. 벌써 하늘이 노을빛을 띄고 있었다. 분명 하교시간은 훨씬 지나있을 것이다. 무단결석을 한 것은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나중에 이어질 선생님의 잔소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봤자 들리지 않을 잔소리지만, 무슨소리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듣고있어야 할 자신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쥬시마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앉아있었기 때문인지 허리가 조금 뻐근했다. 쥬시마츠는 교실에 혼자 남겨져 있을 제 책가방을 가지러 곧장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제 책가방만이 덩그러니 놓여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그것을 어깨에 매고 하교했다. 교문을 나서서 학교 앞 횡단보도 거리에서 신호등의 색이 붉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신호로 바뀌어서 걸음을 떼어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뒤에서 무언가 급하게 자신을 붙들어왔다. 쥬시마츠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그 곳에는 한 소년이 서있었다. 쥬시마츠의 당황스러움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저 교복은 분명 자신의 학교것은 아니었다. 


 "몇번이나 불렀는데도, 안 돌아봐서.. "

 억울하다는 변명조로 앞에 서있는 소년이 중얼거렸다. 돌아볼 수 있을리가 없잖아, 난 귀가 들리지 않는걸- 하고 가볍게 마음 속으로 반박하다가 쥬시마츠는 이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들린다. 소리가. 쥬시마츠는 혹시 이것이 꿈이 아닐까했지만 분명 이것은 현실이었다. 꿈이라면 쌀쌀한 가을날씨가 피부로 체감 될리가 없다, 노을빛이 이렇게 선명할 리가 없다. 쥬시마츠는 크게 놀랐지만, 이내 상황판단을 하고자 근 오년간 쓰지않은 귀를 기울여 주변의 소리를 들었다. 차도를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소리, 바람에 팔락이며 사사삭거리는 단풍의 소리, 그리고 제 앞의 소년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넘기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생히 잘 들려왔다. 이럴수가….


 "…사실 저는 귀가 들리지 않아서, 아 그런데 그러니까 -. 그게, 지금은 또 소리가 들리는 데.."

쥬시마츠는 말을 횡설수설하다가 결국 문장으로 끝맺음하지 못한 채 바보같이 더듬거렸다. 상대는 자신을 조금 모자란 놈으로 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상대의 눈은 한층 더 진지해져있었다. 그 눈빛에서 쥬시마츠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당신도 힘들었어?라고 그를 껴안고 토닥여주고 싶기도 했고, 나도 엄청 힘들었어-라고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어버리고도 싶었다. 그것이 두 소년의 첫만남이었다. 두 소년은 서로를 보는 순간 운명이라는 한단어를 떠올렸다. 그 이후에 두 소년이 얼마나 서로에게 깊게 빠질 수 밖에 없었는가는, 아마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준 독자라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그들은 무의식중에 다시 한번 찾아올 사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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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쥬시] 문학소년의 색채 01



 이치마츠의 눈은 색채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에게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는 희미한 어린시절. 미술시간이었던가. 사과를 그리라는 선생의 말에 이치마츠 나름대로는 그것을 그린 후 정성들여 색칠까지 했는 데, 어째서인지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말았다. "파란색 사과라니. 조금 먹기 싫어지는구나. 굳이 파란색으로 사과를 칠한 이유라도 있니?" 이치마츠는 그때서야 세상에는 인간이 임의로 붙인 여러가지 명칭의 색깔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또한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제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치마츠의 세상은 모든 것이 파괴된 것 같았고, 익숙히 봐오던 물건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이라면 이걸 다르게 보겠지?라는 회의감이 드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분열 속에 갇혀버렸고, 어린시절 골목대장 노릇도 했을만큼 사교적이었던 성격은 그 빛을 잃고 이제는 무채색의 무미건조한 숨결을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내면의 혼돈에 침식해버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집착적이라고 할 만큼 문학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것은 문학이라는 것 자체에 아름다움이나 경이로움을 느껴서 하는 행위라기보다는, 도피의 행위에 가까웠다. 그는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주위를 돌려보면 남들과는 다른 세상이 제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초록신호등에 길을 건너고, 붉은신호등에는 길을 건너지 않는다는데 이치마츠는 도대체 무엇이 초록이고 무엇이 붉은색인지 분간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저 남들의 발걸음을 따라갈 뿐이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두 색채를 품고있으므로, 색채를 알지 못하는 이치마츠에게는 퍽이나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일종의 도피처를 문학속에 세웠다. 그곳에선 모든 색깔이 글로만 쓰여져 있을 뿐이다. 그 도피처는 흰 종이와 검은 글씨로 이뤄져 있을 뿐이라 흰정도와 검은정도의 구분밖에 되지 않는 자신이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여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완벽한 도피처가 될 수 없었다. 결국 이치마츠는 현실의 사람인 것이다. 결국 사람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했고, 도피처는 일시적인 방어수단일 뿐 자신을 지켜낼 공격수단이 될 수 없었다. 신이나 악마가 자신의 소원 들어줘서 세상을 뒤집어버릴 수 있다면, 이치마츠는 세상을 무채색으로 뒤집어버리고 싶었다. 남들이 푸르다고 하는 저 하늘도 이치마츠에게는 조금 맑은 회색에 불과했고, 남들이 짙푸르다고 하는 저 우거진 녹음도 이치마츠에게는 조금 선명한 회색쯤에 불과했다. 과연 푸른색은 어떤 색일까라고 제 머릿속에서 이제까지 경험해본 색깔들을 최대한 섞어 만들어보려하지만 그래봤자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어짜피 회색일 뿐이다. 그 때문에 이치마츠는 세상을 전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현재의 자신에게 세상이란 회색 물감 공장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풍경화라도 그것이 회색범벅이라면 절대 아름답다고 평가받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이치마츠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아니 사실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만한 특별한 경험이라서, 책상에 앉아 창밖너머의 무채색 운동장을 보고있는 와중에도 손이 덜덜떨려 과연 그것이 진짜였을까?하고 오늘 아침에 일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오늘 처음으로 '색'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아니, 사실 이치마츠는 색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기때문에 사실 그것을 색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솔직히 조금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때껏 이치마츠가 보지 못해본 그런 것이었다.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우연히 같은 전차, 같은 칸에 탔던 남자의 주변에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신성한 색채가 빛과 생기를 머금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갓 딴 오렌지를 손으로 힘껏 쥐여 팟-터트려 과즙을 사방으로 퍼지게 한 것과 같이 상쾌했다. 어째서 저 사람의 주변만 색채가 보이는 거야. 이치마츠는 난생처음 경험해 본 세상의 색채에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고싶을 정도로 황홀혀져서 그 남자가 내린 후에도 몇분이고 멍하게 서서 제가 처음보는 세계에 경탄하고 있었다. 겨우 정신차렸을 때는 남자가 전차에서 내린 후 수 분이 지난 뒤로 그때는 이미 세상은 다시 무채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치마츠는 빼앗겨버린 색채의 세상, 아니 돌려받아진 무채색의 현실에 사형선고를 받은 것 마냥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전히 창 밖의 운동장은 무채색이었다. 이치마츠는 책상에 놓여있던 '노인과 바다'를 펼쳐 그것을 북북 찢어버렸다. 


 이치마츠는 이후 몇번이고 그 세계를 다시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퇴색되는 법이라, 결국 제게 황홀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그 영롱한 색채도 뭉뚝한 지우개로 뭉개버린 듯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미 맛 본 그 흥분은 일종의 중독의 기능을 갖고있어서, 이치마츠는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그것을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아니, 이왕이면 그것을 제 곁에 영영 잡아두고 싶었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그 날과 비슷한 시간에 매일같이 같은 칸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은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몇 번이고 그가 서있던 자리를 바라봐도 그 자리는 역시 무채색이었다. 계절이 두어번 바뀌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몇번이고 되새기는 그 날의 세상도 무채색의 장막에 덮어져버릴 때 쯤, 구원과도 같이 그가 나타났다. 이치마츠는 그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사람들 속에 파묻힌 전차 안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눈물때문에 흐려진 눈으로 기껏 보게 된 색채를 헛되이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남자를, 그리고 남자의 주변 색채를 외워버릴듯 똑똑히 눈에 담았다. 깜빡이지 못한 눈이 약간 충혈되어 눈이 지끈거렸지만 그것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처절하게 그 색을 잊지 않으려고 머릿속에서 그 고통을 반복해나갔던 그 시간들에 비하면 눈이 지끈거리는 것은 오히려 아름다운 영광이었다. 


 남자가 역에서 내려버리자, 이치마츠도 영겹결에 그를 따랐다. 그의 주변은 여전히 색채를 담고 있었다. 그가 움직이면, 색채의 반경도 움직였다. 그의 주변 상하좌우 30cm정도는 어떤 것이던 이제껏 이치마츠가 경험해보지 못한 색이었다. 이치마츠는 처음으로 그의 곁에서 푸른 하늘을 느껴볼 수 있었고, 난생처음으로 신호등의 붉은신호와 푸른신호가 번갈아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흙과 잔디의 색은 전혀 다른 것이고, 잔디와 나뭇잎의 색깔은 비슷한 것이라는 것을, 단풍에는 붉은신호등과 같이 붉은 것과 저기 꼬마가 신고있는 장화처럼 노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언제까지나 그 남자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치마츠는 남자와 다른 교복을 입고 있었기에, 한 눈에 그 학교 학주의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다. 학주는 정문에서 이치마츠를 막아세웠다. 


 "타학교학생이 타학교교복을 입고 당당히 들어오려하다니…. 세상 말세다."


 학주는 혀를 끌끌차며 이치마츠에게 몇가지 꾸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치마츠에게 학주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윙윙-. 분명 앞에서 누군가 뭐라고 떠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이내 공기처럼 분해되버려 귀에 의미가 닫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버린다. 이치마츠는 혼 빠진 사람처럼 색채를 내뿜는 남자만을 좇았다. 그가 멀어질 수록 이치마츠가 겨우 볼 수 있는 진짜 세상이 점점 좁아져버리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이내 학주에게 무력으로 저지당했다. 안돼 … 그를 좇지 않으면 안돼 …. 이치마츠는 본능적으로 그의 실루엣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저지당했고,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건물안으로 사라져 버려서 이내 이치마츠의 진짜 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아 … , 이치마츠는 소리없이 신음했다. 목이 갈라져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제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이 비참했던 적이 있던가. 이치마츠는 그가 사라진 무채색의 세상을 눈으로 더듬으며 차라리 보지 못하는 장님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이치마츠의 눈은 색채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에게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는 희미한 어린시절. 미술시간이었던가. 사과를 그리라는 선생의 말에 이치마츠 나름대로는 그것을 그린 후 정성들여 색칠까지 했는 데, 어째서인지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말았다. "파란색 사과라니. 조금 먹기 싫어지는구나. 굳이 파란색으로 사과를 칠한 이유라도 있니?" 이치마츠는 그때서야 세상에는 인간이 임의로 붙인 여러가지 명칭의 색깔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또한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제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치마츠의 세상은 모든 것이 파괴된 것 같았고, 익숙히 봐오던 물건 하나하나에 다른 사람이라면 이걸 다르게 보겠지?라는 회의감이 드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분열 속에 갇혀버렸고, 어린시절 골목대장 노릇도 했을만큼 사교적이었던 성격은 그 빛을 잃고 이제는 무채색의 무미건조한 숨결을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내면의 혼돈에 침식해버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집착적이라고 할 만큼 문학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것은 문학이라는 것 자체에 아름다움이나 경이로움을 느껴서 하는 행위라기보다는, 도피의 행위에 가까웠다. 그는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주위를 돌려보면 남들과는 다른 세상이 제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초록신호등에 길을 건너고, 붉은신호등에는 길을 건너지 않는다는데 이치마츠는 도대체 무엇이 초록이고 무엇이 붉은색인지 분간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저 남들의 발걸음을 따라갈 뿐이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두 색채를 품고있으므로, 색채를 알지 못하는 이치마츠에게는 퍽이나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일종의 도피처를 문학속에 세웠다. 그곳에선 모든 색깔이 글로만 쓰여져 있을 뿐이다. 그 도피처는 흰 종이와 검은 글씨로 이뤄져 있을 뿐이라 흰정도와 검은정도의 구분밖에 되지 않는 자신이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여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완벽한 도피처가 될 수 없었다. 결국 이치마츠는 현실의 사람인 것이다. 결국 사람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했고, 도피처는 일시적인 방어수단일 뿐 자신을 지켜낼 공격수단이 될 수 없었다. 신이나 악마가 자신의 소원 들어줘서 세상을 뒤집어버릴 수 있다면, 이치마츠는 세상을 무채색으로 뒤집어버리고 싶었다. 남들이 푸르다고 하는 저 하늘도 이치마츠에게는 조금 맑은 회색에 불과했고, 남들이 짙푸르다고 하는 저 우거진 녹음도 이치마츠에게는 조금 선명한 회색쯤에 불과했다. 과연 푸른색은 어떤 색일까라고 제 머릿속에서 이제까지 경험해본 색깔들을 최대한 섞어 만들어보려하지만 그래봤자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어짜피 회색일 뿐이다. 그 때문에 이치마츠는 세상을 전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현재의 자신에게 세상이란 회색 물감 공장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풍경화라도 그것이 회색범벅이라면 절대 아름답다고 평가받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이치마츠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아니 사실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만한 특별한 경험이라서, 책상에 앉아 창밖너머의 무채색 운동장을 보고있는 와중에도 손이 덜덜떨려 과연 그것이 진짜였을까?하고 오늘 아침에 일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오늘 처음으로 '색'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아니, 사실 이치마츠는 색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기때문에 사실 그것을 색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솔직히 조금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때껏 이치마츠가 보지 못해본 그런 것이었다.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우연히 같은 전차, 같은 칸에 탔던 남자의 주변에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신성한 색채가 빛과 생기를 머금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갓 딴 오렌지를 손으로 힘껏 쥐여 팟-터트려 과즙을 사방으로 퍼지게 한 것과 같이 상쾌했다. 어째서 저 사람의 주변만 색채가 보이는 거야. 이치마츠는 난생처음 경험해 본 세상의 색채에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고싶을 정도로 황홀혀져서 그 남자가 내린 후에도 몇분이고 멍하게 서서 제가 처음보는 세계에 경탄하고 있었다. 겨우 정신차렸을 때는 남자가 전차에서 내린 후 수 분이 지난 뒤로 그때는 이미 세상은 다시 무채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치마츠는 빼앗겨버린 색채의 세상, 아니 돌려받아진 무채색의 현실에 사형선고를 받은 것 마냥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전히 창 밖의 운동장은 무채색이었다. 이치마츠는 책상에 놓여있던 '노인과 바다'를 펼쳐 그것을 북북 찢어버렸다. 


 이치마츠는 이후 몇번이고 그 세계를 다시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퇴색되는 법이라, 결국 제게 황홀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그 영롱한 색채도 뭉뚝한 지우개로 뭉개버린 듯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미 맛 본 그 흥분은 일종의 중독의 기능을 갖고있어서, 이치마츠는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그것을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아니, 이왕이면 그것을 제 곁에 영영 잡아두고 싶었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그 날과 비슷한 시간에 매일같이 같은 칸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은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몇 번이고 그가 서있던 자리를 바라봐도 그 자리는 역시 무채색이었다. 계절이 두어번 바뀌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몇번이고 되새기는 그 날의 세상도 무채색의 장막에 덮어져버릴 때 쯤, 구원과도 같이 그가 나타났다. 이치마츠는 그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사람들 속에 파묻힌 전차 안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눈물때문에 흐려진 눈으로 기껏 보게 된 색채를 헛되이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남자를, 그리고 남자의 주변 색채를 외워버릴듯 똑똑히 눈에 담았다. 깜빡이지 못한 눈이 약간 충혈되어 눈이 지끈거렸지만 그것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처절하게 그 색을 잊지 않으려고 머릿속에서 그 고통을 반복해나갔던 그 시간들에 비하면 눈이 지끈거리는 것은 오히려 아름다운 영광이었다. 


 남자가 역에서 내려버리자, 이치마츠도 영겹결에 그를 따랐다. 그의 주변은 여전히 색채를 담고 있었다. 그가 움직이면, 색채의 반경도 움직였다. 그의 주변 상하좌우 30cm정도는 어떤 것이던 이제껏 이치마츠가 경험해보지 못한 색이었다. 이치마츠는 처음으로 그의 곁에서 푸른 하늘을 느껴볼 수 있었고, 난생처음으로 신호등의 붉은신호와 푸른신호가 번갈아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흙과 잔디의 색은 전혀 다른 것이고, 잔디와 나뭇잎의 색깔은 비슷한 것이라는 것을, 단풍에는 붉은신호등과 같이 붉은 것과 저기 꼬마가 신고있는 장화처럼 노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언제까지나 그 남자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치마츠는 남자와 다른 교복을 입고 있었기에, 한 눈에 그 학교 학주의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다. 학주는 정문에서 이치마츠를 막아세웠다. 


 "타학교학생이 타학교교복을 입고 당당히 들어오려하다니…. 세상 말세다."


 학주는 혀를 끌끌차며 이치마츠에게 몇가지 꾸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치마츠에게 학주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윙윙-. 분명 앞에서 누군가 뭐라고 떠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이내 공기처럼 분해되버려 귀에 의미가 닫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버린다. 이치마츠는 혼 빠진 사람처럼 색채를 내뿜는 남자만을 좇았다. 그가 멀어질 수록 이치마츠가 겨우 볼 수 있는 진짜 세상이 점점 좁아져버리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이내 학주에게 무력으로 저지당했다. 안돼 … 그를 좇지 않으면 안돼 …. 이치마츠는 본능적으로 그의 실루엣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저지당했고,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건물안으로 사라져 버려서 이내 이치마츠의 진짜 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아 … , 이치마츠는 소리없이 신음했다. 목이 갈라져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제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이 비참했던 적이 있던가. 이치마츠는 그가 사라진 무채색의 세상을 눈으로 더듬으며 차라리 스스로 제 눈을 찔러버린 오이디푸스와같은 장님이나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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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쥬시] 제이슨을 위한 장미 썰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나이차가 8살 정도 나는 형제. 원래는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부모님이 두 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평화롭던 일상에 금이 감. 쥬시마츠가 10살, 토도마츠가 2살정도 되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심. 불행이랄지 다행이랄지 두 형제의 앞으로 꽤 많은 양의 보험금이 떨어짐.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를 맡아 기르길 꺼려했던 친척들도 두 사람앞으로 꽤 많은 보험금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로 맡아 기르겠다고 함. 그렇게 친척끼리 서로 누가 맡아서 기를 것이냐로 분쟁이 일어나고 결국 큰아버지의 집에 맡겨짐. 하지만 큰아버지라는 사람은 말이라도 괜찮다고 할 사람은 아님. 처음에는 보험금을 노리고 접근한거라 형제들에게 잘해주는 척 하지만 곧 본색이 드러남. 그래도 토도마츠는 아직 사리분별도 안 갈 아기라서 큰아버지가족의 횡포를 직접적으로 체감하진 못했지만, 쥬시마츠에게는 항상 잡일을 시키느라 바쁘고 심지어 그 집 가족의 빨래나 설거지를 모두 쥬시마츠에게 맡기거나 학교 급식비를 주지 않아서 쥬시마츠는 항상 물로 배를 채움.


 보험금은 큰아버지가족의 행실때문에 몇 년만에 흥청망청 수중으로 날아가버림. 그나마 보험금이 있을때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는데, 보험금을 다 써버린 이후에는 쥬시마츠 형제가 애물단지라면서 항상 쥬시마츠에게 폭력을 휘두름. 그때문에 쥬시마츠는 점차 어두운 성격이되고 학교에도 적응을 못하고 겉돌음. 그래도 쥬시마츠가 이 집에서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 토도마츠는 아직 보호가 필요한 나이이기 때문임. 그래서 맞고 살면서도 토도마츠 하나를 생각하면서 그 집에 꿋꿋히 눌러살고 있는 거. 하지만 큰아버지가 아직 일곱살밖에 안 된 토도마츠에게 손찌검을 하려하자 쥬시마츠는 그 집에서 나와버림.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사장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쥬시마츠는 자신도 아직 어린 나이에 동생을 제 손으로 키움. 학교는 물론 갈 여유가 못 되고, 그렇지만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장까진 따놔야 사회에서 인정해주니까 그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함.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경찰시험도 봐서 엄청 어린나이에 감식관이 될 수 있었음. 나름 감식관 선배들에게도 이쁨받고 능력도 인정받으면서 직장 내에서 어느정도 적응함. 


 아직도 돈이 궁하긴 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었고 이제야 숨 좀 돌리려나 하는 데 운명이라는 게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은 것인지 토도마츠의 병이 그 때 발견됨. 어느날 쥬시마츠가 집에서 돌아왔는데 집의 불이 다 꺼져있음.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아직 안돌아왔나?하고 스위치를 키려는데 발에 툭-하고 뭐가 걸림. 응?하고 쥬시마츠가 자세히 바라보니까 토도마츠가 각혈을 하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덜덜 떨고 있음. 쥬시마츠는 엄청 당황해서 구급차를 급히 부르려니까 토도마츠는 그런 형에게 자신은 괜찮다고 말 하려 하는데 말하던 와중에 또 피를 쏟음. 결국 의식 잃은 토도마츠는 급하게 구급차에 실려가고 쥬시마츠는 큰아버지 집에서 맞고 살면서도 한번도 찾아본 적 없는 신을 그제서야 찾음. 토도마츠만 살려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신에게 기도드림. 


 다행히 토도마츠는 죽지는 않음. 하지만 오랫동안 그 병을 참고 있던 모양이라 병이 꽤 진전된 상태여서 꾸준한 치료와 정기적으로 수술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의사가 말함. 결국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소리. 토도마츠는 제 나름대로 형에게 부담이 되는것이 싫어서 쥬시마츠에게 아픈 것에 대해 상담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쥬시마츠에게는 자신이 동생에게 전혀 의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선고받은 거 같아 가슴이 매어짐. 토도마츠가 깨어날 때 까지 병실에서 잠도 못자고 간호하고 있던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깨어나자 동생의 뺨을 때림. 토도마츠는 형이 자신을 때린게 처음이라 크게 당황해서 얼얼한 볼을 잡고 정신빠진 표정으로 쥬시마츠를 바라봄. "형이… 형이 그렇게 못미더웠니? 이런거 하나 못 털어놓을 만큼?""형…그런게 아니야.. 나는 부담이 되기 싫어서..""부담? 형이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거 알면서.. 너 죽으면 형이 참도 편하게 발뻗고 살겠다. 어? 날 … 얼만큼 무능력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성에 차는거야.. 흐ㅡ윽. " 결국 토도마츠 앞에서 그 동안 괴롭고 서러웠던 게 다 터져버려서 한참을 펑펑우는 쥬시마츠. 토도마츠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어쩔 줄 몰라함. 쥬시마츠가 어느정도 진정되고 토도마츠에게 형에게 이제 숨김없이 모든 걸 말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나서야 사건을 일단락 됨. 


 하지만 토도마츠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어서 현실로 돌아와서 쥬시마츠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해야했음. 경찰 월급을 모아서 결코 만들수 있는 액수는 아니었기에, 쥬시마츠는 마약에 손을 댐. 경찰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 쪽 소문을 잘 알고 있던 쥬시마츠는 몰래 마약소매상을 해보기로 함. 생각보다 액수가 꽤 괜찮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임. 물론 나쁜짓이라는 자각은 있지만 그래도 제 동생을 위해서라면 나중에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고 생각함. 중간업자인 카라마츠를 소개받은 쥬시마츠는 거의 일년 간 카라마츠에게 받은 마약을 개인에게 소량으로 판매하면서 동생 수술,치료비를 모아감. 그런데 결국에 그 짓도 오래지나지 않아 들켜버림. 그것을 알아챈 것은 자신의 선배 켄씨. 평소 쥬시마츠와 자주 교류하고 있고, 쥬시마츠 형제의 사정을 어렴풋이 들어서 항상 쥬시마츠를 챙겨주는 사람이었음. 켄씨는 쥬시마츠의 일은 눈감아 줄테니 조용히 사퇴에서 마무리 하라고 함.


 쥬시마츠는 직장은 잃었지만 그래도 감방에 가지 않은게 어디냐고 스스로 안도하면서 살아감. 그래도 동생에게 걱정은 끼치기 싫어서 직장에 사표낸 것은 말하지 않음. 동생이 의심하지 않게 평소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나가고, 근근히 마약소매상의 일도 하면서 살아감. 다행히 마약소매상의 일이 꽤 짭짤한 편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살림은 꾸려갈 수 있었고 다섯평짜리 셋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돈도 꽤 모아가고 있었음. 어느날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데 토도마츠 친구가 거기에 옴. 그 편의점이 학원가 주변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토도마츠 친구가 도시락 사러 들른것.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는 꽤나 닮은 외모였기 때문에 토도마츠 친구가 토도마츠에게 형이 있다고 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토도마츠 형 아니세요?"라고 물어옴. 쥬시마츠는 당황해서 아니라고 했지만, 그 친구는 기어코 토도마츠에게 "너희 형 편의점 아르바이트하셔?"하고 물어봤음. 토도마츠는 형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걸 모르기 때문에 친구에게 아니라고 대답하곤 집에와서 "오늘 내 친구가 편의점에서 형닮은 사람을 봤대. 웃기지? 나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 근데 형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리가 없잖아 ㅡ. 세상에 우리를 닮은 사람이 또 있다니 신기하지 않아?" 하고 천진난만하게 물어옴. 


 결국 쥬시마츠는 다른 편의점으로 옮김. 이번에는 학생들이 잘 안다니는 회사만 많은 동네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함. 그 회사들 중에서는 제이슨사(社)도 있었음. 이치마츠는 이 제이슨사의 회장. 사실 말이좋아 금융업 회사지, 알고보면 고리대금업을 하는 조직. 고리대금업 이외에도 마약유통으로도 유명한 조직임. 일본 전역의 마약의 70퍼센트는 제이슨사에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사실 상 엄청난 위치에 있는 조직으로 보면 됨. 이치마츠는 대개 뒷세계에선 제이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음. 사실 쥬시마츠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중간상 카라마츠도 이 제이슨 사에서 마약을 공급받고 있는 것. 그런 사정까지 쥬시마츠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튼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쥬시마츠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편의점. 우연히 이치마츠가 담배를 사러왔음. 편의점에 들어와서도 담배를 뻑뻑 펴대는 이치마츠의 행실에 쥬시마츠는 얼른 담배를 줘서 쫓아버리자는 생각으로 담배를 건내주는데, 그런 쥬시마츠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어버리는 이치마츠. 쥬시마츠가 콜록되는 얼굴을 보면서 " 너 꽤 귀엽다" 라는 말을 남기고 대충 만엔짜리를 놓고 사라져버림. 쥬시마츠는 저새끼 뭐야.. 하면서 세상에는 별 미친놈이 다 있다-라고 생각함.


 이치마츠의 비서는 쵸로마츠. 쵸로마츠는 이치마츠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 뒷조사하라는 말에 고급인력을 이딴데 쓰다니- 하면서 투덜거리면서도 쥬시마츠 뒷조사를 해서 이치마츠에게 브리핑해줌. " 이름 마츠노 쥬시마츠, 나이 스물다섯,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과 둘이 친척집에 맡겨졌지만 15살무렵에 집을 나와서 동생과 단 둘이 생활, 검정고시와 경찰시험을 통과해 감식관으로 활동했던 모양이지만 사표를 냄, 저희쪽 중간상인 카라마츠에게 마약을 공급받고 있고 아마 사표를 낸 이유는 마약관련일때문이라고 생각됨, 그의 동생 마츠노 토도마츠는 …. " "헤ㅡ에. 경찰 일을 했었어?"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에게 더 관심 갖게 되고 자주 편의점에 들림. "알바생씨. 나랑 한번 잘래?" 맨날 와서하는 것은 성희롱이라서 쥬시마츠는 신고할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자한테 성추행당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쪽팔리다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이치마츠를 무시함. 그런 태도에 이치마츠는 더 불이 붙음. "난 일주일내에 알바생씨가 나랑 자게 된다에 내 팔 하나를 걸께.""그럼 전 절대 그럴 일 없다에 제 모든 걸 걸겠습니다."


 다음날에 카라마츠에게서 전화가 옴. 제이슨이랑 아는 사이냐고. 쥬시마츠가 이치마츠가 제이슨인거 몰라서 모르는 사이라고 하니까, 카라마츠는 이제 마약공급을 못해줄 수도 있겠다면서 한숨을 쉼. 어째서 그러냐고 쥬시마츠가 당황해서 물으니까 자신이 마약을 공급받는 제이슨사에서 당신과 거래하는 소매상들 가운데 제이슨과 트러블 생긴 소매상이 있기 때문에 카라마츠에게 공급을 끊겠다고 했다고. 카라마츠는 울듯한 목소리로 소매상과 트러블 생긴걸 왜 중간업자인 자신에게 푸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함. 그 때 머릿속에 이치마츠가 팍하고 떠오른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이치마츠가 제이슨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제이슨사에 들어감. 쥬시마츠가 안내데스크에서 제이슨 좀 보게 해달라고 고집부리는데 안내데스크는 당연히 안된다고 말함. 쥬시마츠가 큰소리내면서 소란 일으키니까 마침 지나가고 있던 쵸로마츠가 쥬시마츠 알아보고 그를 회장실로 올려보내줌. 마침 거기있던 이치마츠는 웃으면서 "일주일에 걸었는데, 하루 만에 찾아왔네?"하고 쥬시마츠 조롱함. 


 쥬시마츠는 왜 자기한테 분풀이할 것을 카라마츠한테 하냐고, 비겁하다고 이치마츠에게 욕을 퍼붓지만 이치마츠는 그런거 들어먹을 놈이 아님. "그러게 자자고 할 때 잤으면 좋았잖아-.""…해줄테니까, 카라마츠씨한테 해코지는 하지 말아줘."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여러모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고, 거기에 자신도 마약소매상의 일이 끊기면 점점 커가는 동생을 양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한번 대주자-라는 생각으로 이치마츠에게 제안함. 아직까지 관계는 가져본 적 없지만, 관계갖다가 죽었다는 소리는 못들어봤기 때문에 모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제안한 것임. 이치마츠는 "당신…. 되게 쉬운 사람이네"하며 키득키득 웃음. 쥬시마츠는 입닥치고 빨리 하기나 하라면서 옷을 벗기 시작함. 중노동과 여러가지 일들로 다져진 꽤 봐줄만한 몸이 드러나니까 이치마츠도 웃음기를 지우고 거세게 쥬시마츠를 사무실 쇼파로 밀쳐버림. 아래까지 벗겨버리고 하반신이 들어나니까 아무런 애무도 없이 그저 퍽퍽 박아버림. 처음이다보니까 많이 조이는지 이치마츠도 인상을 쓰면서 "힘빼" 라는 말을 행위도중 두어번 함. 전혀 오르가즘따위는 느끼지 못하고, 고통만이 수반된 관계를 맺으려니 쥬시마츠는 죽을 맛.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도 자신은 여기까지 추락해버리고 마는구나-하는 일종의 좌절감. 결국 쥬시마츠는 눈물을 보이면서, 자신의 살과 이치마츠의 살이 마찰되어 음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제 귀로 똑똑히 들으면서 차라리 세계가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이치마츠가 약속은 안지키진 않아서 한번 관계 맺고 나니까 마약을 정상적으로 카라마츠에게 다시 공급해줌. 하지만 이번에는 동생으로 약점을 잡아서 쥬시마츠를 괴롭힘. 사실 한번 관계하면 흥미도 식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한번 관계하고 나니까 더더욱 쥬시마츠를 원하게 됨. 그렇기 때문에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인 동생을 빌미로 그 이후의 관계도 요구함. 어느날은 지 부하들이랑 쥬시마츠랑 하는거 보고싶다면서 자기는 관음만 하겠다고 함.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랑 하는 것은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당황함. 덩치는 자신의 두세배는 될 거 같은 남자 여럿에게 둘러싸여져 옷이 벗겨짐. 쥬시마츠는 싫다고 저항 했지만 이치마츠는 그런 거 들어줄 놈이 아님. 애원한다고 들어줬으면 진작에 쥬시마츠와 이런 관계가 되지 않았겠지. 이때까지 자신과의 관계에서 그저 죽은 시체처럼 묵묵히 참기만 하던 쥬시마츠가 울면서 애원하는 모습은 신선한 것이어서, 이치마츠는 더 꼴려버림. 싫다고 소리지르는 입을 누가 막아버리고, 반항하는 두 다리는 누군가 눌러버리고. 입과 아래에 물건이 동시에 들어오고 누군가는 유두를 핥고 이와중에 쥬시마츠는 쾌감과 공포로 자기 몸이 자기 것이 아닌 것 처럼 됨.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치마츠는 흡족해하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고 쥬시마츠에게 물건을 넣고있던 부하 한 명의 머리통을 거세게 쳐버림. 갑자기 냉전된 분위기에 부하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있으려니까 이치마츠가 그 장정들을 다 갈겨버림. 쥬시마츠가 제 정신을 못차리고 "살려줘..살려줘...."하고 누군가에게 하는지도 모를 애원을 하고 있음. 이치마츠는 그런 쥬시마츠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몇대 처버린 후 지하실을 나섬. 


 그 이후에, 한동안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찾지 않음. 이제 질렸나보다 ㅡ 하고 쥬시마츠는 안심함. 그 이후로 덩치가 큰 남자를 보면 흠칫-하고 놀라는 등 트라우마가 생기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별 일 다 당한 쥬시마츠였기에 그래도 꽤 빠른 시간내에 정상적으로 다시 생활함. 이치마츠가 다시 쥬시마츠를 찾았을 때는 위 사건으로부터 꽤 지난 날. 토도마츠가 친구네 집에서 숙제한다고 늦게 들어온다고 했던 날인데, 그래서 쥬시마츠 혼자 집에 있었음. 문 열고 누가 들어오니까 당연히 토도마츠일거라고 생각한 쥬시마츠지만, 이치마츠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굳어버림. "씨발…. 스토커새끼. 여긴 왜 왔어… "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보니까 그 날의 트라우마가 재발해서 몸이 덜덜떨림.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강한 척하는 모습에 이치마츠는 또 꼴림. 이치마츠가 쥬시마츠를 덮치고, 한창 하고 있는데 타이밍 나쁘게도 토도마츠가 들어와버림. 토도마츠는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게 서있더니, "더러워 …" 하고 덤덤히 집을 나가버림. 차라리 토도마츠가 화라도 내거나 욕이라도 했으면 나았을 텐데 그렇게 나가버리니까 쥬시마츠는 미칠지경. 바지도 올리지 못한 채, 급히 토도마츠의 뒤를 쫓아서 토도마츠를 붙잡았으나 "그 역겨운 손으로 만지지 말아줘 형." . 쥬시마츠는 당연히 큰 충격을 받음. 


 토도마츠는 가출을 해버리고, 쥬시마츠는 얼빠진 상태로 집 안에서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만 있음. 이치마츠는 그다지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은 없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못먹고 피골이 상접해있는 쥬시마츠를 보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아서, 쥬시마츠를 제 맨션으로 데려옴. 매일을 죽지못해서 사는 것 처럼 행동하는 쥬시마츠에게 억지로 윽박지르면서 뭘 먹이고 돌봐주면서, 항상 여유넘치던 이치마츠도 점점 쥬시마츠의 행동에 초조해짐. 사실 점점 자신이 점점 진심으로 쥬시마츠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리니까, 이대로라면 자신은 사랑 받지 못해버린다는 사실에 초조해지는 것임. 점점 이치마츠가 쥬시마츠를 대하는 태도는 부드러워지지만 쥬시마츠는 나을 기미를 안보여서,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이치마츠. 


 어느 날, 새벽에 찬바람이 들어와서 이치마츠가 눈을 뜸. 찬바람은 거실로부터 들어오고 있던 것. 제 옆에 쥬시마츠가 없으니까 이치마츠는 좋지 못한 예감이 들어서 재빨리 거실로 향함. 좋지못한 예감은 항상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거실의 발코니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쥬시마츠가 그곳에 있었음. 이치마츠는 제가 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빔. 제발 그곳에서 내려오라고 애원하면서 쥬시마츠쪽으로 다가섬. 하지만 쥬시마츠는 감정없는 눈으로 이치마츠를 한번 쓱 ㅡ 훑어보더니 아무런 예고도 없이 뛰어내려버림. 이치마츠의 맨션은 14층이어서 분명 뛰어내린다면 죽을 확률이 큼. 이치마츠는 타고난 반사력으로 겨우 쥬시마츠의 왼쪽 손을 잡음. 제발 이러지 말자고, 너 죽으면 니 동생은 어쩔거냐고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냐고 이치마츠가 처절하게 애원함.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에 매달려, 가만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웃어보임. "니가 고통스러워 하는 얼굴을 보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네." 그리곤 오른 팔에 쥐고 있던 칼로 쥬시마츠는 제 심장 찔러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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