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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슬침연(膝枕緣) 01





"이즈미 도련님, 밖에 좀 나갔다 오세요. 분명 또래 친구들을 잔뜩 사귈 수 있을 거라니깐요?"


 유모는 걱정이 많았다. 이즈미와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 것이건 걱정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즈미의 교우관계에 대해 큰 걱정을 해왔다. 이즈미는 유모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이즈미에게는 흔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또래아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우관계를 쌓지 못한 것은 이즈미 주변엔 가문끼리 잘 알고 지내는 어른들만 넘쳐나는 것이 주된 이유였고 어린아이치곤 조금 포악한 그의 성격도 한 몫했다. 사실 몇번 비슷한 신분의 가문끼리 만남이 있을 때 이즈미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먼저 다가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아이들은 모두 울면서 이즈미의 곁에서 나가 떨어졌다. 그러니 유모가 이런 걱정을 해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친구는 나이가 들 수록 만들기 어려운 법이었다.


 이즈미는 어제 내린 눈으로 밖이 추워져서 나가기 싫었으나 유모가 결국 외투까지 입혀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등쌀에 밀려 집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을을 느리게 걸었다. 겨울이라 짚으로 덮어놓은 밭들은 생명력이라는게 좀 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시골바닥에서 마을 사람들은 대체 뭘 하고 사는걸까? 라는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아마 이 마을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아 적당히 이곳에 가정을 꾸리고 이 동네를 세계의 전부로 인식한채 큰 도시한번 나가보지 못한 채로 이대로 적당히 죽어버리고 말겠지.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야.


 이즈미는 입을 비틀어 웃었다. 자신은 이곳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자신은 왕 다음으로 지위가 높은 귀족 가문의 외동아들이었으며 필히 제 가문을 물려받아 이 안쓰러운 사람들을 지배하는 나라 제일의 관리가 예정이었다. 이 천박한 곳에 머무는 것은 잠시 뿐, 어머니의 허리가 거의 회복되었기에 다음주가 되면 이 구질구질한 동네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유모가 바라는 친구같은 걸 그다지 만들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한바퀴만 더 동네를 돌다가 집에 들어가자- 라고 생각하던 때 우물가에 도착했다. 동네 쳐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빨래를 하고 있었다. 겨울이라 살얼음까지 낀 물에 빨래를 하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일텐데 어찌된 일인지 처녀들의 얼굴엔 웃음만이 가득 펴있었다. 아이를 등에 들쳐매고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여자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저들끼리 깔깔대더니 이내 곧 근처에 서있던 이즈미를 발견했다.


 이 시골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곱상한 외모의 이즈미를 보며 처녀들은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대충 말을 엿들어보니 '세나가문의 도련님'이라던가 '저 큰 대궐의 도련님'이라던가 자신의 이름을 대신해 부르는 명칭들이 들렸다. 아마 자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시골바닥에서 꽤 유명인사가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시끄러워, 라고 여자들에게 쏘아주고 싶었으나 굳이 나서서 이동네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기특한 생각도 없었지만.


 "마코토, 저 도련님 너랑 나이또래가 비슷하겠다. 말이라도 걸어봐."

 

 한 처녀가 곁에 있던 아이에게 말거는 소리가 들렸다. 마코토, 라고 이름불려진 소년은 아마 자신보다 한두살 어린 티가 나는 같은 소년이었다. 저 무리의 유일한 남성이기도 했다. 소년은 빨개진 손을 호호 불며 적의없는 맑은 눈으로 이즈미를 바라보았다. 이즈미는 저 맑은 시선에 빠져들어 잠시 생각을 멈춘 채 소년의 눈동자만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씨-익 입을 찣으며 웃는, 아직 풋내나는 소년의 미소에 제가 넋을 놓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곤 얼굴을 붉혔다. 어째서 난 남자 따위한테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린걸까! 부끄러웠다. 치욕에 가까운 부끄러움이었다.


 이즈미는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제가 왔던 길을 더듬어 본가로 향했다. 쿵쿵, 심장이 발걸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었다. 이즈미는 심장의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땅을 박차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정말이지 귀족의 몸가짐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있는 아버지가 보았다면 품위없다고 한소리 들었을 법한 장면이었다.











"어머. 도련님 나가시게요?"

 

 외투를 제 스스로 챙겨입는 이즈미를 보고 유모는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침 이즈미에게 간식을 가져다 주려 했던 것인지 유모의 두 손엔 양과자와 찻잔이 담긴 작은 소반이 들려있었다. 이즈미는 이 동네에 와서 산 지 반년동안 한번도 제 스스로의 의지로 이 집 밖을 나간 적이 없었다. 어제는 저 어린 도련님을 겨우겨우 등쌀을 밀어서 나가게 한 것이었는데 하루만에 저렇게 스스로 외출준비까지 하고 나가려 하다니. 사람이 하루만에 변하면 큰 일이라던데 …하고 유모는 조금 걱정했다. 이상적으로 바라던 장면이었지만 어쩐지 막상 현실로 닥치니 감동보다는 걱정이 밀려왔다.


" …그 과자 좀, 싸 줄 수 있어?"


 이즈미가 유모의 시선을 조금 피한 채 물었다. 저 어린 도련님은 어릴때부터 부끄럽다고 생각할때마다 시선을 피하는 버릇이 있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의 곁에서 그를 가장 많이 겪어온 유모만은 알고 있는 버릇이었다. 왜 과자를...? 설마 도련님께 친구가 생기신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유모는 좀 전까지 하던 걱정이 떨쳐지고 이내 감격으로 마음이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련님께 친구라니! 이건 세나 가문에 길이 남아야 할 소중한 역사적 순간이 아닌가! 하고 조금 호들갑스러운 마음으로 유모는 소반을 들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이즈미에게 싸줄 과자를 고운 색의 보자기에 담기 위해서. 



 "어? 어제 그 도련님이죠?"


 우물가에는 어제와 같이 소년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다만 어제 삼삼오오 모여 빨래를 하던 시끄러운 처녀 무리들은 보이지 않았다. 저 쪽 고목나무 아래서 몇몇 동네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년은 이즈미를 한 눈에 기억해 냈다. 사실 기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좋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값 비싼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마 이 마을에서 세나 이즈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마코토의 옷은 다 헤져서 여러번 천을 덧 댄 낡은 유카타였다. 이즈미는 소년의 말에 별 대꾸를 하지 않고 조용히 소년의 빨래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즈미쪽을 힐끗거렸던 소년도 이즈미가 별 말이 없자 원래하던 빨래에 집중했다. 찰박찰박, 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이내 소년은 빨래를 끝마친 것인지 몇 번 방망이질을 툭툭해대더니 빨랫감이 담긴 대야를 들고 구부렸던 다리를 펴서 일어섰다. 다리가 조금 저린 것인지 으으-하는 작은 신음을 냈다. 그러곤 아직까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이즈미를 보고 무슨 볼일이?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살폈다. 이즈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소년은 조금 이상한 생명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이즈미를 한번 훑곤 그를 지나쳐 제 갈길을 가려했다. 하지만 곧 소년의 발걸음은 타인의 힘에 의해 멈춰졌다. 제 어깨를 잡아온 세나 이즈미를 보며 소년은 다시 그 맑은 시선으로 충분히 이즈미를 기다려 주었다. 이즈미가 입을 떼었다. 귀기울이지 않으면 공중으로 분해 될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소년은 참을성있게 이즈미의 목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해주었다.


 "저기 …, 과자 먹을래?"


 이즈미가 품 안에 넣어두었던 과자가 담긴 보자기를 내밀었다. 소년의 시선을 약간 피한 채 였다. 귓볼은 감나무에 갓 열린 단감마냥 붉은 기세로 달아올라 있었다. 보자기를 내밀고 있는 오른손은 긴장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소년은 이즈미의 제안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소년은 자신이 종종 나무를 하러 오른다는 동네의 나즈막한 동산에 이즈미를 데려갔다. 그곳에선 이 마을을 한 눈에 다 담을 수 있었다. 세나가문의 별장도 이 동산에선 막힘없이 다 보였다. 새끼손톱만한 초가집들 사이에 그 집들의 열배는 훌쩍 넘어보이는 자신의 집이 새삼스레 크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꽃이 필때 왔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네요."


 소년은 진심으로 아쉬운 듯 했다. 철쭉과 진달래 등이 피는 봄에 이 언덕에서 동네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고 소년이 사족을 덧붙였다.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나이는 아직 아니였지만 소년이 말하니 왠지 정말 그럴 것 같았다. 둘은 눈이 쌓이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이즈미가 가져온 보자기를 풀었다. 형형색색 고운 색깔을 띄고 있는 양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유모가 과자를 더 넣은 것 같았다. 혼자먹기에는 아무래도 많은 양이었다.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가 후각을 간지럽혔다. 소년은 초콜릿을 가리키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이즈미에게 물었다. 약간 소똥같은 색깔이라며 작게 꺄르르 되었다. 이즈미는 소년에게 친절하게 초콜릿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서양에서 즐겨먹는 간식이래. 원래는 카카오라는 열매인데 그걸로 이 초콜릿을 만든다나봐. 나도 카카오라는 열매는 본 적이 없지만 이 초콜릿은 종종 즐겨먹어. " 


 그리곤 별모양이 찍혀있는 초콜릿 하나를 조심히 들어 소년에 입에 신중히 넣어주었다. 소년은 먹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듯 초콜릿을 입에 넣고 한동안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이즈미만을 바라보았다. 이즈미는 소년의 행동에 어깨를 으쓱이곤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겠다며 제 입에 초콜릿을 하나 넣고 우물우물 빠는 행동을 해보였다. 소년도 이내 그것을 똑같이 따라했다. 그러더니 잠시 혼이나간 듯 혼미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예요.."


 생각 외의 반응이 이즈미를 즐겁게 했다. 이즈미는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과자는 다 너 먹으라고 웃어보인 뒤 보자기를 다시 묶어서 소년의 빨랫대야에 넣어주었다. 소년은 진심으로 감동한 표정으로 몇번이고 이즈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가진 것은 없지만 제 선물이라며 엉성하게 깍여진 나무인형도 보답으로 건냈다. 사실 이즈미의 집에는 저 나무인형보다 훨씬 훌륭하고 재밌는 장난감이 발에 채일정도로 많이 있었지만 이즈미는 처음으로 남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이렇게 좋은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까?"


 언덕에서 내려와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기 전, 이즈미가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다음 날 점심때 쯤에 서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내일은 더 맛있는 과자를 가져다 주겠노라고 이즈미는 선언했다. 소년은 와아-하고 환호했다. 둘은 이내 큰 길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즈미의 입에서는 아무리 연습해도 잘 되지 않던 휘파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모! 정말 다 담았지? 그 쿠키도 담고, 초콜릿도 가득 담았지? "

"어휴, 도련님. 몇번이나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 챙겼다니까요. 너무 많이 드시면 살쪄요?"

"상관없어-. 그건 그렇고 젤리도 챙겼지?"


 주전부리를 싼 보따리는 어제보다 훨씬 그 부피가 커져있었다. 이즈미는 보따리를 건네받지마자 신발을 신은 채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늦게 피운 바람이 더 독하다더니 우리 도련님이 딱 그꼴이구나, 하며 유모는 허허 웃었다. 대체 어떤 친구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까다로운 세나 이즈미 도련님을 저렇게까지 구워삶다니. 정말 보통 사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즈미는 이내 우물가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에 눈이 와서 그런지 우물에 소복히 눈이 쌓여 있었다. 우물가에는 어린 여자애 하나가 빨래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는 이즈미와 눈이 마주치더니 이내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아무래도 추위때매 생긴 홍조는 아닌 듯 싶었다. 하지만 이즈미는 소녀에겐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저 어제 마코토가 앉아있던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오늘 더 커진 과자 보따리를 보면 마코토가 어떤 표정을 지어줄 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흘렀다. 마코토가 조금 늦는 것 같았다. 자신이 너무 빨리 나와버린 것인가? 이즈미는 보따리를 끌어 안으며 조금이라도 추위를 이겨보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아낙네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부지런히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갔다. 벌써 스물여섯번째 아낙네였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단발머리 소녀도 진즉에 가버리고 없었다. 마을 여기저기서 밥짓는 냄새가 솔솔 풍겨와 점심때부터 계속 공복상태인 이즈미의 코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있던 그림을 잠시 멈추곤 하늘을 바라보았다. 색붉은 주황색의 노을이 이 포근한 마을을 어머니가 자식을 감싸듯 포근한 모양새로 덮어가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그 자리를 별들이 촘촘히 매꾸기 시작했다. 수도(首都)에서는 좀 체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손이 찼다. 지문이 쩌억 갈라져 있었다. 이미 감각이 사라져서 별 느낌은 없었다. 아까의 소녀처럼 자신도 손에 입바람을 후후 불어봤다. 결국 소년은 오지 않았다. 과자 보따리는 이미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아 둔 채였다. 왜 너는 오지 않았을까? 너는 바쁜 일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널 기다리고 있는데? 넌 내가 널 미워하게 되어도 좋은 것일까? 묻고 싶은 것이 저 하늘의 별만큼이었다. 별이 참 무수했다. 밝게 떠있는 별이 참 미웠다.


"도련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유모가 제대로 된 외투도 입지 않은채 나와 자신을 찾고 있었다. 유모는 이즈미를 발견하더니 이내 눈물샘을 촉촉히 적셨다. 혹시 도적들에게 잡혀간 것이나 아닐지 안절부절 걱정하던 마음이 이즈미의 얼굴을 보자 안도감으로 변했다. 유모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이즈미를 향해 뛰어와 어둠 속에 홀로 서있던 이즈미를 품에 꼬옥 안았다. 유모의 품은 따듯했다. 이즈미의 볼줄기를 타고 물줄기가 갸날프게 흘렀다. 몸이 따듯해지니까 흐르는 생리적인 눈물일거라도 이즈미는 생각했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 유모 ... 흐, 읍. 유...모... "


 별이 참 무수했다. 저 별만큼 나는 너를 미워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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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우상철회 03








 겉보기엔 평화로웠다. 언제나 그렇지 않은가, 중요한 전투 전에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한 법이다. 일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쟁 전의 평화에는 일종의 긴장감이 곁들여져 있다. 마코토도 그랬다. 별 거부감 없이 새 집에는 잘 적응해 나갔고 새로운 가족들과의 관계는 원만했으며 전학 간 학교에서도 모범생이라고 칭찬을 받는 둥 일상에 평화가 찾아왔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그 화풀이를 위해 마코토를 욕하고 때리던 어머니는 이제 없었다. 속은 썩디 썩어버렸지만 겉만은 최고로 번지르르한 과일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겉은 번지르르하더라도 그 안에 애벌레가 과육을 다 헤쳐놓고 있는 쭉쩡이는 조금만 건드려보면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새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기념일이라며 2박3일로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이즈미와 마코토는 같은 쇼파에 앉아 의미없이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사실 마코토는 별로 저 예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최근에 친해진 아이들이 하도 재밌으니 한번만 보라고 권유해왔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뭣해서 어쩔수 없이 이번편만이라도 보자고 생각하며 보던 중이었다. 한번도 tv보는 모습을 보인적 없던 이즈미가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던 마코토의 옆자리에 앉았을 때는 자리를 뜨고 싶었으나 그건 너무 노골적인 반응 같아서 적당히 십분만 더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자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유우군은 참 뻔뻔해. 나같으면 못할거야. 자기아빠와 바람 난 여자의 가정에서 사는거."


 마치 '저 예능 재밌지 않아?'라고 묻는 것 같이 단조로운 표정으로 이즈미가 물었다. 여전히 tv 브라운 관에서 시선은 떼지 않은 채였다. 말의 내용이 지독하지만 않았더라면 마코토는 아마 이즈미를 무시했을 것이다. 마코토는 이 집 식구들과 모두 두루두루 잘 지내고 있었지만 이즈미만은 예외였다. 그렇다고 딱히 혐오하는 반응을 노골적으로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식구들 처럼 먼저 사근사근하게 다가가서 관계를 원만히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집안에 살고 있는 어색한 남처럼 이즈미를 대해왔다. 그런데 저런 폭탄같은 발언을 해올 줄이야. 하긴,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걸 간과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적에도 꽤나 자기 중심적으로 살고 있던 이즈미지만 저렇게까지 포악한 인간이었다니.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저 도발에 넘어가버린 자신이었다.


 "이즈미씨만 하겠어요? 저같으면 못할걸요? 새아버지의 전아들이랑 이렇게 나란히 앉아있는거."

 

 이즈미가 tv에 고정시켰던 시선을 서서히 떼서 마코토에게 돌렸다. 이즈미에게 조금이라도 상처주고 싶었는데 마코토의 말이 이즈미에겐 이상하게 작용했던 것 같았다. 마주친 이즈미의 눈동자 속에는 웃음이 서려있었다.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눈빛이 '그러게 빼앗긴 네 쪽이 잘못 아니야?'라는 비웃음을 함축하고 있었다. 주먹이 나간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 주먹이 이즈미의 얼굴에 보기좋게 박혀버렸다면 좋았을련만 그 시나리오는 보기좋게 구겨졌다. 탁-, 너무나도 손쉽게 이즈미가 자신의 주먹을 잡아채자 마코토는 당황했다. 여자친구의 앙탈을 손쉽게 잡아채는 남자친구처럼 이즈미는 참으로 쉽게 마코토를 제어했다. 이즈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럴때도 이즈미가 잘생겼다고 느껴버리는 제 뇌를 뜯어버리고 싶었다.


 "워워ㅡ. 형을 때리는 동생이라니. 버릇없는 동생은 키운 적이 없는데, 나는."

 "동생이라고 하지마요. 존나 역겨우니까."

 "뭐, 나도 널 동생으로 볼 마음은 없는데. 이제부터 안 봐줘도 되지?"


 사각사각-, 애벌레가 마음 속을 엉망징창으로 갉아먹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 속에 사는 애벌레에겐 먹는다는 행위에 일정 규칙이 없어서 이곳 저곳 생각도 못한 모양으로 마음을 갉아먹어 버린다. 세나 이즈미가 자신의 위에 올라탔다. 사각사각사각사각, 귓가가 시끄러웠다. 이제는 뇌까지 갉아먹으려는 모양이었다.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 , 낯선 체온이 마코토의 가슴팍 위로 올라왔다. 낯선 손길이 그런 가슴을 난잡하게 지분거렸다. 한껏 발길질을 했다. 천장의 무늬가 눈가를 어지럽혔다. 제 바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의해 벗겨져 저만치 던져졌다. 아!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마코토의 중심부터 뇌까지 뚫어버렸다. 뇌가 부스러졌다. 숨 넘어가듯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즈미가 웃었다. 저 입가의 미소만 거둬버릴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자신의 애처로운 숨을 신께 바칠 의향이 있었다.


 아아, 박수갈채가 들렸다. 자신만 빼고 모두들 즐거워 하는 무대 위에서 마코토는 나체인 몸이 찣어발겨지도록 굴려졌다. 퍽퍽퍽 -, 난잡하고 음란한 효과음이 아래로부터 들렸다. 원래는 무언가를 넣을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은 그 곳은 불가항력으로 역류당했다. 하읏, 자신의 위에서 교미의 쾌락으로 신음하는 이즈미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마코토는 저 악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겠노라 맹세했다. 악인은 제 영웅이었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픔으로 인해 생리적인 눈물이 흘렀다. 이즈미의 땀방울이 제 안경의 유리알에 떨어져 시야를 방해했다. 


 "난 널 동생으로 볼 생각이 없어."

 

 절정에 근접해있는 들뜬 목소리가 마코토에게 말했다. 이내 뱃속은 따듯한 액체로 푹 절여졌다. 


 "난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할 생각이 없 … 앗, 어요 …, 절대로."

 "그것 참 유감이네."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거야. 당신의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을거야. 내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을거야. 


 "난 널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거든."


 이즈미로부터 뿜어지는 욕정은 나를 향해서만 곧게 뻗어있어서 그 크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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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가] 반례 02







 이 학교에 들어와서 안 사실이지만 학교내에서도 유닛에 따라 권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그저 순수히 음악만 하기 위해서 이 학교에 온 나야 그런 것 따위 알리가 없었지만 이 학교 학생이 된 이상 아주 모른척 하고 살 수도 없었다. 사쿠마 레이는 유메노사키의 권력 집단인 'fine'에게 대항하려고자 하는 몇몇 반역자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 반역자들의 수장과도 같은 존재였다. 반역을 꿈꾸는 그 눈동자에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어서 그당시의 나는 그 눈동자를 보고 사쿠마 레이를 또다시 멋지다고 동경해 버렸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싸움이었지만 나는 내심 그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사쿠마 레이가 비상하기를 바랬다. 그의 무궁한 가능성을 믿었다. fine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가 언제나 반짝거리는 상태로 사람들의 무수한 동경을 받는 스타로서 남아주길 바랬다. 녀석은 충분히 그래도 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놈이 었으니까.


 녀석을 동경하고 나아가 녀석의 곁에 머무는 사이에 나에게도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무의식중에 녀석의 말투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내 말투는 어느새 녀석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 외에도 녀석을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가게 되었다. 뒤늦게 사랑에 빠진 사춘기의 소녀마냥 그자식이 좋아한다는 음료를 사서 건넸고 그자식이 한번이라도 더 나를 보게 하기 위해서 이미 익힌 안무를 모른다는 듯이 녀석에게 묻곤 했다. 정말이지 다시 돌아보면 부끄러울 정도의 애정표현이었다. 내 짝사랑이 점점 색을 더해가는 동시에 녀석의 반역도 점점 진전을 더해갔다. 학생들은 이때를 유메노사키의 암흑기라고 부른다.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기대하고 입학했을 학생들은 살벌한 파벌싸움에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결국 사쿠마 레이는 졌다. 


 사쿠마 레이의 날개가 꺾인 것은 참으로 유감이었다. 하지만 그 반역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사쿠마 레이에 대한 동경심이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노력했던 녀석을 곁에서 지켜봐왔기에 반역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뿐이지 그래도 녀석을 우상시하던 나의 사고는 바뀌지 않았다. 녀석을 향한 동경심을 철회해 버린 것은 녀석이 서서히 자신을 갉아먹고 게다가 도피하듯 유학까지 가겠다고 선언한 때였다. 


 그렇게 전력을 다해서 움직인 싸움에서 fine를 결국 꺾지 못해 실망한 마음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사쿠마 레이는 그저 사쿠마 레이로 있어주면 그것으로 충분할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나도 변해버렸다. 이녀석은 진짜 체력의 한계라는 것이 있는걸까?하고 의심하게 만들었던 그 쌩쌩한 체력조차 반역이 실패한 이후 급속히 떨어졌다. 녀석은 하루종일 관에서 잠만 잘 뿐이었다. 경음부에 놓아진 관을 나는 밉다는 듯이 두어번 찰때도 있었다. 얄궂게도 관은 참 튼튼해서 기스 하나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쿠마 레이가 꼴보기 싫을 때는 녀석의 관을 찼다.


 유학을 간다고 선언한 녀석은 마지막으로 유닛과 동아리 멤버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지독한 날짜 선정이었다. 굵은 빗방울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땅을 쳐대는 날씨였다. 녀석이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경음부 부실이었다. 경음부 부원들은 녀석의 안녕을 바라며 그에게 잘되라는 둥 건강하라는 둥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 건냈다. 녀석은 애매한 미소를 흘리며 마지막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하지만 난 대놓고 노골적으로 녀석을 무시했다. 사쿠마 녀석은 끝내 나에게 악수를 받지 못한 텅 빈 손을 바라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부원들은 나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나는 어쨌거나 막무가내였다. 


 흡혈귀녀석이 나가버리자 경음부원들도 각자 부실을 나가버렸다. 부실에 남은 것은 나 혼자였다. 나는 경음부의 창가에 걸터앉아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경음부 부실은 운동장이 가장 잘 보이는 창가쪽에 있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해 걷고 있는 사쿠마 녀석의 뒷모습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녀석의 퇴장에 어울리는 지독한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녀석은 저 어깨에 유메노사키의 전부를 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제 하나 지기도 벅차하는 저 어깨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이새끼야!"


 사쿠마 레이를 붙잡은 것은 무의식의 반영이었다. 사실 끝까지 무시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녀석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버리자, 그 애처로운 어깨에 남겨진 영광의 잔향을 기억해내자 울분의 목소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가버렸다. 녀석은 뒤를 돌아서 곧은 시선으로 경음부 부실쪽을 바라보았다. 이내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비를 맞고 있었다. 이런 날 우산 하나 챙겨오지 않다니. 도대체가 자신은 왜 저런 얼뜨기를 이제껏 좋아해왔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시간 낭비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자신보다 학년도 어린 후배가 반말을 해오는데도 흡혈귀녀석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인지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제까지 항상 존댓말을 써왔고, 사쿠마 선배라고 제대로 부르고 있었는데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녀석에게 더이상 비를 맞게 할 수 없어서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 온 비닐우산을 오른손에 들고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녀석을 향해 뛰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정도 밖에 없다. 녀석이 점점 가까워졌다. 운동장을 달렸다. 비를 맞은 채. 사실 우산을 펴서 썼으면 될 일이었지만 그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다급했다. 이제 더이상 못 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자 최고속도였던 내 달리기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녀석의 앞에 섰다. 비에 절은 녀석의 몸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패배자의 향기가 났다.


 "우리 멍멍이는 착하네. "


 녀석은 이렇게 말하며 진심으로 환하게 웃었다. 이미 비는 홀딱 맞은 상태였지만 나는 녀석의 앞에서 우산을 펴서 녀석의 머리 위에 씌웠다. 싸구려 비닐 우산따위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런 사람이었다. 조금 더 좋은 우산을 사올 걸, 하고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아직 똑똑한 멍멍이는 될 수 없는 모양이구나. 우산이 있는데도 굳이 그걸 쓰지 않고 주인에게 달려오다니. "

 "누가 … 누가 니 멍멍이라는거야, 진짜… 죽고싶냐?"

 

  눈물이 흘렀다. 상관없었다. 이때만큼은 울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빨리 돌아와라, 네 녀석. 다음엔 … 다음엔 내가 네 녀석을 쳐 부술거니까. 더, 더 강해져서 오라고!"

 

 결국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녀석에게 말해주지 못했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이 단순한 문장이 왜이렇게도 말하기 힘들었는지. 내 머리를 손으로 잔뜩 헝클어놓은 것을 마지막으로 교문을 떠나는 사쿠마의 진짜 마지막 뒷모습을 끈질기게 응시하면서 나는 좋아한다고 자그마하게 중얼거려 보았다. 사실 그날 나는 네게 고백했었다. 세상의 모든 잡음을 묻어주는 빗소리의 힘을 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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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가] 반례 01


 





 아이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몰랐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7살의 생일선물로 기타를 품에 안아본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오직 음악이라는 것에 맞춰져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음악에 전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정도 잘 살았던 집안과 인간불신이라는 모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 타고난 외톨이 기질 때문인지도 몰랐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에 담임은 유메노사키라는 고등학교를 나에게 귀띔해줬다. 본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만약 합격한다면 자취를 해야하는 곳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아마 이 낮은 성적으로 그런 명문고등학교를 붙게 된다면 부모님은 기어이 눈물을 흘리시며 얼마든지 자취비를 대주실 테니까 걱정은 없었다.


 유메노사키에 견학을 간 것은 원서를 쓰기 일주일 전,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드림패스인지 뭔지를 하던 기간이었다. 사실 아이돌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것들이 음악을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냐는 삐뚤어진 마음으로 향한 곳이었다. 학교 안에는 쓸모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관객들의 대부분은 여학생들이라서 내 얼굴은 금세 질색이 되었다. 그중에서는 'fine'이니 '사쿠마 레이'이니하는 응원굿즈들을 들고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아까 복도에서 팔던 것들을 보며 저런게 팔리겠어?하고 코웃음쳤던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굿즈를 든 채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이보라고들, 그 굿즈 하나 살 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 몇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줄 알아? 라고 호통쳐주고 싶었으나 굳이 모르는 사람에게 시비 걸 정도로 난 용기있지 못했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곧 몇팀의 공연이 지나갔다. 물론 그 중에서야 몇몇 괜찮은 노래를 하는 놈도 있었으나 여자애들에게 비위를 맞추기위해 일부러 달아빠진 노래를 하고 있는 놈들에게는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곳에 오면 마음껏 음악할 수 있다고 해서 원서를 넣으려고 한 것인데, 저렇게 팀을 꾸려서 활동을 해야만 한다면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그저 홀로 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차라리 집 근처의 일반고를 넣어서 방과후에 음악에만 매달리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이곳까지 견학을 온 시간은 아깝지만 역시 이 학교랑은 연이 없나보다-하고 자리를 뜨려할 때, 그 때 내 인생을 바꿔놓은 목소리가 나를 잡아챘다. 정말이지 그때 조금만 늦었더라면 내 인생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여러분, 즐기고 있어?"


 왜 그 목소리가 유독 시선을 채갔는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인생사란 이해하려 들 수록 이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 아니겠는가. 아니면 흡혈귀녀석이 항상 주장하듯 그가 진짜 흡혈귀라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지도 몰랐다. 사실 그 웃기는 농담에는 조금이나마 대꾸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으나 가끔은 정말로 그녀석이 흡혈귀가 아닌지 의심가는 순간은 종종 있다.


 우습게도 내가 흡혈귀녀석의 목소리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한 그 사이에 라이브무대는 시작되었다. 솔직히 노래자체는 앞서 불렀던 녀석들보다 월등히 잘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을 끄는 무언의 힘이 더해져서 노래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사쿠마 레이 너무 멋져..'하고 감탄사를 흘리기에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사쿠마 레이.' 내 의지에 의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는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날로 돌아가서 나는 유메노사키에 원서를 썼고,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오오가미 코가라는 이름을 올렸다. 정말이지 그녀석과 같이 음악할 생각으로 그때는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유메노사키에서 입학허가장이 날라온 그 날, 어머니는 내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질 나쁜 학교에 가서 질 나쁜 아이들이랑만 어울리는 거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마음 고생을 하신 모양이었다. 내가 그렇게 부모님 걱정만 시키는 못된 아들이었나 …하는 충격도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명문고에 합격했으니 그 걱정은 실현되지 않은 셈이었다. 아버지도 내심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코끝이 조금 빨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그 날 밤은 고기파티였다. 너무 많이 먹어서 이대로 아이돌치곤 몸매가 뒤딸린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 그렇게 레온과 둘이서 도쿄에서의 자취를 시작했다. 


 

 입학하는 날은 벚꽃이 만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4월이다보니까 전국 어느 학교에가나 벚꽃이 만개했겠지만 유메노사키의 벚꽃은 유독 더 아름다웠다. 아무래도 아이돌학교다보니까 심미성을 중요시 여겨서 학교의 나무 하나하나까지 잘 정돈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교문을 지나자마자 쉴새없이 내 앞으로 건네지는 동아리 홍보지에 나는 지레 기겁을 했다. 교문에서 교실까지 이동했을 뿐인데 홍보지는 내 품 안에 한아름 안겨 있어서 처치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것들을 그대로 쓰레기통 안으로 직행시키고 나는 창가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한 반의 인원이 적어서인지 같은 반의 동급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시덥지 않은 인사치레를 해오길래 나는 싹 다 무시한 채 오로지 이것 하나만을 물었다. 


 "너, 사쿠마 레이라고 알아?"


 역시 그 녀석은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그 동급생 녀석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줬다고 생각해서 기쁜 것인지 제가 아는 온갖 정보를 떠벌댔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그녀석에는 조금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그 동급생녀석에게 얻어낸 정도를 바탕으로 사쿠마 레이가 멤버로 있는 유닛에 들어갔고, 그녀석과 같은 동아리를 택했다. 그리고 유닛 모임이 있어서 그 녀석을 제대로 처음 대면했을 땐 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으로 생겨도 되나하고 쓸모없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그때는 멀어서 거의 성냥개비 수준의 녀석을 봤기 때문에 목소리로만 녀석을 기억했지만, 사실 얼굴까지 몹시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사쿠마 레이라는 남자는.


 "안…녕하세요, 사쿠마 선배님"


 그가 날 보고 오른손을 건네왔다. 악수를 하자는 의미였다. 나는 평범한 악수요청 하나에도 너무나도 긴장해버려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고 올 걸 하는 후회를 할 정도였다. 내민 손을 잡았다. 혹시 손바닥으로도 심장의 빠르기가 느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첫 기타를 선물로 받은 7살의 그 날도 이렇게 설렜던 것 같다. 





* 제목을 뭘로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반례로...

반례제 떡밥 최곱니다..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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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금속] 좋은 오빠 01




※금속배트 이름은 그냥 금속배트로 쓰겠습니다 . 배드가 조금 어색하네요 ;ㅅ;









 "…."

 세 심사위원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왼쪽에 앉은 안경을 쓴 남자 심사위원은 차마 더이상 보는 것은 한계라는 듯 명부를 뒤적거리며 딴 짓을 하였으며 오른쪽에 앉은 여자 심사위원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꾹꾹 눌러 참았다. 오직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금속배트를 연기를 바라봐 줄 뿐이었다. 사실 연극부따위에 절대로 들 생각은 없었다. 그 소중하디 소중한 여동생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금속배트가 연기를 하면 할 수록 강당의 공기는 썰렁해졌다. 적성에 맞지않는 연극 오디션따위는 집어치우고 싶다. 지금이라도 심사위원의 잘난 면상에 대본을 던져버려도 딱히 나쁠 것은 없다. 물론 여동생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빠와 친해져서 나와 연결해줘!' 라는 여동생의 요구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다. 남들이 본다면 그저 어린애의 땡깡에 불과했기에 그저 머리나 한대 쥐여박아주면 그만이었겠지만 자신은 여동생에게 물러도 너무 무른 것이 문제였다. 분명 언젠가는 여동생때문에 한번 크게 데일 놈이라고 친구들이 진지하게 말해올 정도다. 더불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자신들에게는 전화하지 말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서. 당시에는 그런 친구들의 주둥아리를 비틀어주는 것으로 그쳤지만, 사실 여동생이 위험에 빠지는 것 보다야 자신이 위험해지는 쪽이 백번이고 천번이고 낫다고 생각한다.  

 여동생이 좋아하는 그 '오빠'라는 놈은 심사위원석에 앉아서 금속배트의 연기를 평가하고 있는 놈들중에 한 사람인 저 아마이마스크란 놈으로 이 지역에선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정도로 꽤 유명한 놈이었다. 예전에 꽤 잘나갔던 아역배우에 간간히 모델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서 학교의 명물이니 연극부의 왕자니 뭐니 불려대고 있지만 일단 금속배트 자신은 남자이고 저런 기생오라비같은 면상을 꽤나 싫어했다. 하지만 요새 여자애들은 저런 기생오라비같은 얼굴을 좋아하는 것인지 금속배트의 여동생도 어느날인가부터 아마이마스크 아마이마스크- 노래를 불러대서 금속배트의 마음속에서 없애버리고 싶은 놈 넘버원으로 아마이마스크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 동생의 친해지라는 부탁아닌 부탁이 없었다면 옥상으로 끌고가서 저 재수없는 면상을 한번쯤 손봐주었을 것이다.

 사실 친해지라는 부탁은 얼핏보면 쉬어보이지만 학년도 다르고 접점도 없는 아마이마스크와 친해지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에가면 항상 여동생이 아마이마스크와 좀 친해졌냐고 물어오는 데 이제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슬슬 눈치보일 지경이다금속배트는 이제야 1학년이었지만 아마이마스크는 이제 3학년 졸업반이라서 같은 동아리라도 들지 않으면 전혀 접점이 없기에, 금속배트는 눈 딱 감고 연극부니 뭐시기니에 들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장벽이 하나 더 있었으니, 이 곳의 연극부는 꽤 유명한 모양이라서 입부희망생은 모두 테스트를 봐야했고 그 결과 이런 참혹한 장면이 눈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물론 신입생들중에서야 연기도 못하면서 그 혈기 하나만을 믿고 연극부에 오디션 보러 오는 놈들이 드문것도 아니었으나, 저 깡패같은 얼굴하며 의욕없어보이는 얼굴하며 …. 차라리 국어책을 읽어도 저것보단 낫겠다고 심사위원들은 공통적으로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입밖으로 냈다가는 아마 맞아 죽을지 몰랐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 요구된 세가지 연기중에 마지막연기를 펼치려 할 때 아마이마스크가 입을 뗐다.


 "금속배트씨. 지금 하고 계신거 여주인공 부분인거는 알고 계신가요?"


 뭐야. 오필리아가 여자였나? 어쩐지 이름이 좀 여자같더라. 난 뭔 게이같은건 줄 알았지.. 그래서 저여자가 웃어댄 건가. 아니. 잘못 하고 있었으면 미리 알려줘야지. 그래서 그렇게 웃어댄거였냐! 금속배트는 날카로운 눈매로 심사위원석을 째려보았다. 금속배트와 눈이 마주치자 킥킥대고 있던 여심사위원은 히끅하고 웃음을 멈췄다. 


 " 금속배트씨는 이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연기 잘봤습니다. 나가는 쪽은 뒷쪽 문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아마이마스크가 친절히 강당 뒤쪽의 문을 가리키며 금속배트에게 나가보라고 눈짓했다. 아, 망했다. 딱히 연극부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쪽팔림을 무릎쓰고 오디션까지 보러 온 건데. 다 보기도 전에 나가라고 하다니. 이건 필히 나쁜 징조겠지. 금속배트는 어쩐지 조금 미련이 남는 얼굴로 심사위원쪽을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푸욱 쉬고 강당뒤로 쓸쓸하게 퇴장해버렸다. 좋은 오빠가 되기는 이렇게 험난한 것인가.








 "금속배트 이자식! 언제 연극부에 든거냐! 배신이다 이자식.. 넌 귀가부일줄 알았건만."

 " 연극부라니. 풉.. 연극부에가서 안받아주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깽판이라도 친거냐? 와하하. 완전 의외다."

 " 연극부라면 아마이마스크인가 우마이마스크인가 있는 데 아니냐?"


 금속배트는 복도에 붙은 연극부 신입명단을 보며 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옆에서 친구들이 배신자니 안어울린다니하며 금속배트를 놀려왔다. 평소같으면 몇대 쥐어박아야 성에 차겠지만 지금은 모든 소리가 다 공중에 흩어져버릴 뿐이다. 이거 무슨 오류난 거 아니야? 설마 동명이인? 하고 명단을 뚫어져라봐도 1학년 B반의 금속배트는 자신 뿐이다. 말도 안돼! 이거 뭐야! 분명 내 앞이나 뒤의 후보랑 헷갈렸던게 분명해! 자신도 믿기 힘든 상황에 두 손으로 착착 소리가 날 정도로 얼굴을 때려보았다. 믿기 힘들지만 어쨌건 제게는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금새 파악하고 금속배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끝나고 연극부 OT가 있다는 공지가 있었기에 금속배트는 학생들에게 물어물어 연극부의 부실을 찾아갔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신입부원들인지 똘망똘망 눈을 빛내며 앉아있는 부원들이 스무명쯤 보였다. 오디션에서 대기번호가 거의 200번대인가 그랬으니까-대부분은 여자였지만- 자신은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연극부에 뽑힌 것이다. 잘못 뽑았다고 돌아가라고 하면 다 죽여버려야지, 하는 불량한 마음으로 금속배트가 맨 뒷줄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금속배트의 무서운 인상에 옆자리에 있던 아마도 신입부원인 듯한 소년 하나가 잠시 흠칫했다. 자신이 앉자 앞문이 열리며 선배인 듯한 인상의 학생 네명이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두명은 이미 오디션을 볼 때 본 적이 있기에 낯이 익었다. 하나는 자신이 연기하는 것을 킥킥대며 보던 여자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이 연극부에 들어온 이유인 아마이마스크다. 


 "연극부에 들어온 것을 다들 환영합니다. "


 아마이마스크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 같다고 금속배트는 느꼈다. 눈이 마주치자 금속배트는 불량한 마음가짐을 한껏 표정에 실어서 녀석을 째려보아 주었다. 아마이마스크는 가소롭다는 듯 픽 웃었다. 차마 금속배트가 어? 저자식? 하고 소리칠 새도 없이 아마이마스크는 금속배트에게서 시선을 떼고 이제 막 입부한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에게 할 축사를 위해 입을 뗐다. 분명 저자식 나 비웃었지? 금속배트는 뒤늦게 열이 올랐지만 벌써 신입부원들 하나하나가 자기 이름과 간단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부원이 많지는 않았으므로 금방 뒷자리에 있던 금속배트의 차례까지 돌았다.


 " …금속배트라고 한다. "


 반말? 여기저기서 초면에 반말을 찍찍 하는 금속배트를 보며 수군거렸다. 확실히 자신은 여기서도 미움받는 역할이구나. 여기서 잘 해나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긴, 어차피 저 아마이인지 우마이인지하는 놈이 졸업하면 자신도 퇴부할 예정이니까. 아니 아마이라는 놈이랑 친해지기만 한다면 목적은 달성된거니까 이 범생이집단에서 탈피할 수 있겠지.


 " 아아 ㅡ. 금속배트군은, 오디션에서 아주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죠. 그럼 다들 시간 내줘서 고마웠어요. 아마 다음주부터는 꽤 부에 모이는 시간이 많아질 거예요. 오가다 마주치면 먼저 인사해주세요. 자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해산할까요? "


 꺄아 ㅡ 역시 아마이마스크님이야! 연극부에 들기 잘했어! 하는 여학생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자식이 좋은 건가? 하고 의자에서 마악 일어나려는 아마이마스크의 얼굴을 요목조목 살펴보았다. 아마이마스크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제가 무례하게 상대의 얼굴을 대놓고 살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이마스크는 아까처럼 금속배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올곧게 금속배트를 바라보았다. 누가보면 눈싸움이라도 하냐고 물어올 만큼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달아보이네."


  ? 아마이마스크의 말의 의미를 깨닫기 전에 아마이마스크가 먼저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앞서나간 다른 학생들을 따라 아마이마스크도 부실을 나가버렸다. 결국 남겨진 것은 금속배트 혼자. 저 자식 뭐냐고...!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금속배트는 화가 치밀어서 앞에 놓인 의자를 차버리려다가 주머니에서 울려오는 핸드폰 벨소리에 이내 얼굴이 샐쭉 풀어져서 평소와는 다른 높은 톤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응응. 어 ㅡ 당연히 합격했지. 응응. 그래. 아마이의 싸인? 아아. 그건 내일 받아다 줄테니까 응응. 응. 알겠어!"


 역시 좋은 오빠가 되는 것은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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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타/올커플링] 전력으로 이사가고싶다.. 01


※ 이즈마코. 카나카오. 레이코가. 치아미도. 와타토모 나옵니다 


1

이사가고 싶다.


2

전력으로 이사가고 싶다.


3

무슨일이야?


4

왜 그래? 집에 쥐라도 있어? 아 그리고 고정닉 부탁해!


5

집에서 귀신이라도 나온거야? 


6안즈

달고왔어. 음. 아니. 쥐도 귀신도 아니야.. 아니 차라리 쥐나 귀신이었다면 좋겠어.


7

...여기 호러스레냐? 나 그런건 면역력없다고..


8안즈

나에게는 호러스레겠지만... 음. 객관적으로보면 호러는 아니야. 


9

혹시 민폐끼치는 이웃문제야? 소음공해라던가..


10

아.. 그럴수도 있겠다. 나도 몇년전에 소음공해때문에 윗집이랑 많이 싸웠으니까.


11

하지만 소음공해같은건 아파트나 빌라같은데 살고있으면 다들 겪는 문제 아니야? 그정도 고민으로는 내 흥미를 끌 수 없다고! 


12안즈

맞아. 민폐이웃들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단순히 소음공해라던가 ... 그거 하나 때문만은 아니야. 소음공해정도야 그냥 일상이야. 아, 지금도 옆집에서 이상한소리 들리고 있고.. 이정도는 이제 그러려니 하는 정도.


13

이웃'들'? 그런 이웃이 한둘이 아니라는거네? 


14

그나저나 옆집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라니.. 어.. 음.. 내가 생각하는 그거는 아니겠지?


15안즈

>>14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거다. 


16

음. 옆집에 꽤나 뜨거운 신혼부부라도 사는 모양이구나.


17안즈

맞아. 하지만 옆집뿐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 윗집도, 아랫집도 다 저모양이다.


18

안즈씨가 점점 안쓰러워지네.. 처음엔 단순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사방이 그러면 스트레스겠다.


19

일단 옆집 부부는 어떤 사람들이야? 


20

부인은 예뻐?


21

>>20

남의 부인에게 관심갖지마 ㅋㅋㅋㅋ


22안즈

미안하지만 옆집 부인은 남자다. 예쁘냐고하면.. 음, 일단 남자니까 잘생겼다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23

....


24


25


26


27

호모!


28

호모호모!

29

┌(┌^ㅇ^)┐┌(┌^ㅇ^)┐┌(┌^ㅇ^)┐ 호모오오오오!!


30

음.. 나 그런거에는 편견없으니까 썰 풀어줘 안즈!


31

난 그런거에는 엄청 관심있으니까 썰 풀어줘 안즈!


32

>>31 ㅋㅋㅋㅋ이자식 ㅋㅋㅋ


33안즈

일단 이 빌라 구조부터 설명할게. 내가 사는 빌라는 총 4층으로 되어있고 1층은 가게로 쓰이고 있어. 사람이 사는 곳은 2층부터이고 한 층당 두가구가 살고있다. 내가 사는 곳은 302호. 


34안즈

옆집 부부부터 설명할게.

남편- 흡혈귀. 낮에는 잘 안보인다. 밤마다 기운이 솟는건지 항상 시끄럽다. 능글거리는 타입. 기본적으로 친절하다. 하지만 남을 잘 놀려먹는 타입인거같다. 잘생김.

아내- 멍멍이. 츤데레타입이다. 은근 팔불출이다. 음악을 하는지 가끔 악기연주소리가 들린다. 나에게 아직도 경계심을 가지고있음. 잘생김.


35

흡혈귀라니 ㅋㅋㅋ 그나저나 잘생김은 다 기본으로 가지고있는 부부구나.


36

이 세상의 잘생긴 남자분들! 다 게이가 되어주세요! 남은 여성분들은 제가 위로해드리겠습니다..!


37

>>36 이자식! ㅋㅋ


38안즈

내가 살고있는 빌라가 방음이 잘 안돼서 (대신 집값은 조금 싼편) 항상 옆집 부부의 엣치한 소리를 들어야해. 아, 지금 옆집부부 두번째 턴에 들어간 거 같다. 


39

안즈씨도 애인이라던가 불러서 복수해버려!


40안즈

… 미안하지만 나 모쏠이고..처음엔 잘생긴 남자들이 잔뜩 이사와서 이건 행운이다!라고 생각했었지만... 다 호모들인거 같고.


41

호모인것은... 옆집부부만이 아니었어?


42

안즈...안쓰러워...


43

안즈가 302호라고 했으니까 흡혈귀부부는 301호겠네! 다른 층 부부들도 설명해줘!


44안즈

아.. 타자를 치는 내 손이 썩어가는 기분이야.. 그래도 일단 설명은 해야겠지.

(201호부부) 

남편- 변태가면. 항상 유쾌하다. 모든 잘하는거 같다. 얼마전에는 제 아내의 부탁으로 우리집의 전구를 갈아줬다. 

아내- 쇼타. 상당히 어려보인다. 자기입으로 성인이라긴 하지만 엄청난 동안인듯. 가장 정상인. 자신의 남편이 폐를 끼칠때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역할. 


(202호부부)

남편- 히어로. 실제로 이 동네에서 평판이 좋다. 여러 착한 일을 많이하는 듯. 웃는소리가 크다. 

아내- 의지박약.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말버릇은 '이혼하고싶어..'. 금방이라도 죽을거같은 얼굴을 하고있다. 


45안즈

(401호부부)

남편- 푸카푸카. 말버릇이 푸카푸카다. 무슨뜻인지는 의미불명.. 알수없는 헛소리를 많이하는거 같다. 평소엔 천사속성 캐릭터지만 가끔 무섭게 돌변한다. 특히 지 아내가 바람피울때 누구지싶을정도로 무서워진다.

아내- 카사노바. 왜 남자랑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여자를 무척 좋아한다. 나에게도 가끔 대쉬해온다. 


(402호부부)

남편- 스토커. 항상 자신의 아내를 스토커한다. 유명한 모델이다. 말버릇은 '엄~청 짜증나'. 성격나쁨.

아내- 안경.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다2. 201호부인과 더불어 가장 정상인.


46

와 ㅋㅋㅋ 누가누군지 엄청 헷갈려 ㅋㅋㅋ 무슨 미연시의 캐릭터들 같네.


47

저는 402호 부부를 공략하고 싶습니다!


48

>>47

ㅋㅋㅋㅋ야! ntr은 그만두라고!


49안즈

방음이 잘 안되서 온갖 소리를 다 들어야하는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제발 내 앞에서 염장 좀 안질렀으면 좋겠다. 특히 멍멍이랑 스토커.


50

멍멍이라면 301호 부인이지? 어떤 식으로 염장 지르는거야?


51

츤데레라니까 대놓고 염장지르는 타입은 아닐거같은데


52

스토커는 대놓고 염장지를거 같다. 우리 아내 예쁘지? 하면서 ㅋㅋㅋ


53안즈

너희들 말이 맞아. 일단 멍멍이는.. 아무래도 옆집이다보니까 자주 마주치는 편인데 항상 지 남편 뒷담을 깐다. 그런데 그 내용이 다 염장지르는 내용 뿐이다.

"흡혈귀그자식! 항상 밤에만 팔팔해져서는! 죽어!" 라던가 "어제는 먹지도 못하는 장미꽃다발을 사가지고와서는! 진짜! 경제관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니깐!!" 이런거.

제발 입 다물어줬으면..


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즈 ㅋㅋㅋ 마지막줄에 모든 원한이 서려있다.


55

확실히 짜증나겠다 ㅋㅋㅋㅋㅋ 학창시절에 꼭 남친 자랑을 돌려하는애들 있지ㅋㅋㅋ


56

멍멍이랑은 남이지만 ㅋㅋㅋㅋㅋ어째서인지 한대 때려주고싶어져 ㅋㅋㅋㅋ


57

내가 안즈였어도 이사가고 싶었을거야 ㅋㅋ 이사가는게 어때?


58안즈

>>57

정말 이사가고 싶지만.. 이 가격에 직장이랑 이렇게 가까운 곳은 찾기 힘들어서 말이야.. 매일 부동산을 들락거리고는 있어. 하지만 괜찮다싶으면 가격이 쎄고, 가격이 싸다싶으면 중심지에서 멀어져서..


59

그럼 스토커는 어떤 식으로 염장지르는거야? ㅋㅋㅋㅋㅋ 


60안즈

음 별거없어. 그냥 아내자랑을 엄청해댄다. 어느날 안경의 사진을 들고와서는 "우리 안경 무척귀엽지? 응?" 하고 물어오길래 마지못해서 귀엽다고 하니까 "안경군은 내꺼니까 말이야. 관심가지지 말아줄래?" 라고.. 대체 어쩌라는건데!!!! 


61안즈

또 어느날은 안경이랑 잠깐 얘기나누고 있었을 뿐인데 "우리 안경군이랑 바람난다면 옥상에서 밀어버릴거야!"

라고 협박해왔다.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62

생명위협까지...받고있는..거야?


63

이거 웃고넘길 상황이 아닌데?... 안즈 여러의미로 존경해.


64

대체 어느 애니의 얀데레캐릭터인거야... 


65

안즈 제발 이사가....;ㅁ;


66안즈

나도 언제든지 이사가고싶어.. 다만 마땅한 집이 없을뿐.. 스토커의 만행이라면 이외에도 꽤있어. 엄청난 의처증이라서 안경이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되게 싫어하는 편이야. 어느날은 집안에 cctv단 것을 안경에게 들켜서 꽤 혼이 나더라고. 


67

....갑자기 안즈보다 안경이 더 불쌍해진다


68

신고같은거 안해도 되는거야..? 그거 그냥 스토커아냐...?


69

안즈의 이웃들...다른의미로 엄청나네...


70안즈

남편들은 대부분 부인한테 집착하는 편인거 같더라고. 아, 최근에는 푸카푸카한테도 견제받았어


71

푸카푸카 누구더라.. 


72

하도 많아서 이름외우기 어렵네


73

401호산다는 사람이네 ㅋㅋㅋ 천사속성이라며! 


74안즈

푸카푸카는 401호의 남편으로 평소엔 천사. 그렇지만 부인이 여자한테 치근덕거리면 무섭게 돌변해. 카사노바가 왠지 나한테 관심있는 모양이라서 평소에 종종 마주치는데.. 어느날 우편함을 보니까 축축한 종이가 있더라고. 읽어보니깐 '우리 부인을 건들면 익사체로 만들어버릴거예요 푸카푸카 ♪' 라는 내용이었어.


75

생명위협을 하는건 스토커만이 아니었구나...


76

난 오히려 푸카푸카가 더 무섭다..


77

안즈는 무슨 잘못인거야.. 치근덕거리는 쪽은 카사노바잖아!


78

남편은 이쁘고 사랑스러운 내 카사노바가 바람피울리없어! 여자쪽이 잘못인거야!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음.. 


79

뉴스에 익사체로 발견되는 a양이라던가..그런 기사가 나오면 일단 범인은 푸카푸카인걸로 해두자.


80

푸카푸카랑 스토커랑 협력해서 안즈를 익사체로 만들 수도..


81

>>80

무슨 무서운 소리를 하는거야 이녀석... 그런데 차마 웃어넘길수 없다는게 더 무서워...


82안즈

그리고 이녀석들 부부싸움하면 항상 우리집으로 와.. 제발 쉬게해줬으면 좋겠어.. 상식적으로 여자혼자 사는집에 이렇게 자주 들락거려도 되는거냐고 녀석들!


83

게이니까 아무래도 위험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하잖아 녀석들!


84

커플들은 다 죽어라!


85

호모던 뭐던 상관없어! 커플은 모두 적이야!


86

갑자기 각성했어 ㅋㅋㅋㅋ


87안즈

특히 자주 오는 것은 옆집 멍멍이야. 멍멍이가 집에 없으면 흡혈귀도 자연스럽게 우리집와서 멍멍이를 찾아갈 만큼 자주 집을 나온다. 이유를 들어보면 흡혈귀가 놀려서 삐진것이 대부분이고.. 이런 쓸데없는 이유로 우리집에 방문하지 말아줄래?


88

놀린다고 집나오다니 ㅋㅋㅋㅋㅋ 초딩이냐 ㅋㅋ


89

유리멘탈이네 ㅋㅋㅋㅋㅋㅋ 멍멍이는 ㅋㅋㅋㅋ


90안즈 

백번양보해서 우리집으로 가출하는 건 괜찮다고 해도 제발 화해를 우리집에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화해의 키스라던가 이런건 좀 집에가서 하라고 망할 호모들! 


91안즈

그리고 쇼타도 자주 우리집으로 온다. 이쪽도 변태가면이 매일 놀려먹는 모양이라.. 솔직히 멍멍이쪽이랑 다르게 쇼타는 좀 안쓰럽긴해.. 여장의 날이라면서 쇼타한테 여자옷을 강요한다거나.. 귀신분장으로 쇼타를 놀라게한다던가.. 솔직히 얘넨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남편쪽만 너무 좋아라하는 느낌이라.


92

쇼타는 좀 안쓰럽다...


93

쇼타는 가출할만 하네


94

집에 들여보내줄 때마다 돈 받는건 어때? 그럼 분명 꽤 많이 벌거야 


95안즈

>>94 오! 좋은생각이다.

아 잠깐만. 갑자기 집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96

물?


97

홍수?


98

장마철도 아닌데..?


99안즈

큰일이다. 잠깐 이따가 오도록할게.


100안즈

뭔가 복도에 물이 찬거같아. 집 안으로도 들어오고있어. 


101

무슨일이 일어나는거야?


102

빨리 물부터 퍼내..!


103

안즈 꼭 살아돌아와야해 ...!


104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105

궁금하네.. 그보다 안즈가 걱정된다.


106

여기 스레애들 착하네


107

그나저나 안즈가 불쌍해서 이 스레를 떠날수 없다..


108

우리들이 갱신시켜놓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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