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마코] 어쩌다보니 일진짱 01


"마코토, 요새 바지통이 좀 좁아진 것 같다?"



 마코토는 반찬그릇에 담긴 콩자반을 짚다말고 잠시 멈칫했다. 정작 말을 꺼낸 어머니는 아마 큰 의미는 없었던 듯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마코토는 혹시라도 어머니가 눈치채버린건가- 싶어서 잠시동안 물을 마시는 척 하며 어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어머 왜 그렇게 보니? 하고 마코토와 눈이 마주친 어머니가 가볍게 웃었다. 아아-.. 다행이다. 뭘 눈치채고 하신 말은 아니구나. 마코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곤 마저 밥을 먹었다.


 잘먹었습니다. 마코토는 다먹은 식기를 싱크대 위에 올려 놓곤 등교준비를 하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 세워져있는 전신거울에 비춰진 자신을 보고있으려니 교복 바지의 통이 확실히 예전보다 좀 좁아보였다. 그래도 별로 안 줄인건데,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다른 아이들이 하라는 데로 바지를 줄였다면 아마 스타킹 정도가 됐겠는데. 


 아아, 학교 가기 싫다.. 마코토는 이번에는 입 밖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어째서.... 자신은 신세에도 없는 일진짱이 되어버린 것일까. 마코토는 박복한 제 인생이 불쌍해서 찔끔 눈물을 흘렸다. 그래 자신은 언제나 운이 없었다. 얼마나 운이 없었냐면 태어날때에는 탯줄이 목을 감아서 자칫하면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 못할 뻔 했고, 평평한 길을 걷다가도 넘어지기 일쑤였으며 조금 더 운이 나쁘면 개똥을 밟기도 했고, 거기서 좀 더 운수가 안좋으면 무서운 개한테 쫓기기도 했다. 게다가 고짱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어쩌다보니 일진짱이 되어있었다. 아아, 신한테 미움받는 것도 정도여야지. 이정도면 그냥 난 전생에 사탄이었던건 아닌가. 


 겨우겨우 억지걸음으로 집을 나온 마코토는 역으로 향했다. 학교는 지하철을 타고 30분거리라, 그다지 가깝다고는 할 수 없었다. 사실 집 주변의 학교는 커트라인이 높은 명문고이기때문에 머리가 그다지 좋지못한 자신은 성적에 맞춰 알아보다보니 집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과 학교사이의 거리가 조금 멀었기에 다행이도 동네에서 고교동창을 만날 일은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학교에서 이런 일진그룹에 끼어들어있다는 것을 아시면 어머니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실 게 자명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이후로 아들하나만 바라보며 사시는 어머니인데, 자신이 학교에서 이러고 다니시는 걸 안다면, 아아, 어머니가 제게 실망하는 모습은 생각도 하기 싫다. 마코토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굳이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지말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이제 삼학년이고, 내년이면 졸업이니까. 그래, 이제 일년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잘 숨기면 된다. 


 생각에 잠긴 마코토가 앞도 제대로 보지않고 걷자 이내 무언가 쿵- 하고 다가와 부딪쳤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제 부주의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생각에 마코토는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일단 고개부터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데도 상대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자 마코토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히익!"


 그 곳에는 무지막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나 이즈미가 팔짱을 끼고 자신을 노려보며 서있었다. 히이익, 왜 부딪혀도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이사람이랑인거야! 마코토는 자신도 모르게 울상을 지으며 조금만 더 앞을 잘 보고 걸을걸-하고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세나 이즈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한 대 칠 것만 같아서 마코토는 약간씩 뒷걸음질 했다. 세나 이즈미라하면 같은 동네에 살고있지만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엄친아로 왠만한 사람은 원서내기도 힘들다는 y 명문대학에 다니고 있고, 게다가 간간히 모델까지하는 그야말로 가질 것 다 가진놈이었다. 아, 한가지, 신이 그를 너무나도 완벽하게 만들어낸 나머지 인성에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 모양인지 세나 이즈미는 빈말이라도 성격이 좋다고 할 사람이 아니었다.


 마코토는 이즈미와 친한 사이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여러번 이즈미와 마주치면 그래도 같은 동네사람이라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건내곤 하는데 이즈미는 한 번도 제 인사를 받아준 적이 없었다. 뭐 그건 딱히 자신만 미워해서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사도 공평하게 씹고다니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공부도 잘하고 잘생겼다고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좋았다. 공부만 잘하고 잘생기면 뭐하냐, 인성이 안되어 있는데, 인성이! 마코토는 연신 자신을 노려보고 서있는 세나 이즈미에게 쫄아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 깔면서도 손으로는 이즈미의 흉을 보았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


 아니 애초에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냐. 사람이 말야, 어? 가끔 생각에 빠지면 앞 좀 못 볼수 있는 거고말야, 살다가보면 다른 사람이랑 부딪히는 일이 당연이 있기 마련이지, 뭐 너는 살면서 다른 사람이랑 한 번도 안 부딪혀봤냐고. 그리고 학교가야하는데 계속 그렇게 노려보고있으면 내가 학교를 못가잖아! 아 나 이래뵈도 일진짱이거든? 너같은 범생이는 나 따라다니는 애들 얼굴만 봐도 기겁하거든? 일진짱의 명령인데 얼른 내 앞에서 비켜라, 앙? 


 마코토의 협박-어차피 마음 속으로 한 거지만- 이 통했던 모양인지, 세나 이즈미는 아무 말 없이 마코토를 지나쳐 유유히 자리를 떴다. 그나저나 이렇게 자세히 이즈미의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인데, 그래도 역시 모델은 괜히 해먹는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잘생긴 놈이었다. 저런 놈이 공부도 잘한다니. 세상은 불공평하다. 아마 예쁜 여자친구도 있겠지. 아아,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












 "형님! 오늘 끝나고 같이 가라오케 가시겠습니까?"

 "아, 저기, 나도 이제 수험생이고..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데.."


 험악하게 생긴 까까머리 후배의 등장에 교실이 얼어붙었다. 아무리봐도 소 하나는 거뜬히 때려잡을 듯 한 인상을 가진 이 후배는 마코토를 '형님'이라고 칭하며 깍듯이 대해왔다. 벌써 이년동안 저를 따라다니는 후배들 중 하나였지만 마코토는 아무리해도 적응이 안 되었다. 이 교실의 모든 시선이 숨을 죽인 채 마코토와 이 목소리만 큰 까까머리 후배를 향했다.


 "하지만 형님께 불러드리고 싶은 노래가 있어서, 저 연습해왔는데... "


 야, 왜 갑자기 여린 척 하고 그래! 그리고 니가 내 남친이냐! 나때매 노래는 왜 연습해오는데! 


 마코토는 왠지 여기서 빼면 자신이 나쁜 놈이 될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엄마한테는 친구네 집에서 숙제하다 간다고 문자해야겠다. 사실 일학년때부터 주변에서 '불량서클에 소속되어있는 아이'로 낙인 찍혀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사겨보지 못한 마코토는 친구네 집, 이라는 단어를 문자로 치다 괜시리 눈시울이 울컥해졌다. 이게 다 입학식날 안경을 끼고 가지못한 제 책임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벌써 이년전. 고등학교 입학식 당일이었다. 중학 시절 친했던 친구들과는 혼자 다른 고등학교에 배정받고, 고등학교에 가서 새 친구를 사귀어야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하고 두렵기도 해서 그 날 밤은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정말 아슬아슬하게 입학식에 참가할 정도의 시간이었고, 마코토는 준비는 얼른 마치고 학교로 향하려했지만 도무지 안경이 어디갔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자신이 비몽사몽 옷을 갈아입다가 모르고 장롱에 넣어둔 것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장롱에 안경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던 마코토는 무척 좋지 않은 시력임에도 불구하고 첫 날의 지각만은 피하기 위해 결국 안경을 쓰지 않은 채로 등교했다.


 하지만 남들이 행운의 여신의 사랑을 받을 때, 불운의 여신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마코토는 입학식날이라고 딱히 불운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유독 그 날 더욱 불운의 여신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안경이 없어서 사람형체만 흐릿하게 보이는 와중에 양아치 무리 중 한 명의 발을 마코토가 실수로 밟아버렸고, 하필이면 입학식날부터 양아치와 시비가 붙은 마코토는 미안하다는 의미로 머리를 숙인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불량그룹 우두머리에게 박치기를 한 꼴이 되서 더더욱 양아치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양아치무리가 자신에게 손을 대려하자 마코토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팔과 다리가 막 나가는데로 휘두른 것 뿐이었으나 그 자리에서 양아치무리를 다 때려 눕혀버렸고, 그 이후로 마코토는 불량그룹에 반강제적으로 스카우트 되었다. 물론 마코토는 그들과 거리를 두고 최대한 접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유대감이니 뭐니를 운운하면서 마코토를 매번 찾아왔고 덕분에 반친구들은 마코토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정말이지 총체적 난국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삼학년이 된 지금은 자신이 불량서클의 우두머리 취급을 받고 있으니... 아, 역시 이번생은 포기..할까...







"형님 어땠습니까! 제 노래가! "


 솔직히 돼지 멱따는 소리인줄 알았어, 라고 하기엔 마코토 자신은 그만한 깡이 없어서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으로는 잘 들었다고 칭찬해주었다. 그에 더욱 감동받은 까까머리 후배가 다음에는 더 좋은 곡으로 준비하겠다며 이상한 곳에서 열의를 태웠다. 삼분간 도무지 인간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마코토는 머리가 아파져 화장실에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자신의 열렬한 빠돌이임이 분명한 까까머리 후배는 그러면 저도 같이 가겠다며 마코토의 뒤를 따랐다.


 같이 나란히 소변기에 서서 볼 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마코토는 굳이 좌변기로 들어거 볼 일을 보고 있는데, 한순간 칸막이 너머로 까까머리 후배의 허밍-이라고 볼 수 없는 지옥의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 순간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버렸다. 뭐, 뭐야. 급작스러운 전개에 마코토는 당황해서 얼른 볼 일을 보고 칸막이 밖으로 나왔다. 그 곳에는 까까머리 후배에게 멱살이 붙들려있는..... 


"세나 이즈미...?"


 세나 이즈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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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5





 교실이 시끄러웠다. 지금 체육시간이려나. 마오는 얼굴을 책상에 박고 엎드려 시간표를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로, 아마 이 쯤이면 체육시간이겠네- 하고 어림잡아 짐작했다. 사물함 쪽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남자애들의 고함에 가까운 말 주고받기, 교실밖을 우당탕 뛰어나가는 소리 등이 난잡하게 섞여 마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아마 체육시간이라 체육복으로 다들 갈아입는 모양이었다. 마오 자신도 체육수업에 나가기 위해서는 교복을 갈아입어야했으나, 마오는 지금 모든 것이 다 무력해졌다. 무단 결석이건 뭐건 될대로 되라지. 체육복을 다 갈아입은 급우들이 하나 둘 교실을 빠져나가자 소음이 점점 사그라 들었다. 마오는 교실 한 가운데서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


 그러니까, 코가의 히트사이클이 있던 그 날,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리츠를 좋아하고 있었는지 깨달아버린 그 날부터 마오는 이렇게 무기력하게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엎드려서 보냈다. 자신의 이런 행동은 아라시한테 걱정을 끼쳐버린 모양이었지만 아라시가 보약 한두첩 가져다준다고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오는 뒤늦게 상사병을 앓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놈으로다가.


 마오와 리츠와의 관계는 아직 싸운 그 날 이후로부터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코가가 히트사이클 이후로 일주일 정도 학교를 나오지 않았을 때에는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리츠도 아예 결석하는 날이 잦았다. 그래서 벌써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한 것이 몇주째더라..좋아한다고 인식한 상대와 말 한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다니, 나는 무슨 이차원의 여자아이와 연애하는 거냐고. 아니 차라리 그 쪽이 더 낫겠다. 이차원 여자아이들은 속마음이라도 알기 쉽지, 리츠는 …,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일까. 뭐, 언제나 별 생각없이 흐르는 대로 사는 놈이니까 이 상황에 대해서도 별 생각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혼자서 끙끙되고 있는데 사실 그녀석은 아무 생각도 없을거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진다. 


 "이사라, 네 녀석 언제까지 엎어져있을 생각이냐. 얼른 나가라. 문 잠궈야 해."


 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오가미 코가의 목소리였다. 이번주 주번인 코가는 체육수업을 위해서 문을 잠궈야만 했는데 이사라가 도무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오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코가는 한 손으로 열쇠를 허공에 던졌다 잡았다를 반복하며 자기딴에는 꽤 참을성 있게 마오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깊게 잠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파서 저러고 있는지 계속 책상에 엎드려있기만 한 마오의 모습에, 조금 걱정된 코가가 조심스레 마오의 어깨를 흔들었다.


 "어이, 이사라. 너 자..."

 "오, 오가....미...."

 "야, 너, 너 왜 우냐? 많이 아프냐? 야, 아프면 양호실을,"

 

 고개를 든 동급생의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어서 코가는 뒤로 물러서며 흠칫했다. 아마 어디가 아픈 모양이라고 생각한 코가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양호실에 갈 것을 권했지만, 마오는 다 큰 남자애가 타인 앞에서 운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잊은 것인지 서럽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둘 뿐인 반이 떠나가라 시끄럽게 울어대는 마오의 행동에 제가 울린 것도 아닌데 괜히 안절부절하게 된 코가가 마오의 두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댔다. 


 "이사라 왜 그래! 정신차려. 선생님이라도 불러줄까? 야, 너 괜찮은 거냐?"

 "흐어어엉, 이 나쁜놈아. 사쿠마랑 하니까 좋더냐!"

 

 한순간 마오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대던 코가의 손이 얼음처럼 굳었다. 그리곤 무척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마오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봐왔다. 코가의 눈빛은 마치 '네 녀석, 그걸 어떻게…'하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오는 점점 더 서러워졌다. 것봐, 얘네 했잖아. 사쿠마 이 나쁜 자식. 천하의 바람둥이자식! 내가 좋달 땐 언제고 한순간에 휙하고 다른 놈으로 갈아타는 거냐. 막말로 내가 코가보다 못한 게 뭔데! 내가 더 상냥하고, 내가 더 너랑 오래했고, 그리고 내가 더 널 좋아하는데, 흐어어엉. 진짜 부질없어. 아무리 잘해줘봤자 다 부질없다고. 으아아아, 호모가 되려면 혼자 될 것이지 왜 나한테까지, 책임 지지도 않을 놈이, 진짜로, 아아아, 진짜 싫어, 진짜, 진짜!


 "내가 너보다 리츠를 더 좋아하는데, 흐어엉, 진짜, 내가 훨씬 오래전부터 함께 했는데!"

 "리…츠?"

 "아 이젠 그 이름도 듣기싫어! 몰라, 이제 니들끼리 맘대로 해! 내가 다 키워놨더니 어디서 굴러온 돌맹이가, 흐어어엉, 진짜"

 "돌,맹이? 야, 그리고 니가 오해하나본데..."

 "아 몰라! 내연녀의 이야기따위 듣고싶지 않아!"

 "넌 뭐가 이렇게 고집불통이냐! 야, 좀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라! 야 나 리츠랑 그런 사이 아니거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마오의 난리브루스에 머리가 아파진 코가가 마오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얘 이런 캐릭터였나?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정상에 가까운 캐릭터 아니었어? 요새 무슨 지랄병바이러스라도 유행하고 있는 건가. 내가 사쿠마 리츠랑 했다니 이건 또 무슨 거지발싸개같은 소리냐. 억울하게 오해를 사고있는 것 같아 갑자기 울컥한 코가가 마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니 넘겨 짚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무슨 내가 릿치.. 아, 설마 최근에 릿치랑 좀 친하게 지냈다고 이러는 건가? 하지만 그 자식은 이사라랑 최근에 싸운 모양이어서 아침에 깨워줄 사람도 없는 모양이고, 흡혈귀자식은 릿치한테 미움받고 있어서 같이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부득이하게 흡혈귀한테 부탁을 받아서 등하교를 책임져주고 있을 뿐이었고, 그 이상의 관계는 전혀 네버 아니었다. 그런데 등하교 좀 같이 했다고 내연녀니 뭐니 하는 소리나 듣고 앉아있다니. 나 이거 얘 고소해도 할 말 없는거지? 


 "리츠랑 그런 사이 아니라니, 뭐야 엔조이라는거냐!"

 "와, 하다하다 이런 미친 소리를 다 듣고. 야! 나 리츠랑 안했다고! 니 뇌는 나랑 리츠랑 어떻게든 엮고 싶어서 어떻게 된거냐고!"

 "하, 하지만 너 양호실에서... 나 다 들었는데."

 "시..발, 전교에 사쿠마 녀석이 릿치 하나냐고!"


 무슨 소리야. 마오가 잠시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자신보다 한 학년 위의 '사쿠마 레이'의 존재를 떠올렸다. 아, 설마. 헐, 설마. 너, 설마. 야, 너, 어? 야, 이게 아닌데. 헐, 야 뭐야. 그러니까 레이선,배랑. 헐? 그러니까, 나, 나 혼자, 지금 뻘, 뻘,뻘짓한거..라고? 방금전까지 제가 코가에게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어, 음. 일단 리츠랑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이건 이것 나름대로 충격인데?


 "아, 야, 어, 미안, 헐, 미안, 둘이 그런 사이일줄은. 아, 맞다. 너 사쿠마 선배 빠돌이였지?"

 "빠돌이는 누가 빠돌이라는 거야! 아오, 진짜 이게! 야 너 때문에 체육…"


 못 나가고 있잖아! 라고 소리치기 전에 뒷문이 드르륵- 열리며 체육복을 입은 한 무더기의 동급생들이 우수수 밀려들어왔다. '아 뭐야! 자습이라니! 아오! ' '시험이 아직 이주나 남았는데 자습은 무슨 자습이야!'라고 불평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아마 체육이 자습으로 교체된 모양이었다. 교실에 들어오던 학생들은 교실 한 가운데서 요상한 모양새로 단 둘이 독대하고 있던 마오와 코가와 마주쳤다. 


 "야 뭐야 니네 둘이 교실에서 뭐하냐 ㅡ?"

 "유후- 분위기 좋은데! 야 니네 둘이 사귀냐!"


 동급생들은 재밌는 건덕지가 생겼다는 듯 휘파람까지 불어오며 코가와 마오를 놀려왔다. 누가봐도 장난섞인 행동이었기에 마오는 잠자코 웃기만 할 뿐이었지만, 한창 마오 때문에 짜증이 나있던 코가는 동급생들이 자신을 놀려오자 약이 머리끝까지 올라 이내 귓볼까지 붉어진 얼굴로 동급생들을 향해 교실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야 내가 얘랑 왜사귀는데! 얜 리츠 좋아한대거든? 아오 진짜 하다하다 별 것들이 다!"

"누가 누굴 좋아해?"

"누구긴 누구냐! 이자식이지! 이사라가 사쿠마자식이 너무 좋아서 돌아버리겠단다! 지가 훨씬 더 전부터 좋아했댄다! 아오! 치정싸움은 지들끼리 할 것이지, 왜 남한테 다들 지랄인거야!"


 어, 저기, 오오가미야? 잠깐 그 입 좀 다물어 줄래..? 마오는 당장에라도 죽고 싶어졌다. 

 

 




*마오가 캐붕...이 일어났네요, 죄송합니다.

 아마 다음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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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즈마코: 수취인 s

http://mesking.tistory.com/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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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즈마코: 우상철회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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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제외 3503자)


3.리츠마오 (수위글): 오메가버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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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즈마코 (수위글): 극성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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