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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0[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53
  2. 2016.05.19커미션
  3. 2016.05.19[이즈마코] 너는 변하지 않았다
  4. 2016.05.17[마유미코] 오타쿠의 연하남 013
  5. 2016.05.15[리츠마오] 비 내리는 어느 날
  6. 2016.05.14[카오소마/레이코가] 물랭루주 01
  7. 2016.05.13[이즈마코] 극성팬- 외전
  8. 2016.05.11[이즈마코] 비가 녹는 도시 01
  9. 2016.05.09[이즈마코] 나와 나
  10. 2016.05.09[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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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5





 교실이 시끄러웠다. 지금 체육시간이려나. 마오는 얼굴을 책상에 박고 엎드려 시간표를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로, 아마 이 쯤이면 체육시간이겠네- 하고 어림잡아 짐작했다. 사물함 쪽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남자애들의 고함에 가까운 말 주고받기, 교실밖을 우당탕 뛰어나가는 소리 등이 난잡하게 섞여 마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아마 체육시간이라 체육복으로 다들 갈아입는 모양이었다. 마오 자신도 체육수업에 나가기 위해서는 교복을 갈아입어야했으나, 마오는 지금 모든 것이 다 무력해졌다. 무단 결석이건 뭐건 될대로 되라지. 체육복을 다 갈아입은 급우들이 하나 둘 교실을 빠져나가자 소음이 점점 사그라 들었다. 마오는 교실 한 가운데서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


 그러니까, 코가의 히트사이클이 있던 그 날,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리츠를 좋아하고 있었는지 깨달아버린 그 날부터 마오는 이렇게 무기력하게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엎드려서 보냈다. 자신의 이런 행동은 아라시한테 걱정을 끼쳐버린 모양이었지만 아라시가 보약 한두첩 가져다준다고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오는 뒤늦게 상사병을 앓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놈으로다가.


 마오와 리츠와의 관계는 아직 싸운 그 날 이후로부터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코가가 히트사이클 이후로 일주일 정도 학교를 나오지 않았을 때에는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리츠도 아예 결석하는 날이 잦았다. 그래서 벌써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한 것이 몇주째더라..좋아한다고 인식한 상대와 말 한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다니, 나는 무슨 이차원의 여자아이와 연애하는 거냐고. 아니 차라리 그 쪽이 더 낫겠다. 이차원 여자아이들은 속마음이라도 알기 쉽지, 리츠는 …,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일까. 뭐, 언제나 별 생각없이 흐르는 대로 사는 놈이니까 이 상황에 대해서도 별 생각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혼자서 끙끙되고 있는데 사실 그녀석은 아무 생각도 없을거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진다. 


 "이사라, 네 녀석 언제까지 엎어져있을 생각이냐. 얼른 나가라. 문 잠궈야 해."


 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오가미 코가의 목소리였다. 이번주 주번인 코가는 체육수업을 위해서 문을 잠궈야만 했는데 이사라가 도무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오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코가는 한 손으로 열쇠를 허공에 던졌다 잡았다를 반복하며 자기딴에는 꽤 참을성 있게 마오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깊게 잠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파서 저러고 있는지 계속 책상에 엎드려있기만 한 마오의 모습에, 조금 걱정된 코가가 조심스레 마오의 어깨를 흔들었다.


 "어이, 이사라. 너 자..."

 "오, 오가....미...."

 "야, 너, 너 왜 우냐? 많이 아프냐? 야, 아프면 양호실을,"

 

 고개를 든 동급생의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어서 코가는 뒤로 물러서며 흠칫했다. 아마 어디가 아픈 모양이라고 생각한 코가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양호실에 갈 것을 권했지만, 마오는 다 큰 남자애가 타인 앞에서 운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잊은 것인지 서럽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둘 뿐인 반이 떠나가라 시끄럽게 울어대는 마오의 행동에 제가 울린 것도 아닌데 괜히 안절부절하게 된 코가가 마오의 두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댔다. 


 "이사라 왜 그래! 정신차려. 선생님이라도 불러줄까? 야, 너 괜찮은 거냐?"

 "흐어어엉, 이 나쁜놈아. 사쿠마랑 하니까 좋더냐!"

 

 한순간 마오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대던 코가의 손이 얼음처럼 굳었다. 그리곤 무척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마오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봐왔다. 코가의 눈빛은 마치 '네 녀석, 그걸 어떻게…'하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오는 점점 더 서러워졌다. 것봐, 얘네 했잖아. 사쿠마 이 나쁜 자식. 천하의 바람둥이자식! 내가 좋달 땐 언제고 한순간에 휙하고 다른 놈으로 갈아타는 거냐. 막말로 내가 코가보다 못한 게 뭔데! 내가 더 상냥하고, 내가 더 너랑 오래했고, 그리고 내가 더 널 좋아하는데, 흐어어엉. 진짜 부질없어. 아무리 잘해줘봤자 다 부질없다고. 으아아아, 호모가 되려면 혼자 될 것이지 왜 나한테까지, 책임 지지도 않을 놈이, 진짜로, 아아아, 진짜 싫어, 진짜, 진짜!


 "내가 너보다 리츠를 더 좋아하는데, 흐어엉, 진짜, 내가 훨씬 오래전부터 함께 했는데!"

 "리…츠?"

 "아 이젠 그 이름도 듣기싫어! 몰라, 이제 니들끼리 맘대로 해! 내가 다 키워놨더니 어디서 굴러온 돌맹이가, 흐어어엉, 진짜"

 "돌,맹이? 야, 그리고 니가 오해하나본데..."

 "아 몰라! 내연녀의 이야기따위 듣고싶지 않아!"

 "넌 뭐가 이렇게 고집불통이냐! 야, 좀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라! 야 나 리츠랑 그런 사이 아니거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마오의 난리브루스에 머리가 아파진 코가가 마오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얘 이런 캐릭터였나?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정상에 가까운 캐릭터 아니었어? 요새 무슨 지랄병바이러스라도 유행하고 있는 건가. 내가 사쿠마 리츠랑 했다니 이건 또 무슨 거지발싸개같은 소리냐. 억울하게 오해를 사고있는 것 같아 갑자기 울컥한 코가가 마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니 넘겨 짚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무슨 내가 릿치.. 아, 설마 최근에 릿치랑 좀 친하게 지냈다고 이러는 건가? 하지만 그 자식은 이사라랑 최근에 싸운 모양이어서 아침에 깨워줄 사람도 없는 모양이고, 흡혈귀자식은 릿치한테 미움받고 있어서 같이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부득이하게 흡혈귀한테 부탁을 받아서 등하교를 책임져주고 있을 뿐이었고, 그 이상의 관계는 전혀 네버 아니었다. 그런데 등하교 좀 같이 했다고 내연녀니 뭐니 하는 소리나 듣고 앉아있다니. 나 이거 얘 고소해도 할 말 없는거지? 


 "리츠랑 그런 사이 아니라니, 뭐야 엔조이라는거냐!"

 "와, 하다하다 이런 미친 소리를 다 듣고. 야! 나 리츠랑 안했다고! 니 뇌는 나랑 리츠랑 어떻게든 엮고 싶어서 어떻게 된거냐고!"

 "하, 하지만 너 양호실에서... 나 다 들었는데."

 "시..발, 전교에 사쿠마 녀석이 릿치 하나냐고!"


 무슨 소리야. 마오가 잠시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자신보다 한 학년 위의 '사쿠마 레이'의 존재를 떠올렸다. 아, 설마. 헐, 설마. 너, 설마. 야, 너, 어? 야, 이게 아닌데. 헐, 야 뭐야. 그러니까 레이선,배랑. 헐? 그러니까, 나, 나 혼자, 지금 뻘, 뻘,뻘짓한거..라고? 방금전까지 제가 코가에게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어, 음. 일단 리츠랑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이건 이것 나름대로 충격인데?


 "아, 야, 어, 미안, 헐, 미안, 둘이 그런 사이일줄은. 아, 맞다. 너 사쿠마 선배 빠돌이였지?"

 "빠돌이는 누가 빠돌이라는 거야! 아오, 진짜 이게! 야 너 때문에 체육…"


 못 나가고 있잖아! 라고 소리치기 전에 뒷문이 드르륵- 열리며 체육복을 입은 한 무더기의 동급생들이 우수수 밀려들어왔다. '아 뭐야! 자습이라니! 아오! ' '시험이 아직 이주나 남았는데 자습은 무슨 자습이야!'라고 불평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아마 체육이 자습으로 교체된 모양이었다. 교실에 들어오던 학생들은 교실 한 가운데서 요상한 모양새로 단 둘이 독대하고 있던 마오와 코가와 마주쳤다. 


 "야 뭐야 니네 둘이 교실에서 뭐하냐 ㅡ?"

 "유후- 분위기 좋은데! 야 니네 둘이 사귀냐!"


 동급생들은 재밌는 건덕지가 생겼다는 듯 휘파람까지 불어오며 코가와 마오를 놀려왔다. 누가봐도 장난섞인 행동이었기에 마오는 잠자코 웃기만 할 뿐이었지만, 한창 마오 때문에 짜증이 나있던 코가는 동급생들이 자신을 놀려오자 약이 머리끝까지 올라 이내 귓볼까지 붉어진 얼굴로 동급생들을 향해 교실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야 내가 얘랑 왜사귀는데! 얜 리츠 좋아한대거든? 아오 진짜 하다하다 별 것들이 다!"

"누가 누굴 좋아해?"

"누구긴 누구냐! 이자식이지! 이사라가 사쿠마자식이 너무 좋아서 돌아버리겠단다! 지가 훨씬 더 전부터 좋아했댄다! 아오! 치정싸움은 지들끼리 할 것이지, 왜 남한테 다들 지랄인거야!"


 어, 저기, 오오가미야? 잠깐 그 입 좀 다물어 줄래..? 마오는 당장에라도 죽고 싶어졌다. 

 

 




*마오가 캐붕...이 일어났네요, 죄송합니다.

 아마 다음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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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즈마코: 수취인 s

http://mesking.tistory.com/46

(공백제외 4760자)


2.이즈마코: 우상철회 01

http://mesking.tistory.com/33

(공백제외 3503자)


3.리츠마오 (수위글): 오메가버스 01

http://mesking.tistory.com/65

(공백제외 2276자)


4. 이즈마코 (수위글): 극성팬 외전

*비번은 맨션문의

http://mesking.tistory.com/79

(공백제외 332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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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너는 변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죽었다. 그것은 벌써 삼 년이 된 일이었지만, 그 아이들은 아직도 내가 부르면 금방이라도 달려와줄 것만 같아서 나는 가끔 그 아이들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보곤 한다. 아케호시 스바루, 히다카 호쿠토, 이사라 마오. 이 셋은 모두 다음 스케쥴을 위해 장소를 이동하다가 변을 당했다. 그 날 감기때문에 스케쥴을 같이하지 못한 나는, 혼자 살아남았다. 


 별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던 아이들은, 정말로 밤 하늘의 별이 되어버렸다. 나는 나를 두고 별이 되어버린 친구들이 미워서 아직도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 못한다. 사실은 밤하늘만 못 올려다보게 된 것 만이 아니다. 나는 그 이후로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정말 여러가지 측면에서.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나는 기름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북북 긁으며 머리를 감은지 벌써 며칠째인지 속으로 어림잡아봤다. 어제는 확실히 아니었고, 엊그제도 기억이 없고, 아마 3일전 인 것 같다. 두피가 슬슬 가려워지는 것이 아마 3일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려운 머리를 감으러 화장실로 가는 대신 게임기가 연결된 TV앞 쪽에 앉는 쪽을 택했다.


 게임기 옆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용기, 음료수병, 과자봉지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나는 그것을 대충 발로 한 구석에 밀어버리고 발가락으로 게임기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게임기가 로딩되는 것을 기다리다 조금 출출해져서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음식이 냉장고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그 중에서 엊그제 먹다 남은 피자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지이잉- 돌아가는 피자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전자레인지의 문에 달린 유리를 통해 그곳에 비친 내 얼굴과 마주쳤다.


 여드름 가득한 피부, 아이돌로 활동했던 시절때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늘어난 체중, 감지 않아서 더러운 머리카락, 미용실에 간 지 일 년은 되지 않아 눈은 이미 다 덮은지 오래인 앞머리, 언제 갈아 입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목이 다 늘어난 꾸질꾸질한 티셔츠, 입을 열면 나는 역겨운 구취, 코만 조금 벌름거리면 쉽게 맡을 수 있는 시큼하고 쿱쿱한 체향. 이 모든 것이 다 역겹게 변해버린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냄세나는 특징들이었다. 


 나는 더이상 이런 역겨운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참을 수가 없어져 고개를 획 돌렸다. 이내 띵! 하고 전자레인지에서 조리를 끝냈음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그 안에서 피자를 빼 낸 나는 로딩이 끝난 TV게임 앞에 앉아 게임기를 손에 잡았다. 여러 음료수나 양념들이 찐득찐득하게 엉겨붙어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굳이 그것을 닦아내려고 힘쓰고 싶진 않았으므로 애써 찐득거리는 게임기를 무시하며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벌써 최종보스까지 쓰러트린지 오래인 게임이었지만, 나는 이것을 반복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유우군, 게임하고 있었어?"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저녁 아홉시. 게임을 시작한 것이 세시쯤이었으니 벌써 여섯시간째 나는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나는 구부정해진 등을 조금 꼿꼿히 세우곤 이즈미씨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삼일만에 보는 이즈미씨였다. 아무래도 이즈미씨는 모델로 잘 나가고 있으니까 얼굴을 볼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나는 다시 TV스크린에 집중했다. 이즈미씨는 아마 먹을 것을 만들 요량인지 부엌으로 들어갔다. 


 "유우군. 집이 엉망이네. 먹을만한 것도 없고."


 이즈미씨가 한숨을 쉬는 것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이내 나에게 다가온 이즈미씨가 내 머리결을 만지며 '유우군 내가 감겨준 뒤로 머리 스스로 안감았지?'하고 물어왔다. 이제는 부끄러움도 없어진 나는 그 질문에 고분고분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없으면 머리 하나 못 감는구나. 유우군은. 뭐, 일단 머리부터 감고 초밥이라도 배달시키자."


 끄덕끄덕. 다시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즈미씨가 일으켜주는대로 일어나선 화장실로 향했다. 와이셔츠의 소매를 팔까지 걷어부친 이즈미씨가 샤워기를 틀어 물 온도가 적당한 지 손에 대보고 있었다. 나는 별 말 없이 샤워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샤워기를 내 머리에 대는 이즈미씨의 행동에 흠칫했다.


 물의 온도는 적당히 맞춰져 있어서 조금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즈미씨는 샴푸를 손에 조금 짜서 조심스레 내 머리에 거품을 냈다. 머리에 기름기가 많이 껴서 그런지 금방 거품이 사그라들고 미끌미끌 해졌다. 이즈미씨는 샴푸를 한 번 더 짜서 다시 거품을 냈다. 이번엔 거품이 풍성히 생겨났다.


 샴푸에서 사과향이 났다. 내가 이런 샴푸를 산 기억은 없으므로 아마 이즈미씨가 다 쓴 것을 교체해 준 모양이었다. 향이 나쁘지 않았다. 이즈미씨도 같은 브랜드의 샴푸를 쓰고 있으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유우군은, 정말 예쁜 얼굴이야."

 "다, 지난 이야기예요."

 "아니야, 유우군은 변함없이 예뻐."


 어째서 이 사람은 내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도 여전히 날 사랑해주는 것일까. 어째서 이렇게 추악하게 변해버린 자신에게, 항상 예쁘다는 말을 속삭여 주는 것일까. 어째서 당신은 친구들이 나만 빼고 하늘로 가버린 그 날부터 나를 찾아와 나를 살뜰히 돌봐주려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어째서 당신은 이렇게 변함없이 날 사랑해주는 걸까. 물어볼까, 하다가 이즈미씨마저 내게서 떠나버리는 것이 무서워 결국 그 질문은 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이즈미씨에게 사랑받기엔, 난 너무나도 가치없는 인간이다. 







  "유우군, 예뻐."

 

 척추를 쓸어내리는 이즈미씨의 손길에 한순간 몸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등부분이 꽤나 예민하다. 그것은 발건한 것은 이즈미씨로, 그래서인지 이즈미씨는 애무를 할 때 등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부풀어버린 이 몸뚱아리를 이즈미씨가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싫어서 나는 이즈미씨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즈미씨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을 보여달라는 이즈미씨의 요구에 나는 도리질을 치며 품 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이런 추한 얼굴, 보여준다면, 이즈미씨가 당장이라도 떠날 것 같았다. 이즈미씨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으니까, 이렇게 변해버린 나따위는 사실 속으로는 혐오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사실은 이렇게 변해버린 나를 속으로 비웃는 것이 재밌어서 혹은 추해버린 내가 불쌍해서 내 곁에 남아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느쪽이어도 좋다. 이즈미씨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비웃음 당하던지 얼마나 동정 당하던지 그것은 알 바가 아니었다.  


 "유우군은, 내가 이렇게 만든거야."


 지금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유우군은 내가 이렇게 만든거야."


 나는 그 대사를 다시 곱씹으며 자고있는 유우군의 등을 쓸었다. 아아, 나는 너무 행복한 남자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우군을 손에 넣은 나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그 꼬맹이 삼인방에게는 진심을 다해 감사한다.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진 않지만 말이다. 그 애들이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유우군과 붙어다닐때는, 정말로 죽여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 꼬맹이들이 죽은 것은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유우군이 없었던 것은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유우군이 그 때 봉변을 당했다면 아마 나도 지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운좋게도 유우군은 감기바이러스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나는 덕분에 유우군의 뒤를 따라 죽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유우군은 그 날 이후로 트라우마같은 것이 생긴 모양이라서, 정말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집에서만 생활했다. 당연히 대학은 못갔고, 고등학교에서도 퇴학 처리 되었다. 하루종일 했던 게임만 반복하고, 그야말로 '무능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건 내가 얼마나 바라던 시나리온가. 유우군이 주변 인간관계와는 다 단절된 채로 오로지 내 시야 안에만 들어오는 그런 스토리는, 내가 몇 년을 꿈꿔오던 스토리란 말인가. 


 유우군은 그 날 이후로 변했다. 제 외모를 비하하는 일이 많아졌으며, 자존감이 바닥을 길 정도로 하락해 버렸고, 확실히 말수도 적어졌다. 유우군은 종종 자기 피부에 여드름이 너무 많이 나버렸다던가, 자기 체중이 너무 불어버렸다던가, 자기 몸에서는 역겨운 향기가 난다던가하는 말을 중얼거렸다. 아, 이것은 완벽한 내 세뇌의 결과이다. 유우군은, 지금은 오로지 나를 구원으로 삼고 있는 나의 유우군은, 내 말 한마디 한마디를 법이자 진리로 여긴다. 그러니까 지금의 유우군은 내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유우군, 최근에 피부에 뭐가 자주나는것 같네.

'체중 조금 늘지 않았어?'

'안씻은지 꽤 됐구나?'-.


 내 작은 거짓말들을 너자신으로 내면화 시켜버렸구나. 아아, 나의 사랑스러운 유우군. 나는 들썩이고 있는 유우군의 등에 입을 맞췄다. 


사실 너는 변함없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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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미코] 오타쿠의 연하남 01






"그래서 말이지! 이번에는 도색이 끝내준다니까? 전에 나왔던 버전이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아 물론 전에 나왔던 버전도 나쁘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이건 …"


 벌써 몇 번째 듣는 이야기더라. 마유는 미코시바가 손에 조심스레 올려두고 있는 모에니메이션의 여주인공 피규어를 감정없이 바라보며 미코시바가 저 이야기를 벌써 몇번째 반복중인가 떠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역시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마유는 대충 어림잡아 열번은 들은 것 같거니 짐작했다. 저런 플라스틱덩어리가 뭐가 좋은걸까, 하고 입에 올렸다간 아무래도 미코시바가 충격받아서 그것은 관두기로 했다. 하지만 주말에 애써 사람을 불러다 놓고 어제 온 피규어에 대해 자랑만 늘어놓고 있다니. 한시간 걸려 미코시바의 집에 도착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마유는 벽시계를 바라보며 더 이상 들어주고 있다가는 아마 저 피규어의 픽셀단위 하나까지 외우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미코시바의 말을 가로막고 중간에 이 집에 온 본 목적을 여과없이 말했다. 


"형. 키스해주세요."


아, 당황했다. 미코시바는 귀까지 붉어진 마유의 얼굴을 보며 펑-하고 터지는 효과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 여기서 안아버리고 싶지만 조금 화낼려나. 역시 미움받는 것은 싫다. 사과하는 것에 익숙치 않으니 애초에 미움받고 싶지 않다. 그래도 조금, 가능하면 조금 더 닿고싶다.


 마유는 손을 뻗어 미코시바의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귓볼이 이렇게 뜨거운 곳이었나. 몸까지 덜덜 떨고있는 미코시바를 보며 조금 가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괴롭히고싶어지는 것을 보니 아마 치요의 말대로 자신은 도S인지도 몰랐다. 아직 제대로 실험해 본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 아하하. 그...그래서 이번에 옥션에서 운좋게 구입한 건데 중고치고.."


 미코시바는 몸을 덜덜 떨면서도 마유의 말은 못들은 척 어물쩡 넘기려는 속셈인지 다시 피규어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제는 머리끝까지 붉어져버렸는데도 이 사람은 내가 속아넘어가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마유는 귓볼을 좀 더 노골적으로 지분대다가 조금씩 미코시바를 벽 쪽으로 밀었다. 등에 벽이 닿았을 때 미코시바는 거의 울 듯 한 표정이 되어 있어서 마유 안의 가학심을 대놓고 쿡쿡 찌르고 있었다. 


"형. 키스해주세요."


 작년 이맘때 쯤 사귀기 시작해서 곧 1주년을 맞이하는 이 커플은 한달 전에 뽀뽀도 겨우 한 상태로, 그것도 대학 동기들과 술자리를 하고 온 미코시바가 분위기에 취해 어쩌다 한 것 뿐이지-그것도 키스도 아니고 뽀뽀였고- 다음 날 기억이 돌아오자 미코시바는 무진장 부끄러워서 거의 일주일 간 마유를 피해다녔다. 마유 자신도 스킨쉽이 무척 하고싶어 미치겠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이렇게 누구 하나 좀 더 발전하려 하지 않으면 분명 뽀뽀만 하다 끝나는 커플이 될 거라고 얼마전부터 경각심이 들었기 때문에 조금만 분위기가 잡히려고 하면 들이댔지만 막상 키스 한 번 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이 사람의 이런 부끄러워하는 면 때문에 끌린 것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 하고 마유는 사실 조금 심통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미코시바로부터 오늘 집에 놀러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오늘이다! 라고 생각하고 날 잡고 온 건데.. 오자마자 거의 세시간을 피규어에 대한 설명이라니. 아무리 조용히 앉아 가만히 들어주는 것을 잘하는 저도 이쯤 되면 서서히 화가 날 만 했다.


 마유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서 눈만 꿈뻑이고 있는 미코시바에게 좀 더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려 입술을 마주대려 했다. 숨결마저 떨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마유의 마가슴도 숨결과 함께 불규칙하게 떨려왔다. 하지만 입술이 거의 닿기 직전의 순간, 마유는 미코시바의 손에 밀쳐졌다.  마유를 밀쳐낸 미코시바도 순간 놀랐는지 재빨리 사과하려고 입을 달싹였으나, 마유가 한발 빨랐기에 그 말은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형은 내가 싫어요?"


 아, 굉장히 무서운 얼굴이다. 미코시바는 마유가 화내는 것은 제게 처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잠시 숨을 멈췄다. 자신은 마유를 이렇게 화나게 할 속셈은 없었는데, 그저 조금 준비가 안되어 있었을 뿐인데, 아무래도 마유를 화나게 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자식.. 그렇게 나가서 연락이 없어서.."

"그래서 미코링 나한테 사랑 상담하는거야?"

"치요오..."

"커플들 다 죽었으면..."


 얘가 대학가더니 대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거야.. 미코시바는 귀여운 얼굴로 커플들은 다 죽어도 싸다는 말을 해대는 제 고등학교 동창에게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천하제일의 눈새라고 불리는 노자키에게 반해 오년째 짝사랑만 이어오고 있는 제 고등학교 동창이 좀 불쌍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노자키와는 같은 대학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같이다니고 있긴 한데, 역시 아직까지 그냥 친구관계일 뿐이다.


 사실은 노자키는 너를 정말 이성으로 안보는 모양인데 포기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조언해주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치요가 마시고 있는 저 에이드의 유리잔으로 머리를 강타당할 것 같아서 그것만은 참았다. 


"그래도 일년이 됐는데 뽀뽀 한 번 이라니.. 커플마다 속도는 다를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마유도 이제는 성인이고."

"하,지만 나 왠지 그녀석 얼굴만 봐도 좀, 좀, 그, 그거 있잖아, 치요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뭔가 , 으 ,마, 만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막상 또, 부끄, 으아아아"

"더 이상 염장지르면 미코링이고 뭐고.."


 진심으로 사람 하나 죽일 듯 살벌해진 눈빛으로 치요가 에이드 잔을 집어들었다. 그 장면에 식겁해서 얼른 치요의 손을 끌어당겨 에이드잔을 겨우 뺏은 미코시바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아, 그, 미안 치요. 그게 아니라 조금 , 흐, 어. 하여튼 그래서 나도 그, 그렇게 진도 나가는 건 생각해본 문제고 언젠간 해야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그래도 막상 그 타이밍이 되면 두려워진달까.."


 미코시바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애꿎은 냅킨을 주물럭거렸다. 자신도 남잔데 스킨쉽이 마냥 싫기만 하겠는가.. 다만, 다만 그 사랑받는다는 간질거리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언제나 마유가 한발짝 다가오면 두발짝 뒤로 물러서고 만다. 속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는데 어쩌란 말인가... 아마. 마유는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아무 이유없이 스킨쉽을 거절하는 애인이 있다면, 아마 내가 마유의 입장이었다면 실망하고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연장자답게 리드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리드받고 있는 입장인데 이렇게 빼기만 하면... 


"아, 미코링. 말하는 도중에 미안한데 노자키군한테 호출와서, 나 먼저 나가봐도 될까?"


 오늘 에이드 사줘서 고마워. 치요는 손인사를 하며 재빨리 카페를 빠져나갔다. 야! 너는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미코시바는 에이드 잔과 함께 덩그러니 남겨진 제 신세를 한탄하며, 역시 세상에 믿을만한 친구는 하나 없다는 걸 오늘도 뼈져리게 깨달았다. 역시 우정보다 사랑인거냐.. 나도 번듯하고 멋진 애인이 있다고, 이자식들아. 그렇게 생각하니 마유가 또 보고 싶어져서 미코시바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만 내렸다 올렸다 반복하며 마유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거의 십분은 고민했다. 아무래도, 화나게 했으니 먼저, 걸어야겠지..? 미코시바는 훕- 숨을 들이쉬고 발신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려 했지만 아주 근소한 차로 미코링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 


 "마유?"


 발신자는 노자키 마유여서 미코시바는 헉, 어쩌지 어쩌지, 를 연발하다 겨우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쩐지, 조금 예감이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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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비 내리는 어느 날




*12님께서 신청해주신 리츠마오 짧은 글입니다.

*주제는 비오는 날입니다.









"이왕이면 마군이랑 놀러가고 싶었는데."


 리츠는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덤덤한 듯 말을 꺼냈다. 사실 저렇게 덤덤한 척 하고 있어도 꽤나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리츠와 거의 십년을 넘게 한 마오는 잘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유원지에 놀러가기로 한 날 이렇게 큰 비가 올지는 자신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 걸. 어제까지만해도 해가 쨍쨍했는데, 어째서 내려도 오늘 비가 내리는 걸까ㅡ 하고 실망스럽기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마오는 리츠를 먼저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서,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비내리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리츠의 곁에 자신도 쭈그려 앉았다. 


"유원지는 다른 때에 가도 되니까 그렇게 실망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 동거한지 일주년인데. 표도 다 사뒀는데..."


 리츠는 제 바짓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어둔 표를 꺼내 마오의 눈 앞에 팔랑팔랑 흔들었다. 표에 잡혀있는 주름들이 리츠가 유원지에 얼마나 가고 싶어 했는가를 증명해주는 것 같아 마오는 괜히 제가 미안해졌다. 분명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풀이 죽어있는 리츠를 보고 있으니 소풍취소된 아들내미를 보고있는 어머니의 심정마냥 가슴이 따끔따끔했다. 할 수 있다면 날씨를 바꿔서라도 유원지에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역시나 자신은 신이 아니니까 그건 무리다.


"DVD라도 빌려와서 영화라도 볼까?"


 마오는 리츠의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려고 요 앞 DVD가게라도 가서 영화라도 빌려볼 것을 제안했다. 리츠는 그다지 탐탁치 않아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푸딩도 사도 돼?하고 묻는 것은 옵션으로.  간식 하나 사먹는 것 까지 제게 허락을 구해오는 리츠가 귀여워져서, 마오는 물론이지-하고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마오가 먼저 일어나 외투를 챙기려하자, 리츠는 마오쪽으로 양 팔을 크게 뻗었다.


"마-군. 나 일으켜줘."

"일어나는 것 쯤은 좀 혼자 해라."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마오는 리츠의 양 겨드랑이를 끌어안아 끙차- 하고 리츠를 일으켜 세웠다. 리츠를 일으켜 세우자, 리츠는 그대로 폭 마오의 품에 안겨왔다. 으으응- 마군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다니 너무하잖아-하곤 리츠는 새끼고양이마냥 마오의 목덜미에 머리를 한껏 부볐다. 대체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고 얼굴이 붉어진 마오가 리츠의 몸을 밀어 리츠를 떼어내려 했으나 도저히 리츠는 제게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얘는 운동도 싫어하는 게 어디서 이렇게 힘을 키워오는 거야.. 그나저나 얘 좀 체중 늘어난 것 같은데. 


"리츠, 너 점점 무거워 지는 것 같다. 요새 야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 아니야?"

"음, 진짜? 그럼 운동이라도 할까."

"무슨 운동? 너 운동하는 거 엄청 싫어하잖아."

"섹스가 그렇게 칼로리소모가 높다던데"

"사쿠마!!"

"에, 장난이야 장난."


  사실 그렇게 장난인 것만도 아니지만, 하고 마오가 기겁할 만한 사족을 덧붙이며 리츠는 마오의 품에서 떨어져 쇼파의 행거에 걸려있는 얇은 가디건을 아무렇게나 주워입었다. 가디건의 안감과 겉이 뒤바뀐 채였지만 리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슬렁슬렁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곧 예리한 마오의 눈에 걸려 그것을 지적당하고 말았다.


"리츠! 너 뒤집어 입었잖아."

"음, 아, 그러네. 귀찮으니까 이대로 가자."

"같이 다니는 내 입장은 생각 안하냐!"


 진짜 손이 많이 간다니까- 라고 잔소리하면서도 마오는 다정한 손길로 리츠의 팔을 들어올려 가디건을 벗겨냈다. 어떻게 이 상태로 바깥에 나갈 생각을 한 건지! 마오는 가디건을 뒤집어 리츠에게 다시 입히며 이것저것 쫑알쫑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모습이 흡사 신데렐라의 계모와도 같아서 다른 사람의 반응에 둔감한 리츠도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불만스럽다는 듯 말을 뱉었다.


"으으 마-군 시끄러워."

"네가 제대로 하면 이런 일도 없.."

 

 뒷 말이 이어지지 않은 것은, 리츠의 입술이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던 마오의 입술을 막아버렸기 때문으로 마오는 그대로 굳어있다가 농밀히 혀를 섞어오려는 리츠때문에 그제서야 정신차린 듯 화악- 리츠를 밀쳐냈다. 


"마-군은 부끄럼쟁이. 이제 키스는 익숙해질때도 됐는데."


 마오는 어릴때는 너무나도 순진하게 자신을 따랐던 리츠의 얼굴을 잠시 떠올려보다, 누구것인지 모를 타액으로 입술을 번들거리며 농염한 눈빛으로 마오의 위아래를 훑고 있는 지금의 리츠와 비교해 보았다. 얼굴은 그때 그대로 잘 자라 준 것 같지만.. 


"마군, 우리 오늘은 영화말고 섹스할까?"


 아. 내가 어릴때 부터 호랑이 새끼를 주워길렀구나.. 어릴 때는 그렇게 귀여웠는데... 결국 그 귀여운 얼굴에 넘어가버린 내 탓일까.. 


 비는 점점 잦아들었지만, 어째선지 마오의 마음은 점점 착잡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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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소마/레이코가] 물랭루주 01


*레이코가/카오소마 나옵니다

*커플링은 추후 더 추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오늘 공연도 좋았어, 코가군."

 "하, 당연하지. 누가 하는 공연인데."


 하여튼, 칭찬해줘도 난리라니깐. 카오루는 코가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도 실력하나는 좋은 아이니까- 저렇게 어리광 부려와도 어쩔 수 없달까. 카오루는 닦고 있던 유리잔을 잠시 내려놓고 가게 안을 살폈다. 프랑스의 물랭루주를 롤모델로 만든 이 가게는 카오루 저의 화려한 취향을 한껏 반영하는 이 도시 최고 규모의 펍이다. 카오루의 자랑이기도 한 이 곳은 하룻밤의 유흥을 즐기려는 젊은이들, 뭔가의 찜찜한 뒷거래를 하려는 지하계의 사람들, 그리고 그저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녹아 자신을 잊어보려고 하는 사연있는 사람들이 한껏 섞이다 빠져나가는 곳이었다. 


 제 가게라지만 카오루는 이 곳에서 바텐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너무 놀고 먹는 것도 적성에 안맞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밤 나와서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자체가 매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도 했고, 게다가 최근에는 -.


 "뭐하는거냐 이 가게의 수치!"


 엄청 귀여운 생물이 가게 들어왔달까, 하루종일 이 생물을 관찰하는 재미에 살고 있달까. 잔을 닦는 것을 멈추고 가게만 두리번거리던 카오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소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걸어왔다. 사실 관계로 보면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의 상하관계지만, 재밌게도 소마는 카오루가 이 가게의 사장이라는 것을 아직도 알고 있지 못했다.


 뭐, 소마군의 면접은 매니저가 봤고 아무래도 카오루 자신은 이런 큰 가게의 사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린 편이었고, 게다가 직원들과 스스럼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사장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지 않도록 직원들한테 당부해 둬서 소마군이 모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조금 지내다보면 거물급의 손님이오면 카오루가 미팅하러 나간다던가, 종종 매니저나 직원들이 자신을 사장이라고 불러온 다거나, 눈치 챌 요소는 되게 많은 데 말이지.


 소마군은 눈치가 없는걸까, 조금 바보인걸까. 카오루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소마를 응시했다. 소마와 눈이 마주치자, 카오루는 예쁘게 눈을 접어 웃어주었다. 일당백의 미소였지만, 그런 뺀질거리는 행동에 더 화가 난 것인지 소마가 잔을 닦던 천을 카오루의 얼굴로 던져버렸다.


 "너같은 놈한테 월급을 주는 사장님 얼굴 보기가 미안하지 않소? 얼른 일이나 하시오!"


 아니, 일단 내가 그 사장인데 말이지. 카오루는 즐거운 듯 빙긋 웃었다. 아아- 내가 사장인 걸 알면, 상하관계에 너무나도 예민한 소마군은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아, 이거 진짜 재밌어! 진짜 멈출 수 없어!





*




"오늘 공연도 좋았다네, 코가군."


 기타를 매고 펍의 후문으로 나온 코가는, 불쑥 나타난 인영에도 놀랐다는 기색 없이 인상을 확 찌푸릴 뿐이었다. 어두운 뒷 골목길인데도 이 남자의 존재로 어두운 골목이 전혀 어둡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빛나는 외모를 가진 남자가 코가의 앞을 막아서서 불쑥 어림잡아 백송이는 될 법한 장미꽃다발을 건내왔다. 하지만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 코가는 제 앞으로 들이 밀어지는 장미 꽃다발을 그대로 낚아채서 언제나와 같이 땅바닥으로 내던져버렸다. 내던져진 장미 꽃다발에서 꽃잎들이 떨어져 나와 길거리를 붉게 어지럽혔다. 


"이거 마음이 아프구먼, 포장해줬던 꽃가게 아가씨가 본다면 무척 가슴 아파하겠구먼."


 상대는 태연하게 코가가 내던진 장미 꽃다발을 들어 제 품에 다시 안았다. 흰 슈트에 장미꽃다발까지 든 그의 모습은 여자, 아니 남자가 보기에도 지독히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그런 모습은 지금의 코가에게 화만 더 부추기는 꼴이었다. 코가는 장미를 안고있는 남자를 쌩 무시한채로 그의 곁을 지나치려 했지만 그가 강한 힘으로 코가의 손목을 낚아 채자, 코가는 이빨을 드러내며 상대를 향해 으르렁 거렸다.


"이거 놔라."

"싫다면 어쩔 생각이누?"

"좆같은 새끼."


 속을 알기 힘든 미소를 만면에 띄우고 있는 상대에게 코가는 제 살기를 온전히 담아 그를 노려보았다. 상대도 코가를 아무말 없이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어쩐지 조금 쓸쓸한 기색이 담겨있어서, 휴지통만 간간히 세워져있는 이 쓸쓸한 뒷골목에 너무나도 잘 녹아내렸다. 거의 십분간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로를 응시하다가 결국 인내심에서 바닥이 난 코가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레이의 손을 거세게 뿌리쳤다. 


"짜증나는 새끼."


 코가는 뒤를 돌아, 네온사인이 휘향찬란 빛나고 있는 도시의 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쿠마 레이라고 불리우는 남자는 골목에 서서, 코가를 끌어안아 가버린 도시의 품 만을 참을성 있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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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극성팬- 외전


*수위글입니다.

*제가 야한걸 못쓰는 병에 걸려서..별로 안 야한거 같지만..








 마코토의 풀린 동공을 보며, 이즈미는 역시 비싼 돈 들여 좋은 약으로 사길 잘했다고 제 자신을 칭찬했다. 오랫동안 상상속으로만 그려왔던 그림을, 오늘 밤 저는 드디어 실현시키고 만 것이다. 최고로 좋은 음식과 술로 기쁨의 만찬이라도 즐기고 싶지만 그것은 마코토를 천천히 맛보고 난 다음이다. 


  마코토는 약에취해 제대로 사리분별이 되지 않는지 눈 앞의 이즈미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그저 부푼 성기가 아픈 듯 끙끙 되었다. 마코토의 손은 이즈미가 끈으로 단단히 묶어놓았기 때문에 마코토는 제 성기를 손으로 만지지 못한채 쇼파 팔걸이에 계속 비비기만 하고 있었다. 이즈미는 마코토의 동물과도 같은 본능적인 행위에 흡족한 듯 웃었다. 자신의 귀여운 고양이가,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렇게 마코토를 손에 넣기까지 어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세나 이즈미 자신도 무언가에 쉽게 질려하는 자신이 한사람에 대한 소유욕을 십년동안이나 간직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뭐 '유우키 마코토' 라는 이름하나만으로 모든 의문점은 어떻게도 좋을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유우군- 에로하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예뻐."


 이즈미는 마코토의 옆에 앉아, 마코토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두어번 쓸었다. 마코토는 풀린 눈으로 이즈미를 바라보는 듯 싶더니, 이내 쇼파에 성기를 비비던 것을 그만두고 이즈미의 품 안에 달려들었다.

흐앙, 흐앙, 하고 마코토가 야하게 울었다. 이제는 쾌감을 넘어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마코토가 이즈미의 품에 안겨 이즈미의 가슴팍에 제 얼굴을 한없이 부볐다. 그 행동이 너무나도 저속해서 이즈미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위치를 바꿔 마코토를 제 아래로 깔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코토의 얼굴은 이미 타액범벅이 된 지 오래라서, 이즈미는 '야한 유-우군.'하고 비웃는 소리를 내면서도 누구보다 사랑스럽다는 듯 마코토의 입 주변의 타액을 핥았다.


"유우군, 여기가 아파?"

 

 이즈미가 잔뜩 부풀어 있는 마코토의 성기에 제 손을 얹었다. 조금만 자극을 주자 마코토는 갈것같은 표정으로 제가 더 허리를 흔들어 마찰을 높이려고 했지만, 이즈미는 그건 허용해줄 수 없다는 듯 금방 손을 떼었다. 마코토가 상실감 짙은 표정으로 이즈미의 손끝만 바라보며,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는 듯 상체를 조금 일으켜 이즈미의 손 마디마디를 핥았다.


 츕, 츄릅, 자그마하지만 그래도 마코토와 이즈미 둘 뿐인 이 조용한 공간에서는 너무나 크게 들리는 야한 소리가 거실을 채웠다. 마코토는 이즈미의 마음에 들기위해 이즈미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핥았다가, 손가락도 제 입에 넣어 쪽쪽 빨아봤다가 손목의 핏줄도 핥았다가 중간중간에 이즈미의 눈치를 가봐며 정성스레 손을 애무했다. 아아, 손만으로도 갈 것 같다니. 이거 진짜 위험한데..

 

 이즈미는 마코토의 타액으로 범벅된 제 손을 다시 마코토의 바지춤으로 가져다댔다. 그리곤 버클을 풀어 바지와 브리프를 내려버리곤, 곧게 잘 선 마코토의 성기를 세게 손에 쥐었다. 그러자 예상했던대로 조금 놀란 듯 마코토의 입에서 단발마가 터져나왔다.


"힛, 익!"

"유우군-. 좋아?"


 이즈미는 마코토의 성기를 위아래로 마찰시켰다. 으하, 하응, 읍, 아흐, 거, 거기, 으, 이즈, 미씨, 흐아읍ㅡ 하는 마코토의 신음이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너무 오래 참아왔던 탓인지 이즈미가 쓸어내린지 얼마되지 않아 마코토가 사정했다. 꿀럭-. 진득한 액체가 이즈미의 상의에 묻어버렸다. 흰 와이셔츠는 얼마전에 명품 브랜드로 부터 협찬받은 고가의 옷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의따위, 유우군의 정액이 묻어져 버리게 된다면 절대로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이즈미는 좋은 트집거리가 생겼다는 듯 조금 목소리를 낮게 하고는 아직 사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코토에게 심술궂게 말을 붙였다.


"아아. 이거 비싼 옷인데 어쩔거야. 유우군. 조금 혼을 내줘야겠는데."


 이즈미는 손이 묶여있어 벗기기 힘든 맨투맨을 그대로 가위로 북 찣어버렸다. 어차피 유우군에게 이젠 옷같은 건 필요하지 않게 될 테니까. 이즈미는 마코토의 오른쪽 유두를 엄지로 꾸욱- 눌러 비볐다. 흐으으, 읏. 아직까지 약의 기운이 남아있는 것인지 마코토에게서는 달콤한 교성이 여과없이 흘러나왔다. 손가락을 조금 빙글-거리며 유두를 지분거리던 이즈미는 마코토의 유두에 혀를 가져다 되고 감질나게 할짝거리다, 이내 엄마 젖을 빠는 아이마냥 마코토의 유두를 강하게 빨았다. 으앗, 으아흐, 으, 싫어요, 으아, 이상해, 으으, 녹는거같아, 으아으, 하고 고개를 도리질하던 마코토는 제 뒷구멍으로 쑤욱- 밀어 넣어진 손가락 한개에 히끅, 하고 입을 다물었다. 


"유우군, 한 개도 힘든거 같네. 역시, 여기는 처음이겠지? 아니, 지금까지 동정일 수도 있으려나?"


 이즈미는 손가락을 빽빽하게 조여오는 느낌에, 마코토가 이 곳은 처음일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 처음이어야만 했다. 자신이 어떻게 이때까지 참아왔는데, 다른 새끼가 먼저 이 곳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열이 뻗쳐서 자신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이즈미는 길들여지지 않은 마코토의 뒤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저었다. 처음이라 쾌감보다야 고통이 큰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약 덕분인지 조금이나마 마코토가 느끼고 있는 듯 중간 중간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이렇게 얌전한 유우군이라니. 조금 신기하네. 언제나 내가 한발짝 다가서면 두발짝 피하던 유우군이었는데 말이야.


 이즈미는 마코토의 뒤가 제 손가락 하나를 아까보다는 조금 능숙히 받아들이자, 이내 손가락 두개를 더 넣었다. 예정이었다면 조금 더 천천히 공을 들여 애무하려했지만, 역시 자신의 인내심이 버텨내질 못할 거 같다. 이미 이즈미의 성기는 거의 직각으로 우뚝 솟아서, 바지의 지퍼가 당장이라도 터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즈미는 땀에 젖은 마코토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넘겨주며, 밑으로는 한없이 마코토를 유린했다. 손가락 세개가 촉촉히 젖는 것이 느껴졌다. 마코토의 신음소리가 점점 고양되었다. 그러다 툭, 하고 건드린 무언가에 흐아아,아,읏,하아아앙, 하고 거센 반응이 흘러나왔다. 여기구나- 싶어서 이즈미는 도착지를 찾은 만족스런 탐험가의 미소를 지은 채로 손가락을 빼냈다. 


"유우군, 처음이라 조금 아플거야. 그렇지만 유우군은 잘 할 수 있지?"


 마코토는 이즈미의 말 뜻이 무엇인지도 잘 파악하지 못했으면서, 그저 고개를 한없이 끄덕거렸다. 지금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의 절대적인 주인이었다.


 세나 이즈미가 제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툭- 튀어나온 성기가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마코토는 맛있는 솜사탕을 바라보는 초등학생의 눈빛으로 그것을 갈구했다. 이즈미는 제 성기를 마코토의 입구에 조심스레 가져다 대었다. 입구에 가져다 대었을 뿐인데, 금방이라도 쌀 듯 성기가 후끈거렸다. 역시 자신은 유우키 마코토에 관해서는 한없이 자제력이 부족해진다고 생각하며 이즈미는 조금의 겨를도 주지 않고 그것을 마코토의 끝까지 쑤셔 박아버렸다. 으아악, 하는 마코토의 비명이 거실을 크게 울렸다. 아까의 달콤한 교성과는 다르게, 정말로 아픈 듯 마코토는 온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이즈미가 그렇다고 드디어 손에 넣은 마코토를 놓아줄리가 없었다.


"그만, 너무, 아프, 흣,"

"유우군. 아까 여기가 좋댔나?"


 이즈미는 조금의 배려차원에서 마코토의 전립선을 꾸욱- 제 성기로 찔렀다. 눈을 한껏 크게 꿈뻑이다 마코토는 이내 이즈미의 목에 매달려 아까와 같이 거친 신음을 토해냈다. 거기, 거기 너무 좋아요, 으아, 미칠, 거 같은데, 왜 좋은지, 모르겠는, 흣, 데, 진짜, 거기 , 조금만 위로, 으아, 흐, 거기,거기, 하고 무자비하게 저를 찔러오는 세나 이즈미의 피스톤질에 맞춰 허리를 흔들어댔다. 마코토의 안은 생각보다 좁아서, 이즈미는 간헐적으로 욕을 내뱉으며 쾌감에 의해 미간을 찌푸렸다. 흐으, 시발, 유우군 존나 미칠거같아. 결국 참기힘들어진 이즈미는 마지막 스퍼트로 퍽퍽- 거세게 마코토의 전립선을 위주로 박아댔다. 이미 눈물범벅인채로 마코토는 거의 갈 것 같은 표정으로 눈을 까뒤집으며 그저 이즈미가 박는대로 몸이 흔들렸다. 하으, 어, 히익,히이잇, 하고 제 본능에 충실한 소리를 입으로 내며 이즈미가 자신의 안의 사정하는 순간, 마코토도 머리에 번뜩 화이트 플래시가 터져서 그대로 대차게 가버리고 말았다. 주우욱- 마코토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즈미는 눈을 감은 제 사랑스런 마코토의 볼에 한없이 입을 맞췄다. 아, 아, 이제야 왔구나. 유우군, 내가 십년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는 모르겠지? 아아, 나는 언제라도 너를 이렇게 만들고 싶어서 그동안 얼마나 인내하고 또 인내했는지 몰라. 아아, 사랑스러워.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아. 역시 이런 귀여운 유우군은 나만 보는 편이 좋아. 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뇌를 모두 파버려서, 이 세상에 너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면 좋겠어. 아아, 유우군-. 여기서 나랑 평생 사랑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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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비가 녹는 도시 01









"야! 마코토! 나가서 담배 좀 사와라-."

"앗, 내것도! 항상 나 피던거 기억하지?"

"거스름돈으로는 까까라도 사먹어라!"

"아하하ㅡ 까까가 뭐냐? 다 큰 성인한테!"


 선배 둘이 건내주는 1000엔짜리 지폐를 받으며 마코토는 '이런거 시키지 말라니까요 귀찮게..'하고 작은 소리로 불평을 했지만, 나가지 않았다간 들이닥칠 후환이 두려워 자리에서 일어나 회식 중이던 가게 밖으로 나갔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밤바람이 꽤 차서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지-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외투를 가지러 귀찮게 다시 들어가는 것보다야 감기걸리는게 더 낫다고 결론내린 마코토는 1000엔짜리 지폐 두장을 지갑에 단정히 집어넣곤 편의점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과의 회식이라 그런지 마코토도 사실은 기분이 조금 업되어 있었다. 지금은 휴학중이라서 동아리에 얼굴을 잘 못내비치지만 이렇게 이따금 자신을 불러서 과회식에 나오라고 챙겨주는 것을 보면 자신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에휴휴- 이런건 짬밥없는 후배 몫이지-, 하고 편의점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마코토는 단독주택가라 그런지 눈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편의점의 존재에 의아해졌다. 요샌 시골에도 편의점은 다 있던데 어찌된게 이 동네는 편의점 하나 없냐. 


 마코토는 단독주택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주택가를 혹시 골목에라도 편의점이 있는 게 아닐까-하곤 골목을 여러군데 살폈다. 그래도 나오는 건 일반가정집뿐이라 그냥 여기서 돌아갈까-하며 거의 포기심정으로 마지막으로 골목길 하나만 살펴보자 생각하곤 조금 더 걸음을 걷자 나오는 골목길을 살폈다. 나올리가 없지-라고 생각하고 들여다 본 골목길이었는데 맨 끝 쪽에 '담배'라고 써져있는 작은 간판의 불이 켜져있음을 보아 운명이란건 정말 말로 형연할 수 없이 신기한 일이지 싶어졌다.


 마코토는 가로등이 하나 뿐이라 조금 어둑한 그 골목길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무슨 가게를 저기다가 차렸대. 장사는 되기는 하는걸까? 항상 영화같은데보면 저런데는 귀신이랑 관련있다거나 뭐 그런거던데. 아 갑자기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치만 담배는 여기밖에 파는 데가 없는 거 같고. 그리고 딱, 딱히 내가 귀신을 무서워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그래, 담배만 사고 얼른 나오는거야! 그리고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하하하 ㅡ 라고 마코토는 낡은 간판만이 겨우 달려있어 여기가 담배가게임을 미약하게 알리고 있을 뿐인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ㅡ. 저, 담배.. "


 좀 사러왔는데요, 라는 뒷말이 차마 나가지 못한 것은 가게가 쥐죽은 듯 고요했기 때문이다. 담배가게가 맞긴 한 모양인지 벽한면에 담배가 가득 채워져 있긴 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역시 주인장을 보이지 않았다. 하하, 어디 외출이라도 하신 모양이지! 라고 애써 오들오들 떨려오는 다리의 진동을 무시한 채 마코토는 눈을 꾸욱 감았다. 아니야, 아니야, 이상한 생각 하지말자. 귀신은 무슨 귀신이야! 귀신이야기는 다 여름철에 장사해먹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ㄱ...ㅣ.....


 "뭐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에서 쿡쿡 자신을 찔러오는 손길에 급기야 대차게 소리를 질러버리고 만 마코토는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으며 제발 살려주세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하고 울먹거렸다. 그렇게 열번정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어도 딱히 귀신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낌새가 없어보여서 마코토는 눈을 아주 사알짝 뜨고 고개를 조금씩 들어 위를 살폈다.


 "쇼를 한다."


 그곳엔 슈트차림의 잘생긴 미청년이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에? 귀, 귀신이 아..아니었어? 다...다행이다! 라고 크게 안도한 마코토는 이내 제가 저 잘생긴 미남자 앞에서 쪽팔린 짓거리를 해버렸다는 걸 인지하곤 얼굴을 터질듯 붉혔다. 쭈그린 자세에서 어색하게 일어난 마코토는 하하-하고 상대에게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하며 이야 놀랐다니까요-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담배 사러왔는데, 주인도 없고 조금 무서워서 -. 하하, 그래도 이런 곳에 담배를 사러오는 사람이 저 말고 더 있네요. 하하. 조금 무서웠었는데 잘 됐.."

 "내가 여기 주인인데?"


 누추한 작은 담배가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가진 남자가 이 가게의 주인이라고 선언해왔다. 마코토는 잠시 상대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앞에 선 이 남자가 이 가게의 주인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깨닫곤 '엑?'하곤 놀라버렸다. 이런 담배가게라고하면 조금 인상이 무서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있을 거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딱봐도 비싸보이는 고급슈트를 입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가 주인일 거라는 생각은 절대, 전혀 나지 않는데.. 


 이 담배가게 사실 엄청 장사가 잘 되는 곳일까, 하고 조금 의아해진 마코토가 그래도 목적인 담배를 사기 위해서 선배들이 사오라고 했던 담배 두 갑의 이름을 읊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짜증난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는 마코토가 말 한 담배 두 갑을 마코토에게 던져주었다. 허, 헛! 하고 방심하던 마코토가 담배 두 갑을 모두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리자 아까보다 더 한심하다는 듯 마코토를 바라보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돈."

 "아, 잠시만요, 지갑이, 헉!"


 한 손으론 담배 두 갑을 안고 지갑을 꺼내 남자에게 건내려던 마코토가 이내 지갑에 있던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남자가 '후-'하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은 한숨이었지만 어째선지 '진짜 가지가지 한다-'라고 들리는 듯 했다. 마코토는 이제는 거의 울듯한 얼굴로 다시 바닥에 쪼그려 앉아 명함, 카드, 현금등을 주워들었다. 남자는 조금 도와줄 법도 한데 그저 서서 마코토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전혀 도와주려는 기색이 없었다.


 마코토는 조금 심술이 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여기 고객인데 진짜 서비스가 꽝이네! 이런 가게 금방 망해버리지! 암암! 우리 가게에서 저런식으로 행동했다간 바로 잘리지! 소심하게 속으로만 남자를 욕하던 마코토는 쏟은 내용물을 다 주워넣고 일어서서 남자에게 지폐를 건냈다. 


 무뚝뚝하게 아무말 없이 거스름돈만 건내주는 남자의 행동에 마코토는 이런 가게따윈 다시 올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안올거라며 속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천성이 예의바른 마코토는 '안녕히계세요'라고 착실하게 인사까지 한 채 담배가게를 나갔다.


 남자는 창밖으로 마코토의 뒷모습을 쫓다가 이내 큰 도로변으로 마코토가 사라져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자 창에서 시선을 뗐다. 엄청 얼빠진 놈이네- . 남자는 좀 전까지 마코토가 서있던 바닥을 수십초간 조용히 응시했다. 그 곳엔 명함 사이즈의 종이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아마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줍지 못한 명함같았다. 


 진짜 눈뜨고 코 베일 놈이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마코토가 떨어트린 명함을 주워 들었다. '유메도시락'이라는 가게상호와 전화번호가 박혀있는 평범한 업소 홍보용 명함이었다. 남자는 그것을 탁자에 올려 두었다. 도시락, 가게라. 남자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어번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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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나와 나




 오늘도 냉장고에는 고기뿐인가ㅡ. 어쩐지 역해졌다.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같은 고기를 계속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인데 하물며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야채나 샐러드같은 건 없나, 하고 냉장고의 칸을 모두 뒤져봐도 전부 고기일 뿐이다. 이즈미씨는 대체 고기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서 이렇게 고기를 잔뜩 사온건지. 냉장고의 문을 닫으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밖에 나가서 야채라도 사와야 하는 모양이었다. 귀찮은데.. 


 대체, 왜 이렇게 고기만 잔뜩 사온거야- 하고 나는 이즈미씨를 조금 책망했다. 그치만 역시, 내가 와서 고기가 이렇게 잔뜩 있게 된 거구나. 내가 온 기념이라며 기뻐서 고기를 잔뜩 들여놓던 세나 이즈미 선배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다 나를 위한 마음이다 생각하니 조금은 심장이 간질거렸다.큼-, 하지만 역시 야채는 사와야겠지. 나는 간단히 쇼파에 걸린 후드를 집어 입고, 마스크를 꼈다. 아무래도 오늘은 황사가 심한 모양이니까. 


 현관에 있는 신발을 아무렇게나 구겨신고 밖에 나갔다. 바깥세상은 먹구름 가득 낀 회색이었다. 손으로 살짝 눌러보면 금방이라도 비가 짜내질 거 같은 거대한 회색 스펀지다. 그래도 아직 비는 떨어지지 않는데,  우산을 가지고 가는 게 좋을까, 걸어서 오분거리니까 가지고 가지 말까- 하고 잠시 눈대중으로 재어보았다. 하지만 역시 감기에 걸리면 나뿐만 아니라 이즈미씨한테도 영향이 가니까 되도록이면 가져가는 쪽이 낫겠지. 나는 다시 문을 열어 현관에 세워진 우산꽂이에서 가장 저렴해 보이는 비닐우산 하나를 손에 들었다. 사실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 사람은 그 간단한 것을 하기 위해서 귀찮게 여러번 고민한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애둘러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해버리는 것인데. 나는 작게 웃으며 다시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아, 그러고보니까 지금 신고 있는 신발 이즈미선배꺼구나. 구겨신으면 또 한소리 듣겠는데. 엘리베이터가 4층까지 오길 기다리는 사이 잠시동안 신발을 고쳐 신었다. 현관에 있길래 대충 신은 이즈미 선배의 신발은 자로 잰 듯 딱 맞았다. 아무래도 덩치가 비슷하니까 신발도 대충 맞는거 겠지? 4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이내 문을 열었다. 당연하겠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것이 조금 서글퍼졌다. 그러니까 지금 마코토, 나 자신 안에는, 내가 있었다.


*


  내 이름은 유우키 마코토이다. 학창시절에는 아이돌을 했고 꽤 오래 전에 은퇴를 했다. 그다지 대단한 아이돌은 아니고 지방아이돌 정도였어서 지금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등학교 시절에 잠깐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수험생때 은퇴를 하여 대학은 지역에서 그럭저럭 평판있는 사립대학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고, 대학 문제로 일학년때부터 자취를 해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동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내가 말한 세나이즈미는 일본에서 꽤 주가 높은 그 '모델'이 맞다. 어떻게 그와 인연이 닿았냐고 묻는다면 지방 아이돌이지만 운좋게 공중파 tv 토크쇼에 출현하게 되어 방송국을 견학가게 된 날 우연히 만났다고 할까. 하지만 이즈미씨는 그 전 부터 날 알고 있었고 그 전 부터 내 '팬' 이라고 인사를 건네왔다. 유명인이 자신같은 지방아이돌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기뻐서 나는 그 날 바로 이즈미씨와 폰번호를 교환했다. 이즈미씨는 아주 친절한 사람이라, 일반인에 가까운 무명아이돌인 나를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정말 꼼꼼하고 세심히 챙겨주었다. 정말, 세심히. 


「뭐해, 유우군?」「오늘 촬영 있어, 유우군?」「어제는 전화가 꺼져있었네. 어디 아프기라도 했던 거야 유우군?」「유우군. 지금 난 니가 보이는데 왜 전화는 안받아?」「유우군?」


 이렇게나 잘해줬는데. 


*


 오랜만에 거울과 마주했다. 나 이렇게 생겼었나? 하고 조금 생소해진 기분이 들어서 얼굴을 매만졌다. 거울에 비친 내 표정은 너무 무뚝뚝한 것 같아서, 얼굴근육을 끌어당겨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역시, 그때 그 얼굴은 아니다. 내가 참 좋아하던 얼굴은, 지금은 너무나 변해 있었다.


*


 신문에는 오랜만에 보는 진짜 내 얼굴이 실려있었다. 사진은 '대학생 y군, 실종 60일째. 수사에는 진전이 없어.' 라는 제목의 기사에 삽입된 것으로, 지방아이돌활동을 하던 시절의 사진이었다. 역시 예쁜 얼굴이네- 라고 생각하며 읽고있던 신문을 쇼파에 내던졌다. 그리곤 나는 냉장고쪽으로 다가섰다. 오랜만에 진짜 내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사족)

쓰다말다 쓰다말다 고민을 거듭하면서 썼던 글입니다.

너무 정신없는 글이지만, 대충 세나 이즈미가 마코토를 죽이고 자신이 마코토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건 역시 마코토의 시체라는 뻔한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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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4





 

 뭐냐고 그거-, 내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굳이 지가 데려다 주겠다고 할 이유가 없잖아. 내가 무슨 보균자도 아니고! 그리고 일단 매일 잠이나 자는 리츠보다야 내가 더 체력도 쎌거고, 어려서부터 리츠를 업어 버릇했으니까 내쪽이 더 잘 업었을 건데. 그리고 내가 아플때도 그렇게 업어서 보건실로 달려가 준 적은 한번도 없었으면서 아주 코가는 잘만 업도 뛰더라?


 이미 자신이 수업 도중임을 새까맣게 잃은 마오는 책상 위에 펼쳐놓은 노트 오른쪽 귀퉁이에 리츠의 이름을 썼다가 찍찍 몇번 선으로 그어버리고 샤프 꽁다리에 달려있는 지우개로 북북 지워버리다 이내 생각에 잠겼다. 잠시 눈을 감은 마오의 앞에, 살색의 풍경이 펼쳐졌다. 아! 이런거 아니라고! 훠이훠이 물러가! 


  겨우겨우 눈 앞에서 살색 풍경을 지워낸 마오는 이번에는 다시 울쩍해졌다. 아무리 의존하지 말라고 했어도 사실 마오의 가장 친한 친구는 리츠인것을. 하루아침에 그렇게 쌩 무시를 하고.. 의존하지 말라고 한다고 그렇게 하루 아침에 쌩까는게 어딨냐! 니가 초딩이냐! 아니 이미 정신연령은 초딩인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말로 너랑 나랑 하루 이틀 친구한 사이도 아니고! 솔직히 나는 니가 하지 말란다고 안할 놈이었으면 말 안했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는 말은 죽어도 안듣더니 이런건 왜 또 잘듣는데ㅡ ! 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니 옆에 앉은 아라시가 진지하게 정신병동에 전화해볼까하는 눈빛으로 마오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라시에게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애써 평정을 잃지 않은 척 하던 마오는 아라시가 다시 수업에 집중하자 후- 한숨을 내쉬곤 다시 책상에 엎어져 버렸다.


 사실 리츠에게 이제 그만 의존하라고 선언해버렸지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자신인지도 몰랐다. 리츠에게 항상 나 좀 귀찮게 하지 말고 다른 친구라던가 나이츠의 멤버랑 돌아가라고 투정부리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리츠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저만 찾아 줄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도 몰랐다. 사실, 예전엔 조금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다. 이렇게 잘생긴 애가 내 친구라니- 게다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 기대온다니- 하고선 조금 뿌듯해 하던때도, 부끄럽지만 있었다. 역시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랑 논다고 섭섭해 한다니 나는 무슨 어디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인거냐고!


"이사라 마오. "


 다행이도 제가 이렇게 소녀틱한 마음이 있었다니!하고 부끄러워서 몸이 베베 꼬여버리기 직전에 마오는 다시 한번 다른 이유로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수업시간에 자지 마라. 복도로 가서 서있어."

"선생님 저는 … !"

"말대꾸하지마라."


 쿠누기는 번뜩이는 은테안경너머로 마오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복도로 나가라고 단언했다. 엎드린지 고작 십초도 안지난 것 같은데 잔다고 오해받은 마오는 무척 억울한 심정이었지만 쿠누기 선생님의 입장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밍기적 일어서서 복도로 나갔다. 왜 하필 걸려도 쿠누기쌤인거냐고. 저 선생님 까다롭게로 유명한데.


 마오는 복도에 서서 대충 핸드폰을 끄적이다가 문득 리츠가 아직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까 코가가 쓰러진 것이 화학시간이었고, 지금이 쿠누기선생님의 수업시간이니까 적어도 삼십분은 지났다는 것인데.. 여기서 양호실까지 거리래봤자 왕복으로 겨우 오분정도이고. 이렇게 늦는다는건...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이사라! 클레스메이트로 그런 망상의 나래 펼치지 말라고?


 마오는 제 머릿속에 다시한번 비집고 들어오려는 리츠와 코가의 위험한 그림을 애써 부정하려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예 가망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니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리츠는 알파고, 코가는 오메가다. 둘이 서로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리츠는 발정의 정도가 심한 알파였고, 코가는 막 각성한 오메가였기때문에 아마 서로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오메가 나 알파중에는 사랑없이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들었고. 아니! 일단 얘네 아직 미성년자지만! 하지만 미성년자끼리 그, 그렇고 그런거 했던 나도 있지만! 아니 일단 절대로 그건 리츠가 먼저 원해서 한거니깐! 내가 좋아서 한건 아니니깐! 그나저나 얘네는 왜 안돌아와서 내가 이렇게 불안해 해야하는 건데!


 마오는 실내화의 앞코로 툭툭 불안한 듯 바닥을 쳤다. 한번...가 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섰다. 음, 그래! 그래! 이건 그냥 확인이다. 제 소꿉친구가 클래스메이트를 덮쳤다는 명목으로 깜빵에 가는 일이 없도록 살펴주는 것일 뿐이다! 마오는 그렇게 덜떨어진 합리화를 하며 양호실이 있는 1층으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달렸다. 한걸음마다 초조함이 뚝뚝 떨어져 그 긴거리에 흔적을 남겼다.












 아, 양호실까지 이렇게 멀 줄이야. 마오는 뛰어오느라 가빠진 숨을 고른 후, 조심스럽게 양호실의 문을 열었.. 아니, 열려고 했다. 하지만 벌써 양호실의 문은 단단히 잠궈져 있어서 마오가 아무리 힘을 줘봐도 열릴리가 없었다. 리츠와 자신은, 항상 그 비밀스러운 일을 하기 위해서 누가 올까 문을 이렇게 잠구곤 했었다. 마오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침착하게 억누르며 문가로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래, 뭐 양호실 문 좀 잠겨있을 수도 있지! 양호 선생님이 잠궈놓지 않았단 법은 또 어디있겠는가! 


마오는 방음이 안되는 싸구려 나무재질의 양호실 문으로 최대한 귀를 붙였다. 


'으 ㅡ '

'으- 읍!'


 마오는 일순간 숨을 멈췄다. 분명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면 이건, 코가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리고 충격에 빠진 마오에게 확인 사실을 시키듯 '그만, 흣, 하라고, 사쿠, 마, 자식!' 하는 달콤한 코가의 교성이 얇은 문 너머로 새어나와 마오의 귀에 깊이 박혔다.


 마오는 결국 기정사실화 시킬수 밖에 없었다.  리츠와 코가는, 이 문 너머에서 … 나와 리츠가 하던것, 아니 그 이상의 것을 지금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쿠마 리츠는 제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좋은거였다. 아니, 애초에 코가를 마음에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체 언제부터? 분명 리츠는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마오는 제 실내화 앞코에 뚝뚝 떨어지는 제 눈물 방울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서러운 감정에 휩싸여 양호실의 문 앞에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양호실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는, 마오를 더더욱 서럽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리츠는 언제나 제게 '좋아한'다고 말해왔지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적은 없다. 게다가 리츠의 '좋아한'다는 대상은 저뿐만 아니라 나이츠의 멤버, 홍차부, 그리고 그 부의 그 귀여운 후배도 포함되는 것인데 자신은 리츠와 조금 더 가깝다고 해서 그것을 '사랑'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너의 호의를 이상하게 해석한 나는 혼자 멋대로 니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사실은 넌 날 그냥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 거였는데.


 하지만,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면 네가 나한테 기댄다는 게 은연중에 무척이나 기뻤던 나는, 네가 다른 녀석과 함께 있다고 해서 미친듯이 서러워지는 나는, 너를 과연 소꿉친구로 바라보고 있던걸까? 역시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나였을 지도 모른다. 아아. 깨닫기 싫었다. 사실은, 내쪽에서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

이제는 오메가버스 설정은 어떻게해도 좋은 것 같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별거 없는 평범한 삽질물이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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