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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5.08유즈루에 대한 성찰
  3. 2016.05.06[이즈마코] 극성팬 03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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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3



 

 "오늘도 리츠씨한테 안가?




 연습실의 문을 잠구던 마코토가 마오에게 말을 걸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여덟시 십육분. 트릭스타의 연습이 끝나면 항상 제 소꿉친구를 데리러가야 한다면서 쏜살같이 나이츠의 연습실이나 b반으로 가던 마오였는데, 요새는 어찌된 일인지 트릭스타의 연습이 끝난 이후에도 마코토들과 귀가를 같이 하고 있었다. 마코토가 그저 스쳐지나간 생각을 간단히 물은 것이었지만, 순간 마오는 물론이고 역 앞 가게에 도넛을 사먹으러 가자느니 말자느니로 투닥거리고 있던 호쿠토와 스바루마저 입을 꾹 다물어 분위기가 한순간에 썰렁하게 변해버렸다.


 


 마코토는 순간 보았다. 역 앞에 도넛가게로 얼른 가야한다며 어깨동무를 한 채 마하의 속도로 자리를 뜬 호쿠토와 스바루를.




  뭐야, 나 뭐 잘못 말한거야? 덕분에 마오와 복도에 둘만 덩그러니 놓여지게 된 마코토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적잖이 당황했다. 마오의 표정은 놀이공원으로 현장학습을 가기로 한 날 우천때문에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초등학생처럼 상실감에 젖어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 질문에 뭐가 잘못인 게 있었어?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귀신에 빙의되어서 '내일 지구는 멸망하는데 너희들은 과연 뭘 할거지?'라는 종류의 어떤 엄청난 질문이라도 한거야? 난 분명 그냥 리츠씨한테 안가냐고 물어보기만 했을 뿐인데? 설마 리츠씨는 원래 3년전에 죽은 인물이고, 나는 그런 유령을 볼 줄 아는 사람, 일리가 없지. 분열되어가던 정신을 겨우 추스른 마코토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마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 마오 왜그래? 어디 아파? 갑자기 그러니까 무섭잖아-. 그냥 리츠씨랑 같이 안돌아가냐고 물은건데 그런 심각한 얼굴하…"


 "아아.. 리츠.. 아... 뭐... 그래... 난 원래 리츠랑 친했으니까.. 후후... 그렇지... 나는 리츠 옆에 안붙어 있으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인가보구나...후후후"

 


 호쿠토오오오오!! 스바루우우우우!! 제발 나도 같이 도넛가게에 데려가!! 내가 돈 다 낼게! 내가 사게해줘! 제발! 지금 이 상황만 벗어날 수 있다면 모든 지 좋으니까! 마코토는 당장이라도 복도를 뛰쳐나갈 것 같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스바루와 호쿠토가 떠나간 텅 빈 복도만을 바라보았다. 이 의리라곤 세나 이즈미 양심만큼도 없는 놈들!!! 마코토의 소리없는 비명이 복도를 울렸다.


 







 


 리츠는, 의외로 학교는 꼬박꼬박 나오고 있었다. 학교에 나와서 또 책상에 퍼질러 자는 것이 영 글러먹은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기특하게 학교는 지각하지 않고 꼬박꼬박 나와주었다. 그 공의 배후에는 '오오가미 코가'가 있는 모양이어서, 아마 코가는 리츠를 집에서 학교로 매일매일 퍼 날라주다싶이 하는 모양이었다. 코가의 손에 뒷덜미가 잡혀 등교하는 리츠의 모습을 보고 옆자리의 아라시가 '리츠군 바람피는걸까?'하고 마오에게 장난을 걸어왔지만 마오는 영 받아줄 분위기가 아니어서 '몰라'하고 냉정하게 쳐내었다. 아라시는 조금 놀란 모양새였지만 이내 흐응-하고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째 좀 찜찜했다.

 

 "무거워! 흡혈귀 자식들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귀찮게 구는데 도가 튼거냐 앙? 니들 어디가서 단체로 사람 열받게하는 방법같은거 과외받는거냐고!"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다니. 코기는 조금 분수를 모르는 거 같네ㅡ."

 "으아아아아! 사쿠마 이녀석! 오늘 너 죽고 니 형도 좀 죽자!"

 

 둘이 사이가 참 좋은 거 같네, 하고 마오는 조금 뾰로퉁하게 볼을 부풀리고 창밖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흥. 언제는 소중한 친구니 하나뿐인 친구니 뭐니 해놓고 나말고도 친구는 많은거였으면서. 아, 모르겠다. 그냥 나도 자버릴련다! 나도 이제 사쿠마 리츠따위는 안중에도 없거든! 흥이다 흥!

 

 

 

 

 

 

 

 코, 군! 코, 오오가, 코가! 오오가미!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잘 자고 있었는데. 마오는 눈쌀을 찌푸리며 책상에 박아두고있던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교실의 구석자리에 반아이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잠깐, 뭐야 무슨 일이야! 마오는 얼른 몸을 일으켜 소란의 중심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곳에는 바닥에 배를 감싸고 누워 숨을 헐떡이는 오오가미 코가가 있었다. 마오는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나와 같은 오메가다. 

 

 마오는 혼란스러웠다. 반에 오메가가 두명이나 있다니. 게다가 자신과는 다르게 코우가는 꽤 농도짙은 오메가라는 것을 마오는 냄새로 얼핏 알 수 있었다. 아마 코가는 각성해버린 것일 것이다. 지금 이순간. 가장 최악의 장소에서 말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는 선생마저 당황한채 어떻게 하질 못하고 안절부절 하기만 하고 있었다. 게 중에서는 '재 오메가야?' '진짜? 그거 다 소문아니었어?'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정말, 오오가미 코가는 운이 없다. 학교라는 최악의 장소에서 각성해버리다니. 분명 오늘 내에 전교에 소문이 나버릴 것이었다.

 

 오오가미 코가는 울고 있었다. 그 자존심 강한 코가가 눈물 콧물 나오는 것도 상관않고 처절하게 울어대고 있다니. 저건 무척 괴로워하고 있는 표시일 것이다. 마오는 같은 오메가로서 코가의 일이 제 일처럼 걱정되었기 때문에 그를 업어 보건실에 가려고 했다, 자신을 제지하는 손길만 없었다면 말이다.

 

"코기는 내가 데려다 줄게."


 마오는 한순간 몹시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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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루에 대한 성찰


 

 

 

 후시미 유즈루. 이름부터 야한 그는 그냥 야하다. 왜 야하냐고 묻는다면 홍시맛이 나서 홍시맛이 난다고 하였는데 어찌 홍시맛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저는 홍시맛이 나서 홍시맛이 났다고 한 장금이가 떠오를 정도로 그냥 그는 야해서 야하다고 한 것 뿐인데 어찌 야하시다고 묻는다면 저는 그냥 야하니까 야하다고 한 것 뿐이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유즈루는 야하다.

 

 그는 일러스트도 참 야한데 어디가 야하시냐고 묻는다면 전 그냥 모든 일러스트가 다 야한거 같은데 그 중 하나를 굳이 찝어야 한다면 수학여행 일러스트가 아닐까. 수학여행 스토리는 안봤지만 유즈루의 수건한장 일러는 내 뇌리속에 깊이 남은 것으로 나는 소마 수건 한장일러도 보았지만 그 파급력은 유즈루 수건한장 일러가 더 컸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후시미 유즈루는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어도 그냥 야한데 왜 유즈루가 그렇게 야할까 생각해보면 이 아이는 그냥 천성이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피네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나를 와타유즈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건 제 자랑스러운 트친님이신데, 트친님은 자기는 와타유즈를 영업한 적 없다고 하시지만 와타루와 유즈루가 서로 (테크닉으로) 죽고 죽이는 완벽한 사이임을 알려주심과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유즈루가 너무 야하다는걸. 분명 과거에 날라리였을 거 같지만, 전기톱을 들고 도련님을 언제든지 썰어버릴 수 있는 애라는 걸 알지만, 나는 그의 야하고도 미묘한 매력에 그것조차 야하게 보이는 것이다.

 

 유즈루는 미망인 같은 야함이라는 글을 트위터에서 종종 보고는 하는데, 나는 정말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즈루는 정말 청초한 붓꽃같은 존재여서, 나의 변태심으로 하여금 낮과 밤의 갭을 상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유즈루는 야하다

 

 또한 나 혼자만 유즈루가 야하다고 느끼는 것이라 대부분의 분들이 유즈루가 야함을 동의하는 바이며 이미 여세는 유즈루 야함쪽으로 기운 것으로 봐서는 유즈루는 보통 야한 애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보이스는 또 어찌나 야한지. 투디아이돌로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치는 내 이성을 잠재우기에 정말이지 충분하다. 이게 다 유즈루가 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앞으로도 유즈루가 계속 야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것이 유즈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즈루는 변치않고 계속 그대로여야 한다. 오늘도 나는 유즈루는 역시 씹오메가수야...라는 말로 눈물지으며 잠자리에 든다. 밤하늘의 별님.. 유즈루 너무 야해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계속 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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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극성팬 03 (完)




 "홋케! 뭐하고 있어!"


 호쿠토는 뒤에서 자신의 별명을 불려오는 다소 산만한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멀리서부터 손을 방방 흔들고 있는 마코토가 재빨리 뛰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어? 마코토? 네가 왜 거기 서 있어? 너 납치 되었던 거 아니었어? 지금까지 어디에 있던거야? 호쿠토는 혼란스러워졌다. 마코토에게 질문거리가 너무 많아 어떤 것 부터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마코토는 어느덧 호쿠토의 코 앞으로 다가와 멈춰섰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그 표정은 너무나 마코토같아서 오히려 그가 마코토라는 것이 실감나지가 않았다. 


 "홋케? 왜 그렇게 쳐다봐?"

 "너.... 왜 여기있어?" 

 "왜 여기있냐니..?"

 " 그러니까 너는 납치 된거 잖아?"

 

 납치? 마코토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호쿠토를 살폈다. 마코토에게마저 머리가 이상한거 아니냐는 눈빛을 받는 자신이라니. 조금 죽고 싶어졌다. 


 "납치라니? 호쿠토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난 내가 워..ㄴ..."


  ㅡ!! 호쿠토의 눈에 잠시 경련이 일었다. 아아, 이것은 꿈이었다. 호쿠토는 손을 쥐었다 피며 역시 이것이 현실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방금 일어난 지라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호쿠토는 얼른 시력이 돌아오길 바라며 눈을 깜빡였다. 코끝까지 찔러오는 피냄새에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아니, 이것은 피냄새때문이 아니라 아까 그새끼한테 맞아서 아픈 거겠지. 


 호쿠토는 무언가의 흉기로 여러번 내리쳐진 제 머리가 무사한지 만져보려 손을 머리에 올리려고 했지만 이내 손이 무언가에 묶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게 대체 뭐…, 시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호쿠토가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눈을 찌푸려 제 손을 묶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청테이프가 호쿠토의 손을 둘둘 말아 감고 있었다. 미친 새끼! 호쿠토는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말았다. 


"아아- 일어났어? 엄청 오래 자길래 혹시 죽은 건 아닌가 생각했었어."


 뭐 죽어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고있는 세나 이즈미가 성큼성큼 호쿠토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시력이 이제서야 제대로 돌아온 호쿠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 여기는 이즈미의 집 안에 있는 방 중에 한 곳 인 것 같았다. 별로 가구가 들여져 있지 않고, 곳곳에 trickstar시절의 마코토의 사진등이 붙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방은 아마 창고 정도 인 것 같았다. 역시, 마코토는 이새끼가 납치 한 거 구나. 호쿠토는 죽일 듯이 이즈미를 노려보았다. 뻔뻔하게 거짓말 한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자신에게 해까지 가하다니.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죗값을 받게 해줄것이다- 라고 호쿠토는 당시로서는 주제 파악을 못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지? 마코토를 납치한거?"
"글쎄ㅡ 말귀 더럽게 못알아듣네. 그러니까 내가 납치한 건 아니라고? 그렇지 유우군?"


 이즈미가 호쿠토의 어깨 너머 무언가를 보며 말을 건넸다. 호쿠토는 놀라서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곳에는, 그러니까 이즈미가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곳에는, 호쿠토 자신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바라보고 있는 그 곳에는…,


"이즈미씨ㅡ, 약, 약, 제발 약을…!제발 뭐든 할 테니까ㅡ!"






  


"뭡니까 이즈미씨 갑자기?"

"아아- 오랜만이야 유우군. 거의 십년만인가?"


 마코토는 그렇네요, 하고 조금 떨떠름하게 말했다. 십년만에 문자해서 만나고 싶다니. 십년동안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이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던 것인지. 마코토는 소름이 돋으려는 팔을 문지르며 최대한 이즈미와 거리를 두어 섰다. 이즈미가 그런 마코토를 보며 씁쓸하다는 듯 웃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잖아."


 마코토는 순간 제가 너무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즈미가 자신에게 병적으로 집착했던 것은 십년전의 일이고, 솔직히 거의 십년동안 이즈미는 저를 따라다닌 적이 없는데 자신은 예전의 경험으로 괜한 선입견을 가지고 이렇게 이즈미를 경계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아직도 이즈미가 자신을 좋아해 줄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즈미는 그럴 마음이 없는데 자신이 이상한 오해를 품어버린 걸 지도 몰랐다. 마코토는 이즈미에게 조금 미안해져서 경계를 풀고 사과했다. 


"죄송해요. 오래 전 일인데 혼자 착각해서 떠드는 것 같네요."

"아냐-. 나도 뭐, 전적이 있고. 오늘은 … 조금 사과하고 싶어서, 아, 유우군 마실래?"


 이즈미가 건네온 스포츠 드링크를 받으며 마코토는 제가 괜한 사람을 오해한것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얼마전 먼저 연락이 왔을 때는 또 자신을 어떻게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만나지 말아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사실 이즈미는 그렇게 나쁜 의도가 없던 것 같았다. 오히려 예전일을 사과하려고 자신을 만나려고 한 것 같았다. 왜 지금 와서 과거 일에 대해 사과를 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마코토는 스포츠 드링크의 뚜껑을 열어 한 입 마셨다. 아 그런데 이 뚜껑, 내가 좀 전에 땄던가?


"십년도 지난 일이지만,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아서. 유우군한테 그렇게 대했던 거. 그땐 내가 철없던 때였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유우군을 좋아해서 눈이 멀어있으니까. 아, 이런 얘기 좀 그런가?"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이즈미씨한테 일방적으로 이제부터 저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었고.. 사실 이즈미씨가 절, 큼, 그러니까 그런의미로다가 좋아해주셔서 그런거라는 거 아는데.. 괜히 제 멋대로 밀쳐내버... "


 팽 ㅡ.  갑자기 무언가에 의해 뇌가 한바탕 흔들려버린 기분이 들었다. 급격히 체온이 식는 것 같았다. 마코토는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이즈미가 건낸 음료와 아까 편의점에서 산 과자가 담긴 봉지꾸러미가 땅에 나동그라졌다. 


"유우군 괜찮아?"


  하아ㅡ, 하아. 마코토의 숨이 가빠졌다. 급격히 식었던 체온은, 이즈미가 마코토를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대자마자 다시 가파르게 달아올랐다. 왜, 이러는, 거야. 마코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즈미를 바라보았다. 이즈미는 걱정된다는 말투로, 하지만 표정은 절대적으로 웃고있는 채로 마코토에게 말을 건냈다.


"이제야, 잡았다. 유-우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즈미의 목소리는 십년 전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그 목소리에 담긴 소유욕의 농도는 짐작도 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마코토는 끝도 안보이는 저 검은 심해에 발이 붙잡혀 끌려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 지만, 역시, 이건, 많이, 위, 험 …ㅎ..ㅏㄴ,


"우리 집에 갈까 유우군?"

"......네."


 세나 이즈미는 고분고분 대답하는 마코토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었다. 그래, 우리 집에 가자. 유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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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극성팬 02






"야, 재수없게 왜 남의 집 앞에서 지랄이야."


 십년만에 들은 이 남자의 목소리는 어쩐지 10년이라는 간격의 위화감이 없었다. 호쿠토 앞에 선 이 남자는 십년전의 그 세나 이즈미를 바로 옮겨다 놓은 듯 십년전 기억 속의 그 남자와 어째 달라진 점이 없었다. 아, 조금 성숙한 분위기가 그나마 변한 점이라면 변한 점일까. 호쿠토 자신과 같이 삼십줄에 들어서려는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젊어보이는 이즈미였다. 성격도 그때 그대로, 아니 더 사나워진걸까. 뭐 여튼 제게 아직도 살기를 품고 있는 것은 여전해 보였다. 정확히말하자면 마코토 이외의 인물에게는 공평하게 살의를 비추는 것이지만


 호쿠토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 와중에 커피잔을 손으로 쳐버렸다. 미끄러진 커피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꽈장- 하고는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수 있을 정도의 파장력을 행사했다. 바닥에 흘러넘친 커피는 세나 이즈미의 흰 운동화에 조금 튀겨, 앗 하는 사이에 이즈미의 미간을 잔뜩 구겨버렸다. 한껏 구겨진 얼굴도 빛나는 것이, 왜 그가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모델인지 어쩐지 납득 가게 해주었다. 


 "괜찮으세요 손님?"

 걸레를 든 알바생이 황급히 호쿠토의 테이블쪽으로 다가왔다. 저보다 더 당황한 알바생의 모습에 호쿠토가 미안해져서 한쪽 무릎을 굽혀 앉은 채로 깨진 커피잔을 주우려다가 급기야 손을 베이고 말았다. 알바생은 피를 보더니 더욱 호들갑을 떨며 제가 하겠다며 호쿠토를 말려왔다. 그것을 보는 이즈미의 표정은 '정말 가지가지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호쿠토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이런 추태를 보이려고 이 남자를 만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어쩐지 카페의 실내온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 그러니까 내가 유우키 마코토를 납치한 것 같다고?"


호쿠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있어서 이즈미는 허-하고 기가찰수 밖에 없었다. 이즈미는 제 앞에 놓아진 허브티를 한모금 마시며 호쿠토를 째려보았다. 


"죄없는 사람 몰아가네? 내가 납치를 해? 언제?"

"그건 본인이 가장 잘 아시겠죠."

"난 납치한 적 없어."


  이즈미의 당당한 태도에 호쿠토는 잠시 '이 사람 진짜 마코토를 납치하지 않은게 아닐까?'하는 의문을 피웠다. 하지만, 이 사람이 아니라면 마코토에게 그런 해를 가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호쿠토 안의 직감이 이사람이 범인이라고 콕콕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 무례하다는 것을 알지만, 호쿠토는 마지막으로 무리수를 던졌다. 


 "그럼 … 이즈미씨 집을 한번 살펴봐도 됩니까?"

 "뭐야. 계속 의심하는거야? 난 납치 안했대도."

 "일단 집부터 방문해봐도 됩니까?"

 "무례하기는. 납치 안했다면 뭐해줄건데."

 "그건 …"

 "아, 뭐 됐어. 보려면 봐. 대신 후회는 하지말고. "


 이즈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쿠토는 황급히 카페 종업원에게 돈을 건네고 거스름돈도 받지 않은 채로 카페를 나와 이즈미의 뒤를 따랐다. 저랑 비슷한 신장일텐데도 이즈미의 걸음은 저보다 더 빨라서 호쿠토는 거의 빨리 걷다싶이 하여 이즈미를 따라잡지 않으면 안되었다. 며칠동안 겉만 질리도록 봤던 이즈미의 맨션은, 이즈미와 함께하자 너무나도 손쉽게 그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확실히 고급맨션답게 엘레베이터의 장식마저 모두 도금으로 되어있는 것이 신기해서 호쿠토는 넋을 놓고 보다가, 이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이즈미의 가느다란 손이 도어락의 키패드를 몇번 두드리자 손쉽게 문이 열렸다. 


 "자자- 들어가보라고. 어디 네가 말하는 그 유우키 마코토가 우리집에 있는 지 없는지 스스로 확인해봐"


 현관에서 보기에도 이즈미의 집은 잘 정리된 고급맨션같은 느낌을 줄 뿐이지 어딜봐도 사람 하나를 납치감금하고 있는 범죄장소처럼 보이지 않았다. 혹시 호쿠토 제 자신이 너무 넘겨 짚은걸까. 호쿠토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이렇게 난리를 쳤는데 헛다리 집은 것이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야 할지. 호쿠토는 조금 자신감없이진 모양으로 '실례하겠습니다..'라고 공손히 인사까지한채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마코…"


 퉁-. 무언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어? 하는 새도 없이 호쿠토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마, 이소리는. 자신의 머리를 내려치는 소리였던 것 같다. 역시, 내 감이 틀리지 않았구나. 호쿠토는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알 수 없어졌다. 이내 호쿠토의 의식은 가물가물해져 결국 한심하게도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거실에 깔려있던 흰 카펫에 호쿠토의 머리에서 나온 핏물이 스며들었다. 아아- 이거 비싼건데. 이즈미는 짜증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호쿠토의 몸을 두어번 발로 걷어찼다.


"그러니까 후회하지 말라고 미리 당부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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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극성팬 01  (1)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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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2






  마오는 제 입안에 사정한 리츠의 그것을 퉤-하고 티슈에 뱉었다. 사정은 밖에다가 해달라고 몇번이나 부탁했는데 리츠는 그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않고 항상 마오의 입에 싸버렸다. 마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리츠를 째려보자 리츠는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를 능글거리는 아저씨의 웃음을 지으면서 '그런 표정 지으면 나 한번 더 하고 싶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변태같은 소리를 지껄여왔다. 그에 질린 마오가 얼른 굽혔던 무릎을 일으켜 세워 리츠의 정액을 뱉은 휴지를 보건실 휴지통에 집어넣었다.


 "마-군. 마군도 쌓인거 아니야? 괜찮다면 내가 빼줄까?"

 "내가 넌 줄 아냐! 왜 넌 가면 갈수록 변태가 되가는 거냐고! 아아, 어릴적에는 착하고 귀여웠는데!"

 "그야 어쩔수 없잖아? 생리현상같은거고-."

 "너는 너무 심해."


 리츠 이외의 알파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다른 알파들은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발정나지 않을거라고 마오는 확실했다. 사실 소꿉친구라고 이런 일까지 자연스럽게 해주면 안되는 것인데 저는 어릴때부터 제 소꿉친구에게 물러도 너무 물렀다. 그러니까 리츠가 아파하는 것을 보기 싫어서 결국 제 입으로 처리해주고만 그 중학교 이학년때의 여름.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장담할 수야 없지만. 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괴로워하는 리츠의 얼굴을 보고 또 다시 같은 짓을 반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군. 날 앞에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마오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리츠는 마오의 뒤로 다가와 마오를 안고 그의 귓볼을 물며 나른하게 속삭였다. 항상 차분한 목소리긴 했지만 지금은 어딘지 묘하게 들떠보였다. 혹시 또!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마오의 엉덩이 부분에 딱딱한 것이 닿았다. 그리고 마오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리가 없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제 입에 넣고있던 그것이 아닌가. 


 "마-군. 나 다시 선 것 같은데."


 리츠가 목덜미를 입술로 지분거렸다. 다시 달뜬 숨결이 느껴졌다. 사실 아까보다 더 농도짙은 숨결이었다. 아까는 리츠가 제 발정때문에 이성을 조금 놓고있었다면 지금은 한발빼고 난 이후라서 이성이 돌아온 것인지 이제는 제 의지로 마오를 만지고 있었다. 리츠의 길고 가드다란 손가락이 마오의 유두쪽으로 더듬더듬 올라오더니 급기에 와이셔츠 한 장의 방어막밖에는 없는 마오의 유두를 살짝 비틀듯 만져댔다. 


 "릿… 읏,츠! 리츠! 그만두라고!"

 "마-군이 예쁜게 잘못이라고."


 무슨 큰일날 소리를 하는거냐 이새끼. 마오는 제 유두를 지분거리는 리츠의 손을 조금 강한 손길로 쳐내었다. 그래, 사실 입으로 해주는 것 까지야 이미 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리츠가 그 이상의 것을 더더욱 하려고 하고 있어서 마오는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 마오는 리츠를 소꿉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고 남자와 그-런 관계를 맺는다는 것도 상상이 안되었다. 원하지도 않았고. 


 "그만, 두라고 했잖아!"


 결국 마오는 큰소리를 내버렸다. 이제까지 진심으로 큰소리내본적은 없던 마오여서 그런지 리츠는 잠시 굳어서 상황파악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사실 마오도 제 입으로 큰소리를 내고도 제가 당황한 상태였으나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을 하기 위해 조금 굳은 표정을 한 채로 리츠를 바라보았다. 리츠는 제가 마오를 화나게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잠시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었으나 끝내 마오가 왜 화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왜 화를 내는거야 마-군?"

 "내가 네 성욕처리기구냐고! 나는 네 친구라고. 난 너랑 이런거 하고 싶지 않아. "

 "이…런거?"

 

 상처받은 얼굴을 하는 리츠를 보자 마오는 조금 괴로워졌으나 그래도 이럴때 강경하게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괜히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마오는 조금 더 확실히 못을 박기 위하여 작게 숨을 들이쉬고는 어쩌면, 아니 분명 리츠가 상처받을만한 말을 입밖으로 또렷하게 내뱉었다. 


 "이건 확실히 해둬야할 것 같은데, 언제까지고 넌 어린애가 아니야. 나한테 기대고만 살 수 없다고. 일단, 이런거 시작해버린 내쪽도 잘못이 있긴 하지만 … 그래도, 난 평범한 남자애고. 역시 여자쪽이 더 좋다고 생각해."


 마오는 흘끗 리츠의 표정을 살폈다. 아아, 역시 소꿉친구가 상처입는 것은 원치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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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오메가버스 01


*오메가버스 설정을 잘 몰라서..

제멋대로 써봤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괴로워, 마군."


 그렇게 말한 리츠의 물건은 이미 부풀대로 부풀어있어서 마오는 조금 더 빨리 리츠를 업고 보건실을 향해 달려갔다. 보건선생인 히카제 카오루는 지금 제 반에서 보건교육을 하고있는 중이니, 아마 보건실은 비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마오의 행동이었다. 등에 닿는 딱딱한 물건에 마오는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츠는 발정난 숨을 내뱉으며 제 목덜미를 핥아왔다. 


"좀 참으라고, 리츠!"

"하지만, 마-군. 나 발정기고."

"아, 넌 무슨 알파가, 아, 읏, 좀 참으라고!"


 하지만 괴로운걸- 하고 리츠가 마오의 목덜미를 사과 베어먹듯 한 입 물어버리자 마오가 계속 그러면 여기에 버리고 가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리츠는 조금 볼을 부풀리고선 '그러지도 못할거면서'하고 조금 퉁퉁 부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더이상 마오의 목덜미를 물어대지는 않았다. 애키우는 것도 아니고 … 하고 마오는 잠시 자신의 박복한 운명을 한탄해보았다가 쿡쿡- 제 등을 찌르는 리츠의 물건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서 리츠를 제대로 들쳐업고 다시 보건실을 향해 달렸다. 올해의 착한 소꿉친구상이 있다면 분명 제가 받아야 한다고 이사라 마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세계에 단 2퍼센트뿐이라는 알파, 그리고 비슷한 비율로 3-4퍼센트가 된다고 추정되는 오메가. 이사라 마오는 열두살때 오메가 판정을 받았다. 사실 오메가 판정 검사를 받은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검사결과를 받아들고도 이사라 마오는 어째서 내가 오메가지? 하고 의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병원에서는 오메가를 위한 억제제를 매달 지어주었지만, 그런 약 없이도 마오는 히트사이클기에 평소보다 조금 들뜬 기분이 될 뿐이지 그렇다고 성욕이 무지하게 상승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알파들이 자신을 노리고 다가오는 것도 아니었다. 의사는 아마 이사라 마오는 특이한 체질의 오메가같다고 잠정결론을 내렸으며, 억제제를 끓어버렸다. 베타와 다를게 없는 오메가. 그게 바로 자신이었다. 그러니까 임신가능성만 있을 뿐이었지, 페로몬을 풍기고 다니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오메가'들 처럼 히트사이클기에 무지하게 발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제 소꿉친구 사쿠마 리츠가 알파 판정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알파, 베타, 오메가가 딱히 대놓고 차별받는 세상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알파는 우성, 오메가는 열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박혀있었으며 사실 사회·경제적 지위를 통계내 보았을 때 확실히 알파는 사회 상류층에, 오메가는 사회 하류층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장 오메가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같은 곳을 조금만 뒤져보면 나오는 오메가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속해있는지 한탄하는 글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사람들은 그들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은연중에 그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또한 그들은 갑작스럽게 히트사이클이 터져버릴까봐 걱정했기 때문에 스스로 그늘로 더 몸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여튼, 제 소꿉친구 사쿠마리츠는 그 잘나디 잘난 '우성알파'로 판정되었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리츠의 형인 레이가 이미 몇년 전에 알파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리츠를 통해 전해들었고, 또한 그 집이 대대로 알파 유전자가 강한 집안이라는 것을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얼핏 엿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오도 리츠가 제 입으로 알파 판정을 받았다고 말해올 때 그저 올게왔구나- 생각했던 정도지만, 사쿠마 리츠의 발정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을 웃돌았다.


  대부분의 알파는 히트사이클기에 있는 오메가가 곁에 있으면 그것에 발정을 느끼는 것이었지만, 사쿠마 리츠는 스스로 발정하기 때문에 상대해야할 사람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이상한 체질의 알파였던 것이다. 마오 자신에게 없는 히트사이클이 사쿠마 리츠에게 옮겨간 것은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로 사쿠마 리츠의 발정은 정말 시도때도 없이 이루어졌다.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마오가 임기응변을 발휘해 리츠의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리츠가 알파라는 사실을 다른 이들은 몰랐지만 말이다.


 지금도 보건교육을 받고있다가 뒤에 앉은 리츠가 책상에 엎드려 숨을 헐떡이는 것이 보여서, 리츠가 아프니 보건실에 데려다 주겠다고 그를 들쳐업고 이렇게 복도를 내달리게 된 것이다. 아무리 가벼워도 역시 사내애는 사내애라서 리츠를 업은 마오의 이마에는 어느덧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겨우 보건실에 도착한 마오는 리츠를 내려 침대에 눕혀두고는 혹시 누가 볼새라 침대의 커튼을 쳐버렸다. 다른 학생들은 없는지 다른 침대를 하나하나 살펴본 마오는 아무도 없자 그제야 안심된다는 듯이 양호실의 문을 잠궜다. 


"마-군. 빨리 오지 않으면 나 터지고 만다고."

"터지긴 뭐가 터진다는거냐! 넌, 대체 부끄러움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마군-. 나 슬슬 위험한데."


 커튼을 걷자 리츠가 침대에 걸쳐 앉은 채로 후후 웃고 있었다. 슬슬 위험하다는 애가 엄청 여유로운 얼굴하고 있네- 라고 생각한 마오가 다시 커텐을 치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익숙하게 리츠의 부풀어있는 바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몇번을 만져봐도 낯선 촉감이라서 조금 긴장한 마오가 걱정되었는지 리츠는 제 딴에는 농담이라고 시시한 말들을 건네왔다. '마군 위에서 보니까 이마가 넓네'라던가 '요새 피부가 안좋아졌네'라던가. 그런 시시한 도발에 조금 울컥한 마오는 조금 속도감붙은 손길로 리츠의 브리프를 조금 아래로 내려버리곤 평균보다 조금 많이 큰 그것을 입으로 집어넣었다. 점점 무서울 정도로 커진 그것은 슬슬 마오의 목구멍을 찔러왔다. 역시 이 사이즈는 위험하다. 


 얼른 빼주고 빨리 교실로 돌아가자고 생각한 마오는 평소보다 조금 더 입을 조여가며 그것을 빨아들였다. 으으- 마군- 하는 달콤한 신음이 들려왔다. 어째서 이자식은 알파주제에 이렇게 색기넘치는 신음을 흘리고 다니는 거냐고! 역시 마오는 저와 리츠의 포지션이 바뀌어버린 것 같다며 속으로 몰래 한탄했다. 이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소꿉친구라니. 이런걸 소꿉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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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무간지옥





"나 결혼해."


 마오는 담담한 어투로 말을 뱉고는 제 왼손 약지를 매만졌다. 리츠는 잠시동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벙긋-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리츠는 꽤나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말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이었더라'하고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분명, 목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려 소리내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러니까 이렇게 조금 더 목에 힘을 줘서 …,


"왜?"


 아, 그래. 말이란건 이렇게 하는 거였어. 리츠는 자신의 목소리가 왠지 생소한 느낌이 들어서 오른손을 들어 제 목을 두어번 주물렀다. 식도가 타들어갈 것 같았다. 아아, 아니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분명, 나는 타고 있어. 사쿠마 리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타고있는데, 주변은 이런 자신을 인지해주지 않는다.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다. 아니, 저를 바라보고있는 마오마저 자신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눈이 뜨거웠다. 분명, 눈이 가장 뜨겁게 타고 있었다.


"왜냐니. 결혼하니까 한다고 말하는 건데" 


 어째서? 리츠는 눈 앞의 마오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살려줘, 살려줘 마군. 더이상 말하지 말아줘. 어째서, 어째서. 넌 보이지 않아? 내가, 내가 이렇게 타들어가고있는 모습이?


"여기, 청첩장이야."


 머리가 핑 돌았다. 세계가 두번 돌았다. 이와중에도 여전히 몸은 타들어가고있어서, 나는 기껏해야 꺅!하는 여자아이의 높은 비명소리를 겨우 들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아, 세상은 불바다다. 이 세상은 분명 무간지옥이다.











"아아- 상황은 대충 이해가 가네. 이사라군도 당황했겠구먼. 뭐, 이 아이는 신경이 예민한 아이니까. 이렇게 쓰러진 것도 무리는 아니야. 그나저나, 결혼 축하하네 이사라군."


 사쿠마 레이는 제 동생의 침대 옆 간이의자에 앉아 제 동생의 이마를 두어번 쓸어주며 마오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왔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축하하는 기색은 전혀 내비치고 있지 않아서 마오는 기껏해야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리츠와 저 사이의 일에 대해 당사자들 다음으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이 사쿠마 레이라는 남자였기에, 마오는 레이가 굳은 표정으로 축하인사를 건네오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사라군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일세."


 레이가 조용히 운을 뗐다. 마오는 안그런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무척 긴장해서 땀이 베인 제 손을 굳게 주먹쥐고 있었다. 사실 마오는, 사쿠마 레이가 당장이라도 제 얼굴을 갈겨와도 저항하지 않고 맞아줄 의향이 있었다. 자신은 결국 쓰레기인 것이다. 리츠의 마음이 어떤지 알면서도, 결국은 모른척 회피하기 바쁜, 그런 쓰레기다. 자신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남자다. 하지만 레이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에도 미안하다는 사과여서, 마오는 조금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쿠마 레이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형으로서의 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우리 리츠가 이렇게 이사라군에게 더욱 어리광피우고 있다고 생각해. 항상 자네만 보면 미안한 마음 뿐이야."


 그렇지 않다. 사과해야하는 것은 자신이다. 인간이하의 짓을, 몹쓸짓을 해버린 것은 내쪽이다. 얼른 사쿠마씨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머리로 생각하면서도 마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입을 다물고 시선을 내리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결국 나는 내 동생이 행복해지길 바래. 그리고 내 동생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이사라군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고."


 아니예요, 형님. 이런 인간말종의 곁에서, 사쿠마 리츠는 행복해질 수 없어요. 아니, 나는 그를 더욱 불행으로 밀어넣을 뿐이야. 


"다시한번, 생각해 줄 수 없겠나?"

 

 마지막말은, 레이쪽에서도 필사적인 말이었을 것이다. 말투에서는 여유가 느껴졌지만, 마오는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레이는 지금 절박하게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 죄송, 합니다."


 아, 빨리 지옥으로 떨어져서 네게 용서를 빌 수 있길.





-----

'ㅇ' 밴드 스토리보고 삘받아서 쓰려했는데

재미없네요. 사실 구상은 마오결혼식날 리츠 자살하는 걸로 끝내려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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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케이] 달달 녹아내리는 01





"좋아해. "


 아, 역시 여름은 달다. 뇌가 달달 녹아버릴 것 같다. 


 







[에이케이] 달달 녹아내리는 01










 "텐쇼인 에이치야."


 계란 노른자마냥 책상 위에 널브러져있던 교탁 맨 앞자리의 까까머리마저 일순간 호흡을 정지시켰다. 흡-. 교실에는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니까 이게 얼마만이더라. 사내새끼들끼리 갇혀있는,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이 교실이라는 이름의 수컷우리가 이렇게 조용해 본 게. 케이토는 눈알만 살짝 굴려 교실을 훑어보며 조금 놀라운 기분이 되었다. 제 담임이 출석부로 교탁이 부숴져라 내리치며 조용히하라 협박해도 귓등으로도 안듣는 이 사내놈들이 저들이 알아서 입을 이렇게 닫다니. 이건 분명 3학년 반의 기념비적인 일일 것이다. 거봐라, 담임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지 않은가. 


 일순간 찾아온 정적으로인해 끼득-, 교실의 낡은 선풍기의 바람소리마저 귓가에 생생히 느껴졌다. 아무리 시골학교라도 아직까지 천장 위에 다는 선풍기라니. 수험생한테 너무한 취급이다. 적어도 삼학년 교실만이라도 에어컨을 달아주면 좋을련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손에 쥐고있던 샤프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 침묵속에서는 내 자그마한 행동마저 소음으로 간주되어버리는 것인지 탁-하고 샤프를 놓은 내 행동에 몇몇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버렸다. 평소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걸 저 전학생은 전학 온 첫날에 아무렇지 않게 해버렸다. 조금 대단한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이런 찌린내만 풍겨대는 동급생들보다야 말이다.  

 
"다들 친하게 지내자."


 잠깐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히 내쪽을 봤다고야 확신할 수 없지만 녀석은 어쩐지 나와 눈이 마주쳤던것도 같고 사실은 아닌것도 같다. 그래도 나는 녹음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옆자리가 빈 것은 우리 반에 나뿐이었으므로 녀석은 자연스레 내 짝이 되었다. 다른 녀석들이 고개를 돌려 왠지 부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왔다. 사실 아름다움은 어딜가나 통용된다. 나이, 성별 그 무엇을 너머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선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선망받기에, 텐쇼인 에이치는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였다. 녀석이 가방을 걸어 자리에 앉곤 통성명이라도 하려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이 무척 부드러울 것 같았다. 햇빛을 뽑아만든 실과 같았다. 


 "넌 이름이 뭐야?"


 목소리까지 고운 건 반칙이다.







*




"어, 나도 이쪽 살아."

"…그래?"

"같이 하교할래?"

" …뭐."


 녀석은 하교하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생긴건 안그렇게 생겨선 어찌 그리 말이 많은지 전생에 참새였나 싶었다. 불행히도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나로서는 '그래?' '아,' 정도의 화답을 해주는 것이 다였지만 그래도 녀석은 말을 처음해보는 아이처럼 쉴새없이 조잘거렸다. 


"케이토 넌 동아리 안해?"

"아, 난 귀가부라. 그리고 시골학교라 동아리도 별로 다양하지 않고."

"그렇구나. 난 몸이 안좋아서 여지껏 동아리는 해본 적이 없어. 학교끝나면 항상 침대심세였거든, 하하. "


 제 아픈 얘기가 뭐가 그리 재밌다고.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의 행동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니 녀석도 조금 무안하다는 듯 웃어왔다.


 "이런 얘기 별로지?"

 "아니 뭐 그다지.. "

 "사실 나 아파서 요양차 여기 전학 온 거거든."


 아, 그런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어차피 내가 전학오기 전에 담임의 입을 통해서 대충 들었으니까 말이다. 네가 꽤나 아프다는 것도, 네가 그 '텐쇼인'가의 하나뿐인 외동아들이라는 것도, 이 길 건너의 엄청 으리으리한 집이 사실은 네가 요양차 머물고 있는 별장이라는 것도. 사실 나는 너에대해 네 생각보단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소리다. 그건 딱히 내가 잘난 놈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반장'이라서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학급에 꼭 있는 반장의 이미지. 안경쓰고, 공부는 언제나 상위권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왠지 조금 음침하고 재미없는 놈. 그 조건에 죽이게 잘 맞아떨어지는 놈이 바로 나란 말이다.  


 "시골은 하늘이 참 맑아."

 "그래? 난 너무 덥기만 한대."

 "정말, 아름다워. "


 하늘이- 라는 주어가 빠져있는 문장이었지만 뭐 딱히 지적해 주진 않기로 했다. 녀석과 시선이 얽혔다. 보면 볼수록 참 잘생긴 자식이었다. 부모님이 키울맛이 나시겠네.


 "정말, 정말로 아름다워."


 그렇게 바라보면서 말하지마라. 뭔가 이상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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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유즈] 유능



  "저도 같아서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가면을 떼어 내어, 보고싶네요. 당신의 그 민낯이."


 이런 연극같은 대사를 지껄이며 히비키 와타루가 나를 응시해왔다. 그것은 나는 너를 잘 알고있어- 라고 주제넘게 참견하려는 부모나, 선생의 눈빛과 같았다. 나는 픽 웃었다. 병신새끼 똑같긴 누가 똑같다는 거야-. 이런새끼의 도발에 넘어가는 것은 기초적인 수준의 저능아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이런 알기 쉬운 도발에 넘어갈 놈은 내가 돌보고 있는 그 '꼬맹이' 같은 멍청이 정도 뿐이라는 소리다.


 같다, 같다라. 내가 너랑 같다라. 그게 나에게 엄청 무례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네녀석은 나름대로 내 격을 높여주려는 의미로써 나를 너와 '같다'고 표현했겠지만, 그것은 지독히 나에게 엿같은 모욕감을 안겨주는 표현이다. 제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다 무너져내려서 결국 얼빠진 놈 코스프레나 하고 있는 너따위와, 어디에서나 신망받고 믿음직한 사람으로 일컫어지는 너와는, 그 가면의 무게가 근본부터 다르다. 너와 내가 공통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거짓으로 일관하는 것 , 그것 하나뿐.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히비키님. 아니, 히비키 와타루. 당신 정말 마음에 안들어."

 "와-. 집사씨도 진실이란 걸 말할 줄 아는 사람이네요."


 히비키 와타루가 내 앞으로 두어발자국 성큼 다가왔다.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던지라 녀석이 두어발자국만 앞으로 다가오자 곧 녀석의 얼굴이 내 코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어버리고 있달까. 눈을 두어번 깜빡하는 사이, 녀석의 얼굴은 좀 더 기울어지고, 녀석의 단내나는 숨결은 내 입술에 닿을 정도로 다가와 버린다. 내가 한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 0.2초. 그 사이에 네가 내 앞으로 다가선 거리 0.2cm. 난 정확하고 민첩하게 계산되어있던 그 사냥에 머리를 굴릴 여를도 없이 포획되어 버린다. 네가 혀로 내 입술을 공략하고 무너져버리는 시간, 2초. 그리고 내가 정신을 겨우 차리고 너를 밀어내는 시간, 20초. 


 "저는 꽤 당신이 마음에 드는데 말이죠. 이런 의미로다가. "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생각은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 이 남자는 내가 읽을 수 없는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밀려왔다. 솔직히 인정해야하는지도 몰랐다. 이 남자는 내 생각보다 훨씬,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사실을. 





*




 "요새 생각이 많은 것 같구나."


 원체 말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결국 식사시간에 입을 열었다. 나는 고등어자반 토막을 젓가락으로 집으려다가 잠시 멈칫하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무심한 얼굴로 내쪽은 바라보지 않고 미소된장국의 그릇을 들어 젓가락을 휘휘 젓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분명 나를 향한 단호한 어투로 입을 뗐다.


 "잡념이 많은 것은 좋지 않아 후시미. 유능한 사용인에겐 특히나."


 그러니까 넌 가만히 시키는 거나 해라- 라는 것이 본뜻일 거다.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면 되는데, 이래서 배운 사람일수록 상대하기가 더욱 번거로워진다. 가만히 데친 나물을 입으로 가져다대며 나는 '명심하겠습니다'라고 기계적으로 말했다. 여기서 얼마나 더 생각을 숨기고 살아야 아버지가 말하는 '유능한 사용인'이 될 수 있는지, 나는 그 기준에 평생 닿을 수 있기나 한 건지 갑자기 숨이 조여왔다. 그렇게 생각을 죽이고, 기척을 죽이고 누군가를 보필하는 존재로서만 살아가다보면 나도 아버지 당신 처럼 되는 건가요? 재미라고는 하나도 모른채 그저 한 가문을 위하는 것을 평생 영광으로 알고 살아가는 고집 쎈 남자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인가요? 


 "잘먹었습니다."


 왜 이럴때 나는 당신이 생각날까, 히비키 와타루. 나도 당신처럼 얼빠진 가면을 쓰고 살아가면, 그렇게 하면 아버지대, 아니 그 위의 위의 윗대부터 자연스레 상속되어온 이 무거운 족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얼빠진 척 행동했던 것은, 네가 찾아낸 최선의 방법이었던건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결국 얻어낸 답은 주변의 기대를 한껏 누그러트리자는 것이었나. 나는,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것 같은데, 그럼 나는 어쩌지? 


[잠깐 만날수 있습니까?]


 나는 녀석에게 처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메일주소가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



 "유즈루군, 전화와."

 "그런거, 몰라."

 "꽤 대담하네. 집사씨. 뭐든 시키는 것만 하는 능숙한 개인줄 알았는데."

 "몰라, 얼른, 넣기나 해."


 테이블 위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기를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채 이불 속으로 파묻어버리고, 이 행위에 집중했다. 그래봤자 그 꼬맹이나, 집안에서 걸려온 전화겠지. 내 인간관계는 그렇게 넓지를 못하다. 어렸을때부터 '히메미야가문'의 충실한 개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바라볼 필요도, 그럴 여력도 없었다. 


 히비키 와타루와 이런 관계가 된 것은 벌써 몇주 전의 이야기다. 그 사이, 우리는 서로 왕창 섹스했다. 뇌가 흐물흐물 녹아내려버릴 것 같은 쾌감을 따라 이짓을 한 지 몇주째. 결국 하루에 오분간격으로 누군가에게서 꾸준히 전화가 걸려와버리고 있지만, 뭐- 그게 상관있나. 이왕 엇나가기로 한 거. 최고로 유능하게 엇나가 버릴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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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큐 더쓰려했는데 졸리네요...

와타유트 영업해준 ㄹㅇ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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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마코] 극성팬 01




"-씨가 납치된 시각은 밤 열시경으로 추정. 밤 아홉시 오십분경 인근 편의점 cctv에서 물건을 사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유우키 마코토씨의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유우키 마코토씨는 …, "


 호쿠토는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엄지가 아플정도로 거세게 눌러 껐다. tv에서 대서특필로 다뤄지고 있는 '유우키 마코토씨'라는 건 제 친구인 '유우키 마코토'와 동일인물이었다. 그러니까, 마코토가 납치되었다. 그것도 cctv영상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마코토가 납치 된 것은 이주 전. 그러니까 호쿠토가 잠시 비즈니스차 해외에 가있던 그 날이었다. 밤중에 전화해 본 마코토의 전화기는 먹통이었고, 호쿠토는 잠시 배터리가 나갔거니-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우키 마코토에게 무슨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생사의 여부가 달린 엄청난 일이. 호쿠토의 머릿속은 얼른 마코토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호쿠토는 리모콘을 손가락으로 딱딱 치며 입술을 깨물었다. 예상가는 사람이 있다. 아니, 분명 그 자식일 것이다. 호쿠토는 확신했다. 


 지금이야 다들 취직을 하고 호쿠토는 대기업의 보험회사원, 마코토는 가업을 이어받아 자그마한 청과물가게를 운영하고 나름 평범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예전에 호쿠토와 마코토는 꽤 잘 나가던 인디밴드로 활동했다. 지금이야 부끄러운 흑역사같이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팬도 꽤 많고 메이저 제의도 받았다. 메이저데뷔는 결국 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튼 그 당시 도쿄 인디밴드중에선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했기에 목숨걸고 쫓아다니는 팬들도 있었고 시기하는 밴드도 많았었다. 죽은 쥐도 받아봤고, 커터칼이 담긴 팬레터도 받아봤다. 벌써 거의 십년은 되어가는 이야기이에 몇몇 외우고 있던 극성팬들의 얼굴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다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세나 이즈미'라는 남자 팬 하나였다.


 벌써 십년도 지난 이 시점에 '세나 이즈미'라는 극성팬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일단, 극성팬은 99프로가 여자애였는데, 유일하게 세나 이즈미만이 남자 극성팬이었다. 게다가 극성팬들은 밴드 자체를 쫓아다녔는데비해,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만을 쫓아 다녔다. 밴드자체에는 사실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틈만 나면 마코토를 모델계에서 일하게 하려고 꼬셨다. 아, 그래. 그는 모델이다. 그때도 지금도 엄청 잘 나가고 있는. 사실 처음에야 유명인이 이런 인디밴드의 공연에 와주니까 더욱 설레고 이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가면 갈 수록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에게 집착했고, 자기가 그의 애인인 것 마냥 굴어왔다. 그것을 참다못한 마코토가 한번 세나 이즈미와 대판 논쟁을 벌인 이후로, 세나 이즈미가 안 쫓아다니게 된 모양이었지만 호쿠토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닐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밴드시절의 이야기인데, 호쿠토는 우연히 이즈미와 독대하게 된 일이 있었다. 아마 다른 멤버들은 간식을 사느라 대기실에는 호쿠토만 남았을 것이고, 이즈미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대기실에 들어오는 것을 너무나 쉽게 허락받았을 것이다. 이즈미는 마코토가 없는 대기실을 한 번 눈으로 훑더니 이내 호쿠토는 공기취급을 하며 무시한 채 뒤돌아 나가려고 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괜한 간섭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호쿠토는 그 때 세나 이즈미를 불러 세워우곤 말했다. '당신 너무 심한거 아닙니까.'라고. 그 말에 이즈미는 조금 자극 받은 듯 뒤돌아 보았으나, 호쿠토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즈미의 비웃음 섞인 말일 뿐이었다. '니가 뭔데 나한테 충고질이냐? 좆만한게'


  그 이후에도 세나 이즈미의 끊임없는 구애공세는 계속 되었고, 한 번은 대기실에 놀러온 여자아이와 세나 이즈미가 대판 몸싸움을 벌일 뻔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이즈미였기에, 호쿠토는 그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코토와 다툰 뒤에 이즈미가 순순히 마코토를 따라다니지 않게 된 것을. 분명 언젠가 한번은 큰 일을 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호쿠토는 생각했다. 분명, 마코토는 세나 이즈미에게 납치되어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을 마코토를 찾아 내야만 한다. 


 







 세나 이즈미의 집 주소는 팬카페에 가입해 조금만 열심히 활동하는 척을 하니까 너무나도 쉽게 구해졌다. 이런 걸 보면 연예인이 정말 극한직업이다 싶었다. 호쿠토는 이즈미의 집주소를 적어놓은 쪽찌를 주머니에 넣고 그 곳으로 향했다. 세나 이즈미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고급맨션에 살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경비가 삼엄해서 호쿠토는 이즈미가 사는 맨션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쿠토는 무작정 관찰했다. 고급맨션으로 들어가는 연예인용 밴을 발견 한 것은 호쿠토가 맨션 앞 커피숍에서 죽치고 관찰한지 3일째 만에 이러낸 쾌거였다. 호쿠토는 일단 이즈미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즈미의 밴이 나오면 그 앞을 가로막고서라도 얘기할 기회를 가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둘의 독대는 예전처럼 결국 예측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아니, 이즈미의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호쿠토는 맨션이 가장 잘 보이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하루종일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 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호쿠토가 고개를 까닥이며 잠에 빠져들려는 사이, 어떤 거친 손이 호쿠토를 흔들어 깨웠다. 아, 씁-. 침을 흘리고 있던 호쿠토가 얼른 입가에 흐르는 침을 손등으로 닦으며 자신을 흔들어 깨운 누군가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호쿠토는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야, 재수없게 왜 남의 집 앞에서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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